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예술가의 고백 Vol.1
이 이야기를 쓸까 말까 고민이 많았다.
바로 어제까지도 그림이 좋다고, 당신도 해보라고 글을 쓰고 그림을 올리던 사람이
오늘은 '실패'와 '포기'에 대해 말한다는 게
어쩐지 지금껏 쇼윈도 커플 행세를 한 것이 들킨 듯 낯 뜨겁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한 이유는 이렇게 정리의 시간을 따로 갖지 않으면,
갑자기 종영되어 버리는 방송처럼 하루아침에 꿈과 작별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지난 내 시간들이 통으로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릴 것 같다는 두려움이 느껴져서다.
그럴싸한 성과를 하나도 내지 못한 약 5년의 시간을 그래도 의미 있게 봐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고,
그 방법은 기록밖에 없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오해는 하지 않길 바란다. 나는 여전히 그림이 좋고 더 이상 못 그리겠다 싶을 때까지 그릴 것이다.
다만, 그림 그리는 직업을 갖고 싶었던 꿈을 이제 접기로 마음먹었다.
그림으로 밥벌이하는 것에 '실패'했음을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구구절절한 하소연에, 읽으면 시간만 낭비되는 글일 수도
(아니 어쩌면 아무에게도 읽히지 않는 글이 될 수도) 있지만
이 길 위를 걷고 있는 다음 여행자에게 방명록을 남기는 마음으로
글을 써보기로 했다.
+
이 글은 얼마 전, 그러니까 작년을 끝으로 그림에 대한 욕심을 다 정리하면서
혼자 조용하게 해오던 블로그에 '실패한 예술가의 고백'이라는 제목으로 쓴 글입니다.
그러다 문득 이 글이 브런치에 좀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거의 2년 만에 염치 불고하고 들어와 봤는데요. 깜짝 놀랐습니다.
주인장도 내팽개쳐버린 곳을 어떻게 아시고, 또 무엇을 믿고 최근까지도 '구독'을 눌러주신 건지!
지난 활동을 응원해주셨던 분들께 공백에 대한 설명이 되면 좋겠다 싶다가도
괜히 창피한 흑역사만 공개적으로 널리 널리 퍼뜨리는 꼴이 되는 건 아닐까,
글을 업로드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오늘 숭님(이승희, '기록의 쓸모' 저자, 마케터)이 인스타그램에 올리신,
오늘자 조선일보 '밀레니얼 톡'이라는 코너에 쓰신 칼럼을 보고 생각을 고쳐먹었습니다.
"삶은 모순입니다. 15살, 25살, 40살의 나는 각각 다른 존재이지요. 그 삶을 자세히 보면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인생을 격정적으로 돌파하는 사람은 1년 전의 자기 말을 부정합니다. 한 인간의 삶을 그릴 때는 모순되고 비약하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단절의 순간, 그 순간을 짚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김탁환 소설가의 '천년습작'에 나온 구절이다. 인생을 격정적으로 돌파하는 사람은 1년 전의 자기 말을 부정한다니,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 2021년 1월 4일 조선일보 밀레니얼 톡 중
새해를 맞아 '달라지기'를 목표로 잡았습니다.
지난 몇 년간은 어떤 일이 있어도 '나를 지켜내기'가 목표였더랬지요.
인생을 격정적으로 돌파하기 위해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자기 번복을 하게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참기 힘든 모순과 비약을 발견하시더라도 너무 웃거나 놀라지 마시기를
프로 자기번복러(?), 노파심에 부탁 남겨봅니다.
참,
인사가 늦었네요.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