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깨는 현석이 Apr 19. 2024

24.04.19 자기 확신이요?

가진 게 나 밖에 없어서요.

#1.

병원에 갔는데 상담치료를 함께 해야한다고 말씀하셨다.


"원래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있는 편이셨나요?"


"네. 옛날에는 많이요."


"그럼 지금의 상태가 만족스럽지 못한만큼 혹은 주변에서 못미더워 하는 만큼 불편하게 느끼실 수 있어요. 그래서 상담치료를 권해드리는거구요."


"..."


"지금 조금 불리하신 상황이신 것 같아요. 주변에서 나를 못미더워하고 스스로가 내린 결정이 맞아야 한다고 믿는 그 간극만큼을 잘 인지하고 계셔야 해요. 그래야 와르르 무너지거나 갑자기 폭발하거나 하지 않을 수 있어요. 지금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잘 봐주세요."


너 마당에 대추나무 있어? 없는데요, 있으면 큰일 날뻔 했어 류의 당연한 이야기 일 수도 있지만 지금 나의 상황에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증량된 약을 받아서 서둘러 병원을 빠져나왔다.


#2.

아마 뚱뚱해진 것도 한 몫하는 것 같다. 담배를 너무 많이 피는 것도. 해야 일을 끝까지 마치는 너무 힘들어져버린 것도, 사람들과의 관계맺기가 예전보다 더 힘들어진 것도 모두 지금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그 때 만약 침대에 누워서 모든 걸 포기해버리기로 했던 그 순간에 내가 한 번 더 참았어야 했을까. 그랬다면 지금 더 미쳤더라도 아직 매일 달리고 있을까. 스스로를 거짓말에 감추면서 살지 않기로 했을 때 이렇게 많은 장애물을 만나게 될 줄 알았다면, 그 때 나는 순간의 환희와 열기에 취해서 섣부르게 선택하지 않았을까. 지금 그냥 보기에 조금 더 그럴싸한 사람으로 살고 있을까. 그랬다면 내 모습은 어땠을까. 과거로 돌아갔다가, 정신나간 소리를 계속 지껄였다가 한다. 그러니 가뜩이나 내가 마음에 안드는데 모습을 보고 한마디씩 거들때면 정말 화가나서 미쳐버릴 같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오늘은 억울한 마음을 좀 털어놓고 싶었다. 사람들을 보면 다들 억울하거나 억울하지 않으려고 애쓰거나 억울해도 아닌 척 쿨한 척하는 것 같아서 사실 당신들도 다 똑같잖아! 라는 말을 좀 하고 싶었다. 가슴이 답답하고 슬프거나 화가 나거나 아니면 그마저도 못이겨 결국 무력해지거나 세가지 감정을 오락가락하다 보니 좀 지쳤다.


#3.

제일 억울한 부분은 지쳐도 별 수 없이 생활은 굴러가야하고 삶은 이어진다는 것이다. 제기랄 누가 잠깐만 멈춰줬으면 좋겠다. 나는 요새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만큼 새집에 집착하고 있다. 가구를 이렇게도 놓았다가 저렇게도 놓았다가 이 벽에 이걸 걸었다가 저 벽에 저걸 걸었다가 하면서. 사실은 집이 문제가 아닌 것 정도는 나도 알고있다. 하지만 멈출 수 없다.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라도 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서.


#4.

활동을 할 때 만났던 선생님들 생각이 자주 난다. 미웠다가 원망스러웠다가 미안했다가 고마웠다가 다시 밉고 원망하는 마음으로 뱅글뱅글 도는데 이게 멈추지 않는 통에 머리가 너무 복잡하다.


#5.

그래도 오늘 또 일어났으니 할 일을 해야지. 간 밤도 역시 잘 자지 못했다. 양압기를 끼면 공황이 오고, 벗으면 숨을 못쉬어서 일어난다. 결국 3,4시간 정도를 잔 후에 좀비처럼 집을 빌빌 돌아다니다가 해가 뜨는 걸 본다.


이비인후과에 가볼거다. 코가 막혀서 그런건가 싶어서. 숨쉬기가 편하면 양압기를 잘 쓸 수 있을거다. 그러면 잠도 좀 더 잘 잘 수있겠지. 먹고 자는데 최선을 다해보자. 어디까지일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어쨌건 할 수 있는 걸 또 해보는 수밖에.

매거진의 이전글 24.04.08 그 사람 죽었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