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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영 Jun 02. 2022

9년 전 어제의 앞니와 어제의 앞니



페북이 9년 전 오늘이라고 어떤 포스팅을 띄워주었다. 큰 아이가 찍은 작은 아이의 사진이었다.  사무실 책상에 앉아 일을 하다가 핸드폰 메시지로  이 사진을 받고나서 멍해져버렸던 그 순간이 다시 떠올랐다. 예쁜 것도 예쁜 거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퇴근할 때까지 아이들은 저러고 나만 기다리고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방학, 빈 집, 어린 아이들, 그리고 코코아가 조합된 사진. 


9년 전 어제의 사진을 보고나서 이에 화답을 할 만한 오늘의 사진을 바로 찾아내었다. 작은 아이가 카카오톡에 프로필로 사용하고 있는 사진이었다. 내가 곁에 있든 없든 굳건히 잘 서 있을 것만 같은 저 얼굴. 암만 들여다봐도 좋았다. 언제 이렇게 컸나 신기하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나 9년의 간극을 이어붙인 이 사진을 그렇게 재밌게 바라보면서도 페북에 바로 올리지는 못했다. 이모 이모하고 싸우듯이 나를 차지하려드는 아이들 곁에서 이런 짓(?)을 하면 왠지 안 될 것만 같았다. 


밤 12시, 새벽 4시. 윤슬이는 또 울었다. 주말이라고 집안을 뛰어다니며 놀이를 했던 것이 이유인걸까. 옆구리를 찔린듯이 그렇게 고래고래 울음을 터뜨려놓고는 세상 모르고 깊은 잠을 잔다. 그런 윤슬이 곁에서 밤새 뜬 눈을 말똥거리다 말고 생각했다. 9년 전 오늘의 사진을 어제의 사진으로 만들어버린 내 마음에 대해서. 


9년 전 오늘의 작은 아이 사진을 들여다 본다고 해서 윤슬이를 덜 사랑하는 것도 아닌데. 나는 왜 그렇게 조심을 하려고 했을까.


2022.2.21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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