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잡문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q mark Jun 23. 2021

이 여름, 나는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다이어트를 시작한 지 2주가 지나 3주 차에 들어섰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백신 접종 이후 7월에 있을 파리행, 그중에서도 파리에서의 스냅 촬영에 대비해서다.


 나와 여자 친구는 한국에서 결혼식을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오랜 시간 고민을 했지만 결국 '안 그래도 한국에서 나와서 살면서, 결혼식마저 하지 않으면 부모님께 너무 큰 실망을 드릴 것 같다'가 결론이었다. 그래서 '결혼식은 한국에서 하자'가 되었고 사진 촬영 등은 한국에서 준비할 시간이 없으니, 여행을 가게 되면 틈틈이 우리 둘의 사진을 찍어, 그 사진으로 결혼사진을 대신하기로 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여행길이 막혔고 이제야 유럽도 백신 접종으로 인해 그나마 점차 정상화가 되어가며 예전부터 이야기하던 프랑스 파리 여행을 계획하며 동시에 스냅 촬영을 알아보게 되었다. 취향이 비슷한 우리는 한 작가분의 사진에 '오, 이거다!' 싶었고 바로 연락을 해, 약속을 잡고 그 약속에 맞춰 프랑스 여행 일정도 잡았다.


 여하튼, 그러한 연유로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나는 한국에서도 딱히 다이어트라고 해서, 식단까지 조절하며 살을 빼본 경험은 거의 전무했다. 독일에서는 말할 것도 없지만, 처음 독일에 와서 'WG'라고 불리는 플랫 셰어 하우스에 살 때는 아무도 눈치를 주지는 않았지만, 괜히 저녁에 주방 사용하는 게 눈치가 보이곤 해서 굶기도 하다 보니 그때는 살이 알아서 빠졌었던 것 같다.

 반면 그 이후로는 전반적으로 그래프를 그려보면,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 여자 친구와 만나며 혼자라면 절대 해 먹지 않았을 것 같은 한식들을 해 먹다 보니(다이어트 이후로 예전에 찍은 음식 사진들을 봤는데 우리가 이렇게나 다양한 음식을, 많이도 먹었었구나 싶었다) 더욱 박차를 가했었다. 게다가 코시국으로 인해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더더욱 그랬다(는 건, 단지 핑계이려나).



 아직 성공이다, 아니다를 논하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이고, 내가 생각하기에는 가장 흔한방법(쉐이크를 활용한 방법)이기에 '어떻게 하고 있습니다'라고 이 글에 적기에는 좀 아닌 것 같다. 나는 내가 다이어트를 하며 느끼고 있는 것들을 몇 가지 적어보려 한다.


 일단, '아, 배고파'에 잠에서 깨어나고, '아, 배고파 죽겠네'를 읊조리며 잠든다.

 첫 주에는 세 끼 내내 쉐이크만 먹고, 둘째 주부터는 하루 한 끼만 단백질에 현미밥을 먹고 있는데 정말 배고프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 둘은 정말 많이, 잘 먹어왔다. 한국에서 로제 떡볶이가 흥하고 나서, 한번 먹어보자 하는 마음에 거의 한 솥을 만들어도 한 끼에 다 먹었고, 둘이서 삼겹살을 1킬로를 먹어도, 냉면을 꼭 곁들여서 먹었다. 그랬던 우리가 이렇게 식단 조절을 하기 시작하니 당연히 계속 배가 고프다.

