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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다라 Dec 20. 2023

0. 안녕할 용기

그때의 나와 마지막 작별_최종_마지막_진짜마지막







2017.8.16 ~ 2023.12.18





오랜만에 들어와 본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인들의 글을 읽기 위해서 틈틈이, 나도 다시 시작해 볼까 하는 마음으로 간간이 이곳을 들락날락했더랬다. 그림으로 이어갈 자신은 없고, 뭔가 쓸 만한 아이디어도 마땅히 떠오르지 않아 시간만 보내다가(몇 년을...) 문득 올해 꽂힌 키워드였던 '용기'에 대해 써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브런치에 접속했다. 안 오랜만에.


그림을 그리며 살고 싶었던 나의 한 시절이 온전하게 남아있는 유일한 곳. 아마도 2017년 여름에 썼을 작가소개 문구를 보며 여기가 내 마지막 미련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통으로 들어내고 싶을 만큼 민망한 흑역사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나를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소개한, 하나 남은 기록을 지우자니 그림을 놓은 지 벌써 몇 년째인데도 이제서야 무슨 한 시대가 저무는 걸 마주한 사람처럼 멜랑꼴리해졌다. 


언젠가 힘든 시기를 보낸 친구가 스스로를 타박하길래 한 번이라도 아주 잠깐이라도 그때의 너 자신을 꼭 안아준 적이 있냐고, 안아주면 안 되겠느냐고 말한 적이 있다. 나야말로 허황된 꿈을 꾸고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뛰다가 실패하고 주저앉아버렸던 그때의 나를 따스하게 안아준 적이 있었나. 어느 것 하나 큰 죄가 아닌데, 참 매몰차게도 손절했다는 생각이 이제야 들었다. 


영문도 모른 채 버려진 아이의 끝자락을 겨우 붙잡고 제대로 된 안녕을 건네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다. 가슴이 쿵쾅쿵쾅 뛴다. 제목에 넘버링까지 한 글을 몇 년만에 올려 놓고 감감무소식, 이 글만 또 몇 년 덩그러니 남게 될까 봐 겁이 나서. 그거야말로 진짜 이불킥감인데... 지금이라도 그만둘까? 아니다, 용기를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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