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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솔 Sep 15. 2020

계속되는 집콕 육아, 너에게 난 세상이다.

아기는 성장 중, 엄마는 성찰 중

이젠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여전히 힘겨운 집콕 육아

한동안 주춤했던 코로나가 재확산 기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나와 아기의 강제 집콕은 계속되었다. 한창 많이 보고 만지며 에너지를 분출해야 할 시기에 집에만 갇혀서 이 방 저 방 빙빙 돌아다니는 17개월 딸내미의 모습이 짠하고 안타까웠다. 또 한편으로는 나 역시 온종일 아기와 붙어 지내다 보니 많이 예민해진 상태였다.


그래서였을까. 아기의 칭얼거림이 유난히 버거웠던 주말, 어떤 한순간을 참지 못하고 불쑥 남편에게 불똥이 튀었다. 다행히 남편은 나의 히스테리를 되받아치는 대신, 시댁에 아기를 데려감으로써 나에게 쉼을 제공해주었다.



너에게 난 세상이었다.

마음의 평화를 되찾기 위해 오래전부터 책상 위에 놓여있던 책, <오늘부터 내 인생 내가 결정합니다>를 펼쳐 들었다. 한참을 읽어 내려가다 문득 마주친 한 구절에서, 갑자기 가슴속 뜨거운 덩어리가 목까지 울컥 차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세상에게 당신은 그냥 어떤 사람이지만
그 어떤 사람에게 당신은 세상이다.

시인 에리히 프리트

맞다. 내 하나뿐인 소중한 딸, 내 뱃속에서 열 달을 품어 키워낸 딸. 그녀에게 나는 세상이었다. 그녀는 나를 통해 세상을 보고 이해하고 느끼는 존재였다. 나는 그녀에게 어떤 세상이 되어주고 있는가.



나를 좀 더 용감하고 위대하며 더 멋진 사람으로
만들어준 너.

딸을 출산한 후 나의 모든 것은 180도 바뀌었다.


하루 8시간 잠은 필수요, 퇴근 후 쪽잠까지 챙겨자던 내가 지금은 딸의 조그만 뒤척임에도 눈이 번쩍 떠지는 초예민 맘으로 거듭났을 뿐만 아니라, 하루 4시간 이상 통잠을 자본 적 없이 1년 6개월을 살아내는 사람으로 변했다.

주방에 들어가기가 싫은 날이 많아서 신랑을 꼬드겨 외식을 하거나 시댁, 친정 찬스를 쓰던 내가 아이를 재운 후 꼬박 주방에 서있다가 하루를 마무리한 날들도 많았다.


무거운 건 잘 들지도 못했고, 들고나면 허리며 어깨며 전신이 아팠었는데 지금 그런 통증 따위는 예삿일이 되었다. 10kg 조금 넘는 딸을 한 팔로도 거뜬히 들어 골반에 척 걸치고, 옆구리에 슉 끼우고, 야무지게 업어가며 장도 보고 설거지도 하고 심지어 유모차도 들어 올린다(아, 물론 극심한 후유증이 따르긴 하나 선택사항이 없다.)

그녀는 모든 면에서 나를 더 용감하고 멋진 사람으로 성장시켜주는 존재였다.



그럼에도 때론 엄마라서,

하지만 하루하루 ‘엄마’라는 타이틀을 달고 살아가다 보니 마음 한 구석엔 늘 걱정과 불안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내 딸은 나를 세상이라고 믿고 있는데, 나는 그녀의 세상이 되어주고 있는 걸까?

그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수많은 육아책과 정보들을 접하면서 깨달은 한 가지는, 결국 내 딸과 나의 성향을 파악하여 그에 맞는 양육방식을 일관성 있게 고수하자는 것이었다. 가령, 밥을 잘 안 먹는다거나, 밤잠을 못 잔다거나, 피부에 알레르기가 올라온다거나, 유난히 칭얼댄다거나 하는 것에 대한 변화를 세심하게 알아채고 그에 대응하는 방식 말이다(그럼에도 불쑥 불안감이 올라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엄마의 마음일까?).


어쨌든, 사랑하는 내 딸은 이 순간에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고 여전히 나를 향한 미소도 날려주고 있으니 걱정은 이제 그만 접어두자.


그리고 지금처럼 든든한 세상이 되어주자.


(지금도 육아로 고군분투 하고 계시는 엄마들 힘내세요!)

아기는 성장중, 엄마는 성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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