디자인 시스템은 언제, 어떤 사람들에게 필요한가
이 글은 디자인 시스템을 바라보는 관점(1)과 이어서 보면 좋습니다. Link
안녕하세요, 디자이너 이상효입니다. 디자인 시스템 관련 글 1편을 쓴 지도 벌써 1년 반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저는 실무와 교육을 통해 모두가 효율적으로, 좋은 문화로 일하는 방법에 대해 더 깊게 고민하게 되었는데요. 마침 노트폴리오에서 좋은 인터뷰 콘텐츠 제안을 주셔서 후속 글을 '디자인시스템 워크숍을 소개하는 질문&답변 형태'로 구성해 보았습니다. 다른 디자이너들과 함께 시스템을 만드는 경험이 궁금하신 분들이 재미있게 읽게 되기를 바라요. 이 글과 저의 디자인시스템 워크숍 커리큘럼을 참고하시면 더 좋겠습니다. 이 글이 디자인 시스템을 알아가고 싶은 모든 분들께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A. 디자인 시스템은 체계적인 복붙입니다. 따라서 포토샵으로 UI디자인하던 시절에도 디자인 시스템의 개념은 존재했다고 봐요. 다만 요즘에는 피그마, 프레이머 등 고도화된 디자인 툴로 인해 이런 복붙을 훨씬 체계적으로 만들고 관리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를 업계에서 디자인 시스템이라는 명칭으로 뜨기 시작한 건 7~10년 정도, 한국 실무에 본격적으로 고려된 것은 3~4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A. 여러분이 디자이너라면, 컨트롤 C+V를 활용하고 있을 텐데요. 이처럼 인지하지 못하고 계셨더라도 이미 경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설계, 작업할수록 원하는 애셋을 원하는 형태로 재활용하기 편해지게 되어요. 재활용하기 편하다는 것은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일잘러로 가는 지름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A. 오히려 혼자라면 훨씬 즉각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디자이너가 아니어도 모두 복붙 하시잖아요? 인체를 구성하는 요소가 뼈, 장기, 근육 등으로 이루어져 있듯이 서비스 디자인도 마찬가지예요. 타이포, 컬러, 그리드 같은 커다란 골격부터 카드, 모달 같은 구체적인 요소들에 대해 위계별로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나를 포함한 미래의 작업자가 의도를 이해하기 편하게 만들어 줍니다. 결국, 디자이너가 적은 상황에서 통일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훨씬 더 영향을 끼치기 쉬운 구조예요. 물론 시스템을 사용하는 디자이너가 많은 상황에서는 다음 레벨의 고민이 필요해집니다.
A. 디자인시스템 워크숍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경력이나 직무를 고려해 조를 편성해 드리게 되어요. 조별로 서비스를 선정해 가상의 디자인 시스템을 만들고, 시간이 지나면 각 조의 디자인 시스템을 바꿔서 사용해 볼 거예요. 디자인 시스템은 나에게 가장 도움이 되지만, 시스템을 만들지 않았던 디자이너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실제 프로젝트가 아니어도 유사 경험을 가져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디자이너가 혼자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다른 디자이너 관점의 피드백을 받기 쉽지 않을 수 있는데요. 이러한 유사 경험을 통해 효율적으로 작업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실무와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통해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A. UX는 기본적으로 서비스의 성공을 위해 중요해요. 디자인 시스템은 이미 성공한 서비스를 더욱 확장하기 위해 필요하고요. 다만 이 둘은 완전히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어요. 서비스가 성공한 후에 부랴부랴 디자인 시스템을 만들기 시작하면, 성공 확장을 위한 골든 타임을 놓칠 수도 있어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니까요. 비즈니스에서 시간은 정말 중요합니다. 정말 나중에 시도하려고 하면 엄두가 안 날 정도로 작업이 커질 수도 있어요. 회사 전체 입장으로 보면 큰 손실이죠. 그래서 우리 서비스의 수준에 맞는 정도의 시스템은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고, 공통 디자인 요소에 대한 위계별 탐구와 디자인 협업에 대한 고민을 통해 그 힌트를 찾아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A. 꼭 그렇지는 않을 수 있어요.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제품 성공을 위한 UX설계가 가장 중요하니까요. 다만 최적의 UX를 위해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면 같은 업무 시간에 훨씬 많은 걸 처리할 수 있게 될 것이고, 디자인 시스템을 활용하거나 직접 만드는 분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어요.
A. 그것은 회사마다, 직무마다 다를 것 같아요. 다만 JD(job description, 채용공고 상세)를 보면 우대사항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다만 개인적으로 면접관 역할을 할 때 중점적으로 보는 것은 ‘디자인 시스템 프로젝트’가 포함되었는지 보다는, 디자인 시스템 관련 어떠한 실무적 경험을 해 보았는지, 이를 통해 어떤 문제를 해결했는지 부분이에요. 이 수업이 그러한 문제 해결 경험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서로의 시스템을 사용 후 피드백하는 커리큘럼을 넣었어요. 열심히 경험해 보려고 노력하시는 만큼 많은 것을 가져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A. 사수 없이 일하는 주니어 분들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다른 디자이너가 내 작업물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 가늠해 볼 수 있는 간접 경험이 될 테니까요.
다만 이 수업은 피그마와 피그잼을 활용해 진행돼요. 디자인 입문자와 시니어분들의 경우, 피그마의 고급 기능, 최신 업데이트나 컴포넌트의 실무적 활용 사례가 궁금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부분을 채우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이 강의를 추천드려요. (피그마를 아예 다루지 못하는 분들에게는 추천드리지 않아요)
A. 회사에서 공부는 일방향이 아닌, 구성원과 회사가 평생 함께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해요. 학교는 대학인가요? 저는 디지털 관련 디자인을 전공하지는 않아서 조심스럽지만, IT업계는 매우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실무의 감도와는 다를 것 같다고 생각해요.
