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없이도 마음에 위로를 받았다.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일에 답답하거나,
지나치게 울적해질 때가 있다.
이럴 땐 차가운 물 한잔 들이키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는 일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공기와 함께 마음도 환기시키려 창문을 열었지만 야속하게도 앞 건물이 시야를 가린다.
내 눈에 들어오는 건 온통 갈색 벽돌뿐. 몸을 빼꼼히 내어 옆을 돌아봐야 간신히 나무 한 그루가 보인다. 그래서인가 나는 커튼을 잘 걷지 않고 지낸다. 내 방 창문은 벽과 다를 게 없었다.
도시란 원래 그런 곳이 아닌가.
비슷하게 생긴 건물들이 여유 없이 빼곡하게 줄 지어 있는 곳. 요즘은 나무 한 그루 찾아보기 힘든 동네도 있다고 한다. 이 모습에 숨이 턱 막힐 때가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주말이면 가끔씩 가까운 자연을 찾아 떠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으로 내 방 한편에 숲 그림을 들였다.
푸르른 나무들이 끝없이 펼쳐지는 사이에서 걷고 싶어지는 숲이다. 답답하게 줄지은 벽돌집 같은 것은 없다. 주말이면 훌쩍 조용하고 한적한 자연을 찾아 떠나고 싶어지는 마음을 떠올리며 내 하루하루에 더 자주, 자연이 스며들 수 있도록 가까운 공간에 자연을 들였다.
매일매일 건물에 둘러 싸여 지내는 것은 익숙하다. 하지만 이곳을 앞으로도 떠날 수 없음은, 창문을 열어 두어도 답답함이 해소되지 않음은 왠지 슬프다.
그래서 숲을 보며 오늘도 그 마음을 위로받는다.
글/그림 공간 아트 디렉터 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