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을 보니까 딱 자비 출판으로 출간된 책이네. 어쩐지 제목이 평범하다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 한편이 묘하게 불편해졌다.
나는 지금 8명의 작가들과 공동으로 자비 출판을 준비 중인 예비 작가이다. 내 이야기를 세상에 꺼내놓고 싶어서, 내 이야기가 단 한 명의 독자에게 닿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다.
정말 제목만 읽으면 출판 형태를 알 수 있을까?
그럴까?
기획 출판만이 ‘진짜 책’이고, 그 외의 방식으로 출간된 책은 '가짜 책'이기에 책으로 인정받지 못할까?
이 질문이 내 안에서 계속 맴돌았다.
출판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 전통적으로는 출판사가 기획하고, 그 기획에 맞춰 작가를 섭외하거나 원고를 검토하여 출간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며 수많은 작가들에게 가장 선망받는 방식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수백 개의 원고가 거절되고, 기획 의도에 맞지 않는 글은 세상 빛을 보기도 전에 서랍 속에서 잠들어버린다.
그렇다면 ‘기획 출판이 아니면 책이 될 자격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글이란 본질적으로 한 사람의 생각과 감정, 삶의 모습을 담아낸 결과물이기에 그 글을 누군가 읽고 공감한다면, 그 글은 책으로서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비 출판 작가는 자신의 생각과 목소리를 세상에 내놓기 위해 스스로 길을 열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누군가의 ‘승인’이나 ‘허락’ 보다 그 글이 담고 있는 진심과 메시지를 세상에 전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없다면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스스로 출판 자금을 마련하고, 편집과 디자인, 인쇄와 유통의 과정을 공동으로 감당한다는 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나는 자비 출판을 준비하면서 ‘내 글을 스스로 책임지는 일’이 무엇인지 매일 배우고 있다. 이 배움의 과정은 내 글을 더 깊이 이해하고, 더 정직하게 만들어준다. 그 길은 고되고 외롭지만, 동시에 작가로서의 태도를 배우는 시간이며 그 과정을 거쳐 세상에 나온 한 권의 책이 단 한 명의 독자 마음을 건드리고 삶을 바꿀 수 있는 작은 씨앗이 되길 바랄 뿐이다.
책의 가치는 출판 형태로 결정되지 않는다. 기획 출판이든, 자비 출판이든, 심지어 독립 출판이든 중요한 건 그 안에 담긴 진정성 있는 이야기와 메시지다. 내 글을 얼마나 진심으로 썼는지, 독자를 위해 얼마나 고민했는지가 책의 완성도를 결정한다.
만약 한 권의 책이 단 한 명의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면, 그 책은 세상을 조금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힘을 가진다. 출판 형식은 그저 ‘문을 열기 위한 방법’ 중 하나일 뿐, 문 너머로 전달되는 작가의 목소리가 진짜 본질이다.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누군가와 대화하기 위해서다. 나는 내 이야기가 다른 사람의 삶에 스며들어 작은 울림이나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그렇다면 그 책이 어떤 방식으로 출간되었는지는 부차적인 문제 아닐까? 나는 자비 출판을 준비하면서 수없이 고민했다. ‘내 글을 세상에 내놓아도 괜찮을까?’, ‘과연 누가 이 글을 읽어줄까?’ 불안과 두려움이 항상 글을 쓰고 있는 나의 손가락을 막아선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다. 내 글이 수만 명에게 읽히지 않아도 좋다. 단 한 명이라도 내 글을 읽고,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사실!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고 나니 자비 출판의 의미가 더욱 명확해졌다.
여전히 자비 출판에 대한 편견은 존재한다. 어떤 사람들은 “자비 출판은 품질이 낮다”라고 말한다. 물론 기획 출판에 비해 전문 편집이나 마케팅 지원이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한계를 극복하려고 더 치열하게 고민하는 작가들이 있다. 나는 원고를 수십 번 다시 읽고 고쳤다. 독자가 책장을 넘길 때 단 한 문장이라도 불편함 없이 읽을 수 있도록 수많은 밤을 새우며 문장을 다듬었다.
"이 문장은 진심인가?”, “이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거듭할 때마다 내 글은 조금씩 더 단단해지고, 내 마음도 더 깊어졌다. 나는 이 과정을 통해 ‘작가로서의 태도’를 배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책은 세상과의 대화다. 한 사람의 생각과 이야기가 종이 위에 고스란히 담겨 한 명의 독자 손에 전달될 때, 비로소 ‘책’이라는 이름으로 완성된다. 그 대화 방식에 정답은 없다. 어떤 작가는 대형 출판사를 통해 수십만 독자에게 목소리를 전하고, 또 어떤 작가는 작은 독립 서점 한편에 놓인 자비 출판 책 한 권으로 단 한 명의 독자와 대화를 나눈다. 중요한 것은 '그 대화가 진심을 담고 있는가, 그 대화가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였는가' 일 것이다.
나는 여전히 출판이 마무리된 다음 내가 작가라고 불릴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묻는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자격을 부여하는 건 출판 방식이 아니라 ‘글’ 그 자체다. 진심이 담긴 글은 힘이 있다. 한 문장이 누군가의 삶을 뒤흔들 수도 있고, 한 권의 책이 어떤 사람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어린 시절 읽었던 책 한 권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지 않았는가. 그 책이 자비 출판이었는지, 기획 출판이었는지 따져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판매량, 서점 순위, 출판사 이름…. 결과로 가치를 판단한다. 그러나 진짜 가치는 그 글을 쓴 작가의 진심과, 그것을 읽고 변화하는 독자의 마음속에 있다. 나는 이 진리를 믿는다. 내 책이 비록 작은 물결이라 할지라도, 그 물결은 누군가의 마음에서 잔잔한 파동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