 그런데 아침에는 '배고파'지만, 잠들기 전에는 정말 '아이고, 배고파 죽겠네'가 절로 나온다. 쉐이크만 먹던 첫 주에는 너무 배고파서 잠에서 깨기도 했을 정도다. 그래도 우린 안 죽는다. 생각보다 위는 금방 느는 만큼 줄어드는 것 같다. 적응이 되기 시작하면, 물론 그럼에도 여전히 배고프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고 그냥 배가 고플 정도에서 잠이 든다. 심지어 적응이 되고 나니 평소만큼 먹으면, 속이 더부룩하고 몸이 무거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또, 생각보다 우리가 먹던 음식의 간이 자극적이었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점심으로 먹는 단백질인 돼지 목살, 닭가슴살, 연어 등을 구워 먹을 때도 최대한 염분을 줄이고자 소금은 거의 쓰지 않고 후추만 뿌려서 먹었다. 김치도 먹게 되면 입맛을 돋울 것 같아 입에 대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 주말에 '치팅'삼아 그나마 가벼운(혹은 그냥 느낌일지라도 가볍다고 느껴지는) 분짜를 비롯한 베트남 음식을 시켜먹었었는데 매번 먹을 때마다 간이 심심하다 느껴졌던 곳의 음식이었는데 혀가 바로 짜릿할 정도로 자극을 느꼈다. 사실 정말 맛있게 먹었으면서도, 원래 이런 맛이었구나 싶어 '혀'에 미안해졌다. 매번 강한 자극을 주다 보니 이런 자극에도 간이 약하다 느꼈으니...



 그렇다면, 앞으로도 이렇게 지속적으로 저염식에 식단관리를 할 것 인가. 이 부분에 있어서는 잠시, 뇌에 브레이크가 걸린다.

 

 자, 우리가 이미 널리 아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맛있는 음식을 좋은 사람과 함께 먹을 때, 기분이 좋아진다.' 과학적인 이론까지 꺼내지 않더라고, 경험상 우리는 알고 있다. 맛있는 음식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먹을 때 그 행복한 기분. 말 그대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아니, 적어도 나는 아주 잘 알고 있다. 그걸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 가장 확실하고 소소한 행복을 포기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나는 지금 여자 친구가 놀랄 만큼, 나를 자제하고 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오렌지, 포도 등의 과일도 거의 먹지 않고 있고, 간식이라고는 파프리카, 방울토마토 등 먹어도 괜찮다 여기는 것만 먹고 있다. 갑자기 뭐가 먹고 싶다고 폭주를 하지도 않고 있다.


 이렇게나 열심히 할 수 있는 이유에는 '이 다이어트에는 끝이 있다'라는 사실이다. 이렇게 시작했으니,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한다라고 하면, 나는 금방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다이어트에는 파리에 도착한 그다음 날 사진 촬영 때까지 만이라는 '기한'이 있다. 지금도 나는 틈틈이 파리 맛집, 파리 빵집, 파리 디저트 등등을 검색해가며 지도 앱에 별표 표시하고 있다.


별표 표시한 곳 대부분이 식당, 빵집이다. 물론 앞으로도 추가될 예정이다.


 사진 촬영이 끝나면 나는 가장 편한 바지를 입고서, 말 그대로 '진탕'(진탕은 사전적 의미로 '싫증이 날 만큼 많이'라는 뜻이다) 먹어댈 예정에 있다. 일어나면서 '오늘은 뭐 먹지'로 시작해, 잠들 때 '아휴, 잘 먹었다.'로 끝나는 게 나의 파리 계획이다. 상당히 미련해 보이긴 하지만, 실제 내 계획이 이렇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지는 않고 싶다.



 다만, 다녀와서는 평소에 가끔은 식단을 관리해볼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건, 앞서 말했던 몸이 무겁게 느껴지고, 평소에 우리가 먹던 음식들의 간이 세구나라는 느낀 점 때문이다.

 어쩌면 우린 생각보다 필요 이상으로 많은 걸 먹어왔고, 자극적으로 먹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 몸이 원해서 먹는다고 생각해왔지만, 음식에 '중독'되어버린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이어트는 아직도 진행 중이지만, 조금이나마 내 몸의 소리를 들어볼 수 있는 기회였다는 생각이 들어 파리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내 삶에 있어서도 이번 경험은 꽤 중요한 경험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행복감을 전부 포기하지는 않을 생각이지만. :)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의 만족과 행복, 그 간극에 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