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색스의 "아날로그의 반격"은 2017년에 한국어 초판이 인쇄되었다. 이 책은 분류하자면 경제경영서라고 할 수 있는데, 디지털 시대로 불리는 현시대에 아날로그 제품, 서비스와 같은 것이 다시 중요한 위치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사례로 레코드판, 메모장, 필름, 인쇄물 등을 제시하며, 각 분야의 사업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아날로그의 반격"을 생생히 보여준다.
이 책은 레코드판 이야기로 시작한다. 딱딱한 경영서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저자는 레코드판에 대한 애정을 반복적으로 표현하고 있어서 놀라웠다. CD와 카세트테이프가 등장하기 바로 전에는, 즉 80년대는 레코드판의 전성기였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당시에는 LP 레코드를 많이 즐겼기 때문에, 저자의 레코드판에 대한 애정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레코드판의 "부활"의 특징 중 하나는 기성세대가 아닌 "젊은 세대"에 의한 부활이라는 점이다. 음악을 주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듣는 젊은 세대가 레코드판에 관심을 가지고 그 구매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기성세대에게는 레코드판이 "오래된 것"이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운 것"이기 때문에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레코드판이 다시 인기를 얻는 이유 중 하나는, 레코드판이 사용하기에 "불편"하다는 점 때문이다. 그 레코드판을 재생하기 위한 "불편"한 과정이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이 때문에 레코드판이 부활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로모그래피의 사례도 재미있다. 아마 사진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로모 카메라를 익히 알겠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로모 카메라는 그 기원이 소련에서 제작한 LOMO LC-A인데,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굉장히 까다로운 아날로그 카메라이다. 현재 우리들은 스마트폰 카메라나 디지털카메라를 이용해서 손쉽게 사진을 찍는다. 그러한 카메라는 초점, 노출 등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최적의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디지털카메라는 전문 사진가의 까다로운 요구 사항까지 거의 만족시킨다. 더 이상 아날로그 카메라는 승산이 없을 것 같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 시점에 로모 카메라가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한다. 아날로그 카메라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다양한 왜곡 현상들 때문에, 로모 카메라는 굉장히 독특한 분위기를 표현할 수 있다.
현재 시점에 로모 카메라는 상당히 많은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성공한 카메라다. 로모 카메라의 인기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며, 지금 우리 시대가 포스트 디지털 시대이기 때문에 그 인기가 지속되고 성장할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은 경영 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최신의 비즈니스 트렌드, 사회적인 트렌드에 대한 통찰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이 세상을 완전히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 순간에, 아날로그가 어떤 위치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다양한 사례와 인터뷰를 통해서 알 수 있다. 경영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레코드 판, 몰스킨, 보드게임 등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읽어 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