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학생 짧은 일기.
상담선생님이 상담을 종결하자고 문자가 왔다. 물론 내가 먼저 다음 주에 상담을 하자고 이야기하다가 그렇게 이야기가 나온 거지만.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순간 누군가에게 꼭 이야기해야만 하는데 누구에게 이야기해야 할지 몰라서 황망한 기분을 느꼈다. 나는 그 상담이 사실 엄청 큰 버팀목이었나 봐.
저번에 내가 스피커형 인간이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거기에는 내가 무슨 일이 생기면 혼자 상황을 마주하기보다는 누군가에게 쪼르르 달려가 공감을 구걸하며 고통 분담을 요청했다는 의미도 사실 함께 포함되어 있다. 그마저도 점점 못하게 되다 보니 안 하게 되긴 했지만 말이다.
내 감정에 책임진다는 건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무슨 일이든 나에게는 일어날 거고 그게 좋든 싫든 무슨 기분을 느낄 텐데 그게 내가 느껴야 하는 거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냥 그 감정조차 받아들이는 것. 내가 그러지 못했고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상담의 도움 덕분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내 감정을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그걸 어디 가서 그곳만치 이야기할 수 없게 된다면 어쩌나라는 걱정이 먼저 든다. 당장 오늘 그런 일이 있고 나서 바로 이 황망함을 나눌 누군가를 찾았으니 말이다. 안 해볼 버릇을 하니 이제 그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들이 나에게는 없다는 사실을 절절하게 느꼈고, 순간 너무 외로워졌다. 아니 사실은 외로워졌다기보다는 외로운 게 무서워서 도망치기에 급급하다가 결국 그마저 없는 외로운 그 순간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정말 외로운 게 무섭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