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은 왜 변한 걸까.
어느 순간부터 우리의 주방이 달라져 왔습니다.
예전의 주방은 늘 생활공간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었어요. 손님이 왔을 때 주방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중문이 있는 경우도 많았어요. 하지만 이제 주방은 집의 중심부, 그러니까 아주 중요한 공간이 되었어요.
주방은 왜 이렇게 변할 수 있었던 걸까요?
그 재미있는 이유를 유튜브 채널 < 조승연의 탐구생활 >에서 일부 인용해 아래에 적어봤어요.
옛날부터 집으로 손님을 초대하면 요리를 하는 사람은 식탁으로 왔다 갔다 서빙하고, 요리하고를 반복하다 보니 자연스레 그 자리에 낄 수 없게 됩니다. 만드는 사람 따로, 먹는 사람 따로, 결국엔 게스트만을 위한 자리가 되어 버리는 거죠.
세월이 흐르고 싱글들이 점점 많아지며 본인이 요리도 하고, 호스트의 역할도 해야만 했어요. 그러면서 본인 가까이에 일종의 스테이지(아일랜드 식탁)를 놓고, 게스트는 앞에 바 스툴에 앉아 함께 대화를 나누고, 갓 만든 음식을 바로 먹고 즐기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가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이때부터 요리하는 사람과 서빙하는 사람의 관계가 평등해질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여기서 나온 '아일랜드 식탁' 다들 들어 보셨겠죠? 사전적 의미는 조리 겸용 보조 식탁이에요. 섬처럼 따로 떨어져 있는 데서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앞서 나온 얘기처럼 이 아일랜드 식탁 덕분에 우리는 주방의 고립에서 벗어나게 되었어요. 요즘의 아파트, 빌라 등의 건물 주방은 아일랜드 식탁이 기본적으로 설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따로 구입해 사용하는 집들도 많아졌다고 해요.
부족한 조리 공간을 보충해 주고, 원룸 같이 식탁을 따로 둘 수 없는 협소한 공간에서 다용도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큰 장점들도 있어요.
그리고 장점을 넘어 더 매력적인 이야기도 있어요!
그림과 같이 아일랜드 식탁이 있는 대부분의 집의 구조는 주방이 오픈되어 있어요. 사실 우리에게 더 익숙한 주방은 요리하는 사람이 외롭게 벽과 마주해 있는 모습이에요. 이는 아주 오랜 과거에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1818년, 이를 깨고 천장이 높고 사방이 뚫린 세계 최초의 오픈형 주방을 만든 곳이 있어요. 이곳에서 일한 프랑스 요리사 카렘은 어마어마한 창작 요리로 유명했다고 해요.
오픈형 주방과 창의력의 연관성. 이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은 아니에요. 하지만 고립된 공간에서 벽을 마주하는 것보다, 오픈된 공간에서 사람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트인 공간에서 잠시 머리를 환기할 수 있다면 뭐라도 더 좋은 영향을 받을 것만 같지 않나요?
위의 그림처럼 대부분 주방의 싱크대는 벽 앞에 있습니다. 이는 설치, 구조, 편의 등의 여러 이유로 바꾸기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물론 바꿀 필요가 없는 것 같기도 하고요. 똑 떨어져 나온 아일랜드 식탁만 있다면 우리는 충분히 오픈형 주방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어느 새부터 오픈형 주방의 식당들도 많이 늘어났습니다. 이는 단지 위생적인 부분을 보여주기 위함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지만 이제는 다양한 면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린 시절 살았던 집의 주방과 최근에 보는 주방을 비교해 생각해 보면 꽤 많은 점들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요즘은 거실과 주방을 반반으로 사용한다거나, 거실보다 주방을 더 넓게 쓰는 등 주방이 집의 중심이 되는 라이프 스타일이 많아진 것 같아요. 주방은 요리를 준비하는 곳 이상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되었어요.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날, 많은 시간을 혼자 뚝 떨어져 주방에서 보냈던 엄마는 얼마나 고독했을까요? 이제 주방은 누군가 한 명은 꼭 외로워져야 하는 공간이 아닌, '함께' 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 되었네요.
여러분의 현재 주방은 어떤 모습인가요?
그리고 어떤 주방을 가지고 싶나요?
고요의 방, 그리고 짧은 이야기
글/그림 공간 아트 디렉터 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