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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깨는 현석이 Jun 25. 2024

2024.06.25 안갯속

가진 게 나 밖에 없어서요.

#1.

머리가 안갯속같다. 아직 꿈에서 깨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그 꿈들이 너무 생생했던 건지 분간이 잘 가지 않는다. 

머리를 감아보고 세수를 해본다. 한결 낫다. 오늘 할 일은 .... 모르겠다. 할 일은 많은데 정리가 하나도 되지 않는다.


#2.

봐주기로 했던 친구 결혼식 사회를 봐주고 왔다. 몇 개월 동안 전전긍긍했는지 모른다. 내가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다시 말할 수 있을까. 승낙했던 때보다 훨씬 더 쪼그라든 마음에 날짜가 다가올수록 더 전전긍긍 했었는데. 다행히 무사히 끝마치고 돌아왔다. 사실 무사히라는 표현보다도 더 나은 결과였다. 친구들이 전문 사회자 같다고 칭찬을 해줬고 나는 옆에서 멘트를 쳐야할 때마다 '다음 멘트요'라고 직원분이 알려주셨다는 사실은 굳이 말하지 않았다. 


#3.

취업을 하기로 했다. 쓸데없이 잔재주만 많아서 이리저리 방황하던 시기는 나를 계속 피폐하게 만드는 것 같다. 나는 어떤 방식으로든 무대에 서고 싶었다. 이렇게 글을 써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든, 유튜브 영상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든, 연극 무대에 오르는 것이든 간에 사람들에게 '짠'하고 내가 잘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이건 안갯속이다. 그냥 안개도 아니고 오리무중 안갯속.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잡히지도 않는다. 그만치 안에서 열심히 헤맸냐고 한다면 그것도 모르겠다. 나는 겁에 질려있었고 간간히 걷다 부딪히는 것들에 그만 지쳐버렸을 뿐이다. 내가 했던 선택들은 여전히 나를 이 뿌연 안갯속에 머물게 하고 있다.


#4.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니 뭐부터 시작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안갯속을 헤매고 다니던 터라 체력은 이미 바닥이 났는데 다시 일어나서 여전히 뿌연 시계를 헤치고 또 여기저기 부딪히며 걸어갈 생각을 하니 막막하고 아득하다. 욕심을 내려놓자, 밥벌이만 할 수 있으면 그만이다 되뇌어본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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