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hesallypark Feb 03. 2018

지금은: 학교 가는 길

이스라엘의 학교를 다시 찾아가다

이스라엘을 여행하는 것은 나에게 과거 여행과도 같았다. 내가 살았던, 학교를 다녔던, 친구를 사귀었던, 여행을 했던, 지금은 과거 시제에 불과하지만 그때는 나의 모든 것이었던 '현재'였다.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여행을 당장 하고 있는 '현재'와 여행을 갔다 오고 나서 다시 떠올려보는 '과거'의 느낌이 이렇게나 다르다는 것이 참 묘하다. 


이제는 과거 여행이 돼버린 나의 학교 가는 길. 


내가 지금까지 다녔던 13개의 학교들 중 하나였던 이 곳, 예루살렘에 위치한 '보예르' 학교. 9학년과 10학년의 반 밖에 못 보냈지만, 내가 가장 좋아했던 학교였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이 있었던 곳. 그곳으로 과거 여행을 떠났다. 

길 위에서 
학교 가는 길 위에서


학교 가는 길은 헤르첼 산 위에 있어서 언덕길이고, 그래서 이렇게 매일 이 길을 걸으면서 등교했었다. 


예루살렘의 트램


예루살렘은 도시에 트램이 주요 교통수단 중 하나인데, 내가 이스라엘에 살았을 때는 원래 없었지만 몇 년 후 생기게 되면서 나는 트램을 타고 학교를 다녔다. 이렇게 집에서 트램을 타고 2 정거장.


담장
담장 아래 모습


학교 가는 길의 담벼락 길.


학교 입구


여기가 나의 학교였다. 여기서 나는 지금까지 연락을 하면서 지내는 친구들을 만났고,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을 만났다. 지난여름에 다시 학교를 찾아가고, 이제는 이미 졸업한 나의 친구들을 다시 만나는 기분이란. 어떤 친구는 군대를 갔고, 어떤 친구는 군대를 보류하고 대학교를 먼저 갔고, 또 어떤 친구들은 여행을 떠났다. 이제는 각자 다른 길에서 각자의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우리. 우리가 이렇게 자라게 될 줄 그때는 알았을까. 


학교 앞 
학교 옆

4년 만에 방문하니 바닥도 새로 고쳐져 있었고, 군데군데 시설들이 많이 바뀌었다. 그래도 학교는 여전했고, 그대로였다. 


학교 안, 달라진 모습

지금 이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나를 모르고, 나도 그들을 모른다는 것이 색다른 느낌으로 내게 다가왔다. 내가 이 학교를 다녔을 때 한국 국적의 학생은 나 한 명이었고, 한국인도 나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학교 복도를 걸어가면 다들 나를 쳐다보고, 내가 누군가에게 히브리어로 말을 걸면 그 사람은 히브리어를 하는 나를 신기해했다. 어렸을 때부터 누군가 내 모습이 달라서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는 광경은 이미 익숙했지만, 언제까지나 나는 함께 속하지 못하는 사람이 될까 봐 걱정하면서 자라왔었다. 


학교 로비
학교 창문
학교 매점
학교 계단
교실
교실


나는 항상 '다른 존재'였다. 다양한 문화권에서 자란 사람은, 그 문화권을 모르는 사람과 있을 때 항상 외로워지는 것 같다. 혼자 있어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 나의 모습과 나에게 집이란 것을 하나하나 설명해야 하는 행동 때문에 외로워지는 것이다. 부연 설명 없이도 나를 온전히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있을까. 아무 말 안 해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존재하기는 할까.



학교 운동장 


학교의 로비 복도에는 지난 졸업생들의 사진이 각 연도별로 전시되어 있다. 처음 이 학교를 입학했을 때 나도 언젠가는 졸업하면 여기에 걸려서 전시될 줄 알았다. 하지만 내 인생은 내게 그것을 허락해주지 않았었다. 



그대로 고등학교를 졸업했더라면, 나도 2015년도 졸업반 액자에  나와있었을 텐데. 이 액자를 보는데 마음이 먹먹했다. 이전 학교를 방문하는 어른의 나이가 되었다는 것은  신기하면서도 씁쓸하고, 인생계획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점이 매력이면서도 아픈 상처 같은 느낌. 여기를 졸업하지 못하고, 히브리대학교를 못 가서, 지금의 인하대학교와 스웨덴 말뫼대학교의 교환학생을 할 수 있었지만, '만약에 이랬더라면'이라는 생각을 안 할 수는 없었다. 그만큼 여기서 행복했으니깐.


다시 만난 나의 담임선생님. 이번에 가서 많은 대화들을 나눴는데, 선생님이 아닌 한 명의 멋진 사람을 만난 기분이었다랄까. 내 담임 선생님은 모로코에서 태어나서 이스라엘로 이민을 간 유대인으로, 플루트와 색소폰을 연주하는 음악인이면서 생물학 선생님이셨다. 나의 고등학교 멘토였자,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다. 

난 애초에 워낙 다녔던 학교들이 많아서 그만큼 이전의 학교들도 많이 방문했었다. 기대만큼 좋았던 곳도 있었지만, 다시는 방문하고 싶지 않은 곳도 있었다. 여기는 당연히, 매일 방문하고 싶은 곳. 몇 년마다 한 번씩 이스라엘과 요르단을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다행인 요즘이다. 


왜인지, 다시 학교 가고 싶다.




지금은: 여행 중


앞으로 매주 토요일, 저의 여행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보려고 합니다.


Breakfast: http://blog.naver.com/gkdmsinj 

Lunch: https://www.facebook.com/thesallypark

Dinner: https://www.instagram.com/thesallypark/ 


매거진의 이전글 지금은: 예루살렘과 텔아이브의 사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