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는 자비 출판을 준비 중인 예비 작가다

by 위드유코치
'책 제목을 보니까 딱 자비 출판으로 출간된 책이네. 어쩐지 제목이 평범하다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 한편이 묘하게 불편해졌다.


나는 지금 8명의 작가들과 공동으로 자비 출판을 준비 중인 예비 작가이다. 내 이야기를 세상에 꺼내놓고 싶어서, 내 이야기가 단 한 명의 독자에게 닿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다.


정말 제목만 읽으면 출판 형태를 알 수 있을까?

그럴까?


기획 출판만이 ‘진짜 책’이고, 그 외의 방식으로 출간된 책은 '가짜 책'이기에 책으로 인정받지 못할까?

이 질문이 내 안에서 계속 맴돌았다.


출판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 전통적으로는 출판사가 기획하고, 그 기획에 맞춰 작가를 섭외하거나 원고를 검토하여 출간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며 수많은 작가들에게 가장 선망받는 방식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수백 개의 원고가 거절되고, 기획 의도에 맞지 않는 글은 세상 빛을 보기도 전에 서랍 속에서 잠들어버린다.


그렇다면 ‘기획 출판이 아니면 책이 될 자격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글이란 본질적으로 한 사람의 생각과 감정, 삶의 모습을 담아낸 결과물이기에 그 글을 누군가 읽고 공감한다면, 그 글은 책으로서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비 출판은 용기다.


자비 출판 작가는 자신의 생각과 목소리를 세상에 내놓기 위해 스스로 길을 열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누군가의 ‘승인’이나 ‘허락’ 보다 그 글이 담고 있는 진심과 메시지를 세상에 전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없다면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스스로 출판 자금을 마련하고, 편집과 디자인, 인쇄와 유통의 과정을 공동으로 감당한다는 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나는 자비 출판을 준비하면서 ‘내 글을 스스로 책임지는 일’이 무엇인지 매일 배우고 있다. 이 배움의 과정은 내 글을 더 깊이 이해하고, 더 정직하게 만들어준다. 그 길은 고되고 외롭지만, 동시에 작가로서의 태도를 배우는 시간이며 그 과정을 거쳐 세상에 나온 한 권의 책이 단 한 명의 독자 마음을 건드리고 삶을 바꿀 수 있는 작은 씨앗이 되길 바랄 뿐이다.


책의 가치는 출판 형태로 결정되지 않는다. 기획 출판이든, 자비 출판이든, 심지어 독립 출판이든 중요한 건 그 안에 담긴 진정성 있는 이야기와 메시지다. 내 글을 얼마나 진심으로 썼는지, 독자를 위해 얼마나 고민했는지가 책의 완성도를 결정한다.


만약 한 권의 책이 단 한 명의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면, 그 책은 세상을 조금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힘을 가진다. 출판 형식은 그저 ‘문을 열기 위한 방법’ 중 하나일 뿐, 문 너머로 전달되는 작가의 목소리가 진짜 본질이다.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누군가와 대화하기 위해서다. 나는 내 이야기가 다른 사람의 삶에 스며들어 작은 울림이나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그렇다면 그 책이 어떤 방식으로 출간되었는지는 부차적인 문제 아닐까? 나는 자비 출판을 준비하면서 수없이 고민했다. ‘내 글을 세상에 내놓아도 괜찮을까?’, ‘과연 누가 이 글을 읽어줄까?’ 불안과 두려움이 항상 글을 쓰고 있는 나의 손가락을 막아선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다. 내 글이 수만 명에게 읽히지 않아도 좋다. 단 한 명이라도 내 글을 읽고,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사실!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고 나니 자비 출판의 의미가 더욱 명확해졌다.


내 글과 책이 누군가의 삶에 닿기를 바란다.


여전히 자비 출판에 대한 편견은 존재한다. 어떤 사람들은 “자비 출판은 품질이 낮다”라고 말한다. 물론 기획 출판에 비해 전문 편집이나 마케팅 지원이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한계를 극복하려고 더 치열하게 고민하는 작가들이 있다. 나는 원고를 수십 번 다시 읽고 고쳤다. 독자가 책장을 넘길 때 단 한 문장이라도 불편함 없이 읽을 수 있도록 수많은 밤을 새우며 문장을 다듬었다.


"이 문장은 진심인가?”, “이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거듭할 때마다 내 글은 조금씩 더 단단해지고, 내 마음도 더 깊어졌다. 나는 이 과정을 통해 ‘작가로서의 태도’를 배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책은 세상과의 대화다. 한 사람의 생각과 이야기가 종이 위에 고스란히 담겨 한 명의 독자 손에 전달될 때, 비로소 ‘책’이라는 이름으로 완성된다. 그 대화 방식에 정답은 없다. 어떤 작가는 대형 출판사를 통해 수십만 독자에게 목소리를 전하고, 또 어떤 작가는 작은 독립 서점 한편에 놓인 자비 출판 책 한 권으로 단 한 명의 독자와 대화를 나눈다. 중요한 것은 '그 대화가 진심을 담고 있는가, 그 대화가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였는가' 일 것이다.


나는 여전히 출판이 마무리된 다음 내가 작가라고 불릴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묻는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자격을 부여하는 건 출판 방식이 아니라 ‘글’ 그 자체다. 진심이 담긴 글은 힘이 있다. 한 문장이 누군가의 삶을 뒤흔들 수도 있고, 한 권의 책이 어떤 사람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어린 시절 읽었던 책 한 권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지 않았는가. 그 책이 자비 출판이었는지, 기획 출판이었는지 따져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판매량, 서점 순위, 출판사 이름…. 결과로 가치를 판단한다. 그러나 진짜 가치는 그 글을 쓴 작가의 진심과, 그것을 읽고 변화하는 독자의 마음속에 있다. 나는 이 진리를 믿는다. 내 책이 비록 작은 물결이라 할지라도, 그 물결은 누군가의 마음에서 잔잔한 파동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기도한다.


나는 자비 출판을 준비 중인 예비 작가다. 그리고 그 사실이 자랑스럽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질문을 바꾸면 삶이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