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이 아닌 진심으로, 나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삶에 대하여
하루에도 수십 번 아니 수 백번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별다른 알림이 없어도 괜히 한 번 더 확인하고, 무언가 새로운 자극이 있지 않을까 하이에나처럼 이 앱 저 앱을 기웃거린다.
짧고 강렬한 영상, 끝없이 스크롤되는 피드, 좋아요와 댓글 알림, 실시간 반응 그래프!
이 모든 것들이 '계속 보게 만들기 위해’ 정교하게 설계된 알고리즘이라는 도파민 회로다.
알고리즘의 노예로 살다 보니 나도 모르게, 글을 쓰는 이유도, 이야기를 나누는 목적도 어느새 ‘즉각적인 반응’이라는 자극에만 맞춰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글을 통해 사람들과 나의 이야기를 나누는 이유는 처음엔 분명 연결되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회수, 좋아요 수, 팔로워 숫자에 더 마음이 쏠리며 진짜 하고 싶은 말보다 잘 먹히는 말, 빠르게 소비되는 말들만 남았다.
내 이야기를 하면서도, 정작 나답지 않은 말투로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한 후 나는 스스로 질문했다.
“나는 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가, 아니면 반응을 거래하고 있는 걸까?”
요즘 이 질문을 자주 떠올린다. 즉각적 쾌감과 자극을 줄이고, 깊이와 느림의 언어로 살아가는 시대가 올까?
어쩌면 우리는 도파민 중독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진심과 일관성을 회복해야만 하는 시대를 맞이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이 질문에 완전히 답을 내린 건 아니다. 다만 이런 흐름을 자주 떠올리고, 다시 중심을 잡아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래서 ‘나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전달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기로 했다.
실험이나 대단한 실천까지는 아니지만, 나는 조금씩 삶의 리듬을 다듬기 시작했다.
“진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뭘까?”
“이 글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일은 누가 봐주지 않아도 계속하고 싶은 일인가?"
이런 질문들을 떠올리며 하루 한 줄이라도 진심을 적어보려 한다.
내가 발견한 작은 원칙은 이렇다.
1. 짧아도 좋다. 단, 진짜 내 말일 것.
2. 반응보다 기록하는 것에 의미에 집중할 것.
3. 내 삶 속 나의 감정을 구체적으로 담을 것.
4. ‘무엇을 쓸까’보다 ‘왜 쓰는가’를 먼저 떠올릴 것.
5. 글에 담긴 나의 마음이 먼저 닿기를 바랄 것.
나는 글을 쓰며 가끔 상상한다. 좋아요 수도, 조회수도 많지 않은 내 글이 누군가에게는 뜻밖의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걸.
"이 글을 읽고, 어제 했던 생각이 떠올랐어요.”
“묘하게 마음이 편해졌어요.”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던 감정이 조금 정리됐어요.”
상상 속 반응이 현실이 되는 그 순간, 나의 진심은 독자에게 늦게 도착하겠지만 늦은 만큼 오래도록 남게 될 것이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속도보다 방향을 따르고, 숫자보다 마음에 작은 여운을 남기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탈도파민의 시대’는 아직 오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 시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진심을 말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빛날 수 있도록. 나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일이 보이는 숫자가 아닌 마음의 여운으로 남을 수 있도록.
우리는 이제 '빠름’보다 ‘지속’, ‘자극’보다 ‘깊이’, ‘폭발’보다 ‘여운’이라는 말을 더 자주 떠올려야 하지 않을까?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요즘 어떤 이야기를 쓰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