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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솔 Aug 29. 2020

공짜에 속지 마세요. 나를 팔아넘기는 거예요.

빅데이터 알고리즘은 어떻게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가


다들 한 번쯤 경험해보셨죠?

개인정보 입력하고 쿠폰이나 포인트 받은 경험,
이름이랑 핸드폰 번호만 입력하면 모바일 커피 쿠폰 1장을 무료로 드린다는 그런 거요.

실은, 그거 공짜 아니에요.
여러분은 속으신 거예요.
알면서 속아주신 분도 계실 거고요.

안타깝지만 늦었어요.
어쩌면 그것 때문에
우리의 일자리가 사라질지도 모르거든요.


극단적인 발언으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올 초 발병한 코로나 19는 언택트 문화를 탄생시키면서 기술혁명을 급격히 앞당겼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알고리즘은 대중의 삶에 더욱 깊이 파고들었다. 문제는 이 친숙한 존재들이 우리의 생계유지 수단인 일자리를 위협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며칠 전, 구미가 당기는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안 넘어가는 고객님께 기한이 지났지만 그래도 가져가라고 친히 알려주심

2년 전 아이폰을 구입한 매장에서 내 휴대폰의 할부기간이 끝나가는 걸 귀신같이 알고 유인 문자를 보낸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수차례 걸려오는 전화까지. 사은품이 궁금해서 물어보니 주방용품이나 생활용품이란다(주부 솔깃). 게다가 교체한 지 얼마 안 된 값비싼 필름이 또 깨지는 바람에 속이 쓰렸는데 공짜로 교체도 해준단다.


하지만 난 알고 있었다. 저들의 목적은 3번, 기기보상서비스라는 것을(다들 아시쥬?). 며칠 동안 모르는 번호로 끊임없이 울려대는 휴대폰을 보며 지금껏 얼마나 많은 <개인정보 활용 동의> 란에 체크했는지 되새겨보았다.


하루에도 수십 통씩 쌓여가는 광고성 문자와 알림. 처음엔 즉시 차단, 즉시 삭제로 대응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이마저도 무뎌져 버렸다. ‘어차피 또 수일 내에 쌓일 텐데 적절한 때에 일괄 삭제하지 뭐.’ 이번엔 공짜에 속지 않았지만 이미 늦었다. 공짜 좋아하며 넘겨준 내 개인정보를 활용해서 기회다 싶으면 언제라도 다시 연락이 올 테니까.


기업은 왜 질 좋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할까

답은 위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에는 판매를 목적으로 해당 서비스의 일부(sample)를 무료로 제공하였다면 오늘날 기업들의 진짜 목표는 그 이상의 것이 되었다. 바로 ‘고객의 데이터 수집’이다. 이를 두고 유발 하라리는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 상품, 기업을 평가할  매출액보다는 그것을 통해 모을  있는 데이터를 기준으로 삼는다.
데이터야말로 미래에 생활을 통제하고 형성하는 열쇠가   있기 때문이다. (130)

21세기 자산은 자본도 노동력도 아닌 정보다.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고객과 관련된 정보를 캐내야 하는데 그러려면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가 필수인 요즘, 우리는 그 소중한 정보를 '공짜 서비스'에 현혹되어 덜컥 내주고 마는 것이다.


앞선 사례 역시 나의 소중한 자산인 개인정보가 활용된 결과이다. 이로써 빅데이터 알고리즘의 위력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휴대폰 구매 이력과 요금제 사용 분석 알고리즘에 따른 '맞춤형 요금제 제안'으로 나를 얼마든지 유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알고리즘은 어떻게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가

이처럼 빅데이터 알고리즘은 인간의 취향을 분석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인간의 행동과 생각을 읽어내고 예측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이는 상당수의 일자리가 AI(인공지능)으로 대체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인간의 감정과 욕망이 생화학적 알고리즘에 불과하다면, 이런 알고리즘을 해독하고 업무를 처리하는  컴퓨터가 호모 사피엔스보다 훨씬  뛰어날 수밖에 없다.(같은 , 47)


여러 과학자들은 인간의 ‘직관’이 자유 의지가 아닌 일종의 반복되는 패턴으로부터 나온 결과라고 하였다. 직관도 빅데이터 분석으로 알고리즘화   있다는 이야기다. 만일 그렇게 되면 직관이 필요한 업무(변호사, 의사, 약사 등의 전문직, 심리치료사, 운전사 등)들의 일부 또는 전체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3년 전 미국 뉴욕에서 인공지능 변호사 로스가 여러 면접자들을 제치고 대형 로펌에 취직한 사례는 이를 증명해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우리의 개인정보를 비롯한 빅데이터들은 이미 수많은 기업의 손에 넘어갔다. 기업은 그렇게 얻은 데이터를 분석하여 각종 서비스를 제공한다. 당연히 삶의 편의는 높아지겠지만 이윤 추구라는 기업의 본질을 생각해봤을 때, 계속해서 모이는 빅데이터를 각 분야의 인공지능에 활용한다면 그만큼 우리의 일자리는 줄어들거나 지금보다 더 광범위한 플랫폼 노동이라는 새로운 노동환경에 편입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위기 속에는 언제나 기회가 있다. 이제는 빅데이터의 수혜자가 아닌 생산자의 관점으로 새롭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뛰어난 정보 수집력, 분석력이 있다고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빅데이터를 통찰할 수 있는 ‘통찰력(insight)’은 오로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아이폰이 어떻게 나왔는지 생각해보시라=무에서 유를 창조). 그리고 그 통찰은 끊임없는 독서와 경험, 사색, 깊이 있는 인간관계 등에서 비롯된다고 확신한다.


그러니 애초에 빼앗길 수밖에 없는 정보들은 쿨하게 내어주고,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콘텐츠를 끊임없이 연구개발, 확장하여  ‘AI가 대체할 수 없는 사람’으로 성장해나가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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