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촬영은 결혼 과정 중의 필수 코스이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웨딩촬영은 결혼식 당일 스냅사진뿐 아니라 스튜디오 촬영과 야외 촬영을 포함한 결혼 관련한 사진 촬영을 통칭한다. 내 주위에서도 심심치 않게 여러 웨딩촬영을 하는 것을 보게 된다. 지인들의 웨딩촬영 과정을 지켜보면서 가장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웨딩촬영 후 A컷 선정의 과정이다.
언제부터 그렇게 되었을까?
사진업계에도 유행이 있다. 선호하는 사진 분위기, 보정 스타일, 구성품 등은 알게 모르게 계속 바뀌어 오고 있다. 내가 결혼을 하던 2009년 무렵에는 사진 촬영 후 촬영 작가나 업체에서 A컷을 선정해서 리사이즈 본을 보내줬다. 리뷰 후에 큰 문제가 없다면 해당 사진들로 앨범을 만들거나 인화해서 배송이 오는 식이었다. 이러한 방식이 언제부터인가 웨딩촬영 후에 촬영본 전부를 리사이즈만 해서 고객에게 전부 보내고 정해진 컷 수만큼 고객이 직접 고르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아마도 A컷의 선정 방식이 요즘과 같은 방식이 된 것은 이러한 이유일 거라고 추측한다.
고객이 직접 골랐기 때문에 결과물에 대한 컴플레인을 줄일 수 있다.
업체나 작가가 A컷 선정 과정에 쏟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부담 없이 연사를 쓸 수 있다. 작가의 스타일에 따라 연사를 선호하는 작가들이 있다. 중요한 순간을 확실하게 담기 위해 연사는 좋은 도구이지만 컷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A컷 선정 시간이 늘어나게 되는 단점이 있다. 이 선택 과정을 고객이 직접 하게 된다.
세 번째 항목은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적어 보았다. 아니길 빈다.
무엇이 문제인가
평소 지인들과 사진 이야기를 할 때 종종하게 되는 이야기 중 하나가 있다. 찍은 사진 중 A컷을 선별하는 과정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사진을 취미로 해본 사람들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사진을 보정하는 과정 중 A컷을 선정하는 과정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비슷하게 찍힌 사진들 중에 어떤 것이 더 좋은 사진인지를 판단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정답이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근 웨딩촬영을 한 내 지인은 원본 컷을 900장 가까이 받았다. 그리고 예비 신부와 함께 10장의 사진을 선택해야 한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게 다 추억이라고. 하지만 즐거운 추억은 아닐 것이라고 확신한다. 단순히 단순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고르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지만 비슷비슷한 몇 백장의 사진 중에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고르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숙달이 되어도 몇 시간씩 걸릴 수 있는 작업이다.
돈을 받고 사진을 찍는 프로라면 결과물까지 책임을 져야 하고 사진을 선정하는 것 마저 촬영자의 의도가 담겨야 진정으로 그 사람이 찍은 사진이다.
"저는 셔터만 누를게요. 마음에 드는 사진 골라서 알려주시면 예쁘게 보정해 드릴게요."
너무 무성의하다. 많은 스케줄로 시간이 빠듯한 업체들은 시간을 벌 수 있고 고객은 원하는 사진을 직접 고르니 win-win 전략일 수도 있겠지만 사진을 찍는 사람으로서의 자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마치며
우리나라 스냅 사진계는 레드오션이다. 비슷비슷한 스타일과 업체 홍보의 홍수 속에서 정말 잘 찍는 업체나 작가들을 찾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 사진 찍는 사람의 자세를 찾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을 내고 찍는 고객들에게 본인들의 일을 전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도 순진한 신랑 신부들은 당연히 자신들이 해야 하는 일인 양 열심히 A컷을 고르고 있다. 이런 상황을 스냅 업체들이 한 번쯤 깊게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 고객들이 직접 고르게 하더라도 최소한 눈 감은 사진, 어색한 얼굴 등의 B컷을 넘기는 작업은 아니어야 하지 않을까. 고객에게 전달하는 사진은 적어도 작가가 1차로 선정한 사진들이어야 할 것이다. 웨딩사진을 고르는 시간만큼은 행복한 선택의 시간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