다만 배움의 기회는 꽤 많이 열려있는 것 같아요. 이제 디자인 시스템이라는 개념은 꽤 널리 퍼진 것 같거든요. 요즘은 많은 정보가 온라인에 풀려 있고, 저도 피그마 공식 유튜브나 사내 스터디, 업무를 통해 알게 되는 것들이 많거든요. 다만 이런 정보가 흩어져 있고 서비스 상태에 따라 필요한 디자인 시스템의 수준이나 전략이 달라져야 하는 것 같고, 이를 판단할 수 있으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저도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항상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하고 있고요.
A. 그걸 따로 산정해보지는 않았어요. 산정 자체도 어려울 것 같고요. 저는 수업으로 시스템을 배운 사람이 아니라 실무와 유튜브, 개인적인 시행착오를 통해 성장해 왔기 때문에 제 수업만이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다만 저는 실무 디자이너 분들이 저처럼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기를 바라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얻은 여러 시행착오, 실제로 적용하기 좋은 시스템 사례나 피드백을 커리큘럼을 통해 진행하려고 합니다.
A. 회사의 수준이나 문화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팀이 작을 때에는 혼자 빠르게 만들어 알아서 쓸 수도 있고요, 거대한 서비스의 시스템을 만들 때에는 좀 더 많은 고려사항이 필요해요. 디자이너, 개발자가 많아질수록 더 많은 사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고, 시스템 고민에 투입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회사 입장에서는 비용이거든요. 모든 회사는 비용을 효율적으로 쓰고 싶어 하고요. 회사마다 상황이 다르다 보니 명확한 답을 드릴 수는 없지만, 다수를 설득해 가면서 시스템에 쓰일 리소스를 확보하려면, 작게 시도한 시스템 성공 경험을 잘 기록해 근거로 활용하면 선행 사례로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A. 그래픽 디자인 예시를 들어 볼게요. 그래픽 디자이너들마다 자신의 작업 스타일, 그림체를 느낄 수 있잖아요? 똑같이 매력적인 비주얼을 그린다는 카테고리는 같지만, 귀여운, 세련된 이라는 하위 카테고리로 나뉠 수도 있고요. 그런 맥락에서는 디자인 시스템도 비슷해요. 같은 직무더라도 작업 스타일이 다르게 마련이거든요. 그게 크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만 자신의 방식이 얼마나 논리적이고 구조적인지를 서로 비교해 가며 공통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누군가는 UI심미성에 강점이 있을 수도, 누군가는 개발 싱크를 위한 구조화 작업에 강점이 있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만들어진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전파하는 데 특화되어 있을 수도 있고요. 서로에게서 배워 가며 시스템을 만들 수 있으면 시너지가 날 것 같아요.
A. 네, 이것도 회사마다 문화마다(비슷하면서도) 굉장히 달라요. 요지는 내가 처한 상황이나 제품에 현재 필요한 수준의 시스템이 어느 수준인지 판단하고, 이미 잘 구현되어 있는 디자인 시스템 환경이 있다면 내가 활용할 수 있는 범위는 어디이고, 필요하다면 기존 시스템을 뒤엎거나, 개선하거나, 사용하지 않을 수 있는 판단력이 중요해요.
A. 이건 너무 답정너 질문 같은데요 ㅎㅎ 깊게 고민해 본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입문하는 입장에서 이득인 부분이 많을 것 같아요. 구축 자체도 중요하지만, 기껏 만든 시스템이 쓰이지 않으면 소용없잖아요? 이것이 잘 쓰이기 위해 어떤 고민이 필요한지 실무 유사 경험을 통해 직접 느껴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A.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이전 직장에서 갖고 있던 디자인 시스템에 대한 고민과 경험이 현 직장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고요, 다른 도메인으로 이직한다고 해서 복붙 안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2023년은 피그마가 지배적인 업계 UX디자인 툴로 자리 잡은 상황이기 때문에 회사나 업종을 불문하고 활용될 여지가 많은 경험인 것 같아요.
A. 우선 남는 시간에 대한 정의부터 해봐야 할 것 같아요. 나 혼자의 남는 시간인 것인지, 디자인 팀의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줄어드는 것인지, 제품 작업 속도가 높아지는 것인지 등이요. 그중 어떤 관점의 효율화가 얼마나 이루어졌는지 파악하는 데 시간을 쏟아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사실 디자인 시스템이 좋다고들 하는데 정말 왜 좋은지 구체화해서 성과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거든요. 구성원이 어떤 식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디자인 시스템 도입을 통해 어떤 식으로 일하게 바뀌었고, 이로 인해 실무자의 작업 시간과 제품 퀄리티를 얼마나 높였을지 추산해 보는 것을 추천드려요. 프로덕트 디자인 하다 보면 놓치기 쉬운 인터랙션 퀄리티 높이는 부분이나 프로토타이핑에 시간을 투자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디자인 관련 여러 강의 제안을 받았고 진행한 경험이 있는데요, 여러 포맷을 거친 후 저와 수강생 분들께 '실시간 온라인 라이브 형태'가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했어요. 개인적으로 수강생 입장에서 동영상 강의는 스스로 동기부여해야 하다 보니 완강하기 어려웠고, 피그마나 피그잼을 활용하면 온라인 협업 경험을 충분히 몰입감 있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따라서 이 결정이 신청하신 분들의 역량 증진에 더욱 유익한 경험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기획했어요. 흥미로 이 글을 읽은 분들께도 이 커리큘럼과 질의응답 자체가 디자인 시스템을 고려하는 상황에서 도움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