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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동현 Apr 20. 2024

더콰이엇 인터뷰


축구를 하다가 다리 인대가 파열되었다. 수술을 했고, 열흘을 입원했고, 걷지 못하는 신세로 일단 퇴원했다. 덕분에 영화도 많이 못 봤다. 다행히 책은 좀 읽었고, 유튜브는 무지막지하게 많이 봤다. 아무튼 어제 14시간 자고 마감이 임박한 원고를 1/3 완료했다. 그러니까 뭔가 좀 막 쓰고 싶고.. 너무 인상 깊게 봤던 인터뷰가 있어서 그 감상평을 써봄. 



그동안 본 것 중에 제일 재밌게 본 건 "내 세대에서 끝났다" 더콰이엇이 말하는 힙합의 본질, 그럼에도 그가 멈추지 않는 이유 l 머니 코드"였다. 힙합의 무지막지한 팬은 아니지만 '국힙'의 오랜 팬(from 2세대.. 이루펀트를 기억하십니까? 지기펠라즈를 기억하십니까? 다음절 라임 논쟁을 기억하십니까?)이라 즐거웠고 영감을 많이 받았다. 어떤 사람들은 멘스티어에서 국힙이 망한 신호를 찾지만, 그건 누차--나와 실제로 아는 사람이라면--이야기했지만, 언에듀케이티드키드가 열어버린 직역+포스트 진정성의 시대의 필연적인 결과다. 진정성을 지키면서 외힙의 문법을 빌려오기 위해 번안을 하던 시대를, 언에듀케이티드키드 이 녀석이 진정성을 버리면서 외힙의 문법을 직역해버린 순간, AK-47 같은 노래는 이미 예고되었다.(켄드릭의 GKMC의 갱 문화를 학교 폭력으로 번안해 저스디스는 2MH41K를 만들었고... 언에듀가 판을 치자 결국 그는 돌아버린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이 진정성을 완전히 폐지한 것은 아니다. 언에듀케이티드키드가 직역을 선택한 이유를 인터뷰(할 수 있는 국힙-평자는 절대 없어 보이지만 ㅋ.ㅋ)한다면 그 또한 진정+진정한 걸 테니까. 쇼미더머니가 국힙을 망쳤다고 하지만, 어쨌건 쇼미더머니로 국힙은 대따 커졌고, 덕분에 시장의 영역(현 시점 조회수 50만)에서도 1시간 분량의 무게감 있는 인터뷰가 나올 수 있는 게다. 한국에서 하나의 문화가 고유성을 지켜가며--나는 최근 올라온 MC메타, 더콰이엇, Bobby의 연결고리 영상을 생각하고 있다--이 정도로 파이를 키운 건 힙합 밖에 없는 것 같다. 최근 래퍼(Pullup22나 slim9lock나 권기백)들은 이제 힙합의 문법 안에서 '진정하게' 자라나서 번안이나 직역의 의식도 없다. 이게 성취가 아니라면 뭐겠는가. [그러므로 이제 우리가 물어야 하는 건, 자! 진짜 '진정한'+'직역'이 왔다. 그런데 니네 얘네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 이다. GGM gambo의 음악을 들으며..] 


이런 성취의 중앙에 항상 더콰이엇이 있었다는 걸 부인할 팬은 없을 테다. 너와 나의 연결고리.. 이건 우리 안의 소리...임. 여하간 친구랑 나눈 대화를 무단 인용한다. 


[금동현] [오후 11:13] 진짜 삶에 통찰을 주는 인터뷰임 ㅋㅋ

[OOO] [오후 11:13] 아 진짜

[OOO] [오후 11:13] 더콰이엇 반만 가도 성공이다

[OOO] [오후 11:14] 저렇게 살아야 한다

[금동현] [오후 11:14] 1/8 정도만 가도 성공일 듯

[OOO] [오후 11:14] 사는 건

[OOO] [오후 11:14] 태도가 다다

[금동현] [오후 11:14] 맞당

[금동현] [오후 11:14] 태도가 제일 중요하다

[OOO] [오후 11:16] 존나

[OOO] [오후 11:16] 인터뷰 질문에

[OOO] [오후 11:17] 데이토나가 안 나온 게 너무 웃기다

[금동현] [오후 11:17] 아 ㅋㅋㅋ 맞네

[금동현] [오후 11:17] 나도 아예 잊고있었다

[OOO] [오후 11:18] ㅋㅋㅋㅋㅋㅋㅋㅋㅋ

[OOO] [오후 11:18] 질문할 가치가 없어서

[금동현] [오후 11:19] 돈 이야기 할 때 좀 ㄹㅇ 진지하게 깜놀함

[금동현] [오후 11:19] 개근사한 대답이라서

[OOO] [오후 11:19] 진짜

[OOO] [오후 11:19] 근사하다라는 말이 딱 맞다

[OOO] [오후 11:20] 솔직한 게 아니라 근사한 거다

[금동현] [오후 11:21] ㅋㅋㅋ 어떤 분야에서든 탁월함과 몸집을 동시에 갖춘 사람은 드물어서 진짜 귀한 인터뷰인 듯



내가 한 말이지만, 어떤 분야에서는 탁월함과 몸집을 동시에 갖춘 사람은 드물고, 그런 의미에서 더콰이엇 인터뷰는 매우 귀하다. 탁월함과 몸집은 다르다. 버스터 키튼은 찰리 채플린과 마찬가지로 탁월하지만, 찰리 채플린에 비하면 몸집은 극소하다. 몸집을 갖춘 사람들만이 다룰 수 있는 게 있다. 이를테면 채플린의 <위대한 독재자>는 탁월하기도 하지만 스스로의 '몸집'을 인식한 사람만이 낼 수 있는 결과물인 것이다! 더콰이엇 또한 이런 점을 (당연히) 아는 것 같다. 그의 '돈'에 대한 답변을 보라... 개멋있어서 남겨둔다.


"어느 시점에서 이제는 뭔가 '더 큰 걸 봐야 되겠다' 혹은 '더 큰 음악을 만들어야 되겠다' 근데 더 큰 음악을 만드는 게 물질과 무관하지 않다는 걸 알아버렸어요. 예를 들어서 하다못해 더 비싼 장비를 써야 사운드가 좋아지고 우리가 듣는 메이저 레코드 같은 혹은 아니면 내가 이제 더 비싼 차를 타고 더 비싼 시계를 차서 만들 수 있는 음악이 힙합 안에서 존재하거든요? (...) 내가 쓰는 물건이 바뀌면 내 음악이 바뀐다."


DAMN.. 임... 돈이 중요하다는 게 아니라, '더 큰 것'과 '더 큰 음악'이 존재하고, 힙합이라는 규약 안에서는 그 '더 큰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게 돈이므로 돈이 중요하다! 진짜 근사한 답변이다. 나도 어느샌가 탁월함이 아니라 더 큰 것을 추구하기 시작했고, 그 더 큰 것을 가능케 하는 게 뭔지 탐색하고 있던 터라 여기서 오래 머무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의 화법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나는 스윙스를 인간적으로 무척 좋아한다. 그한테 배운 것도 많고, 스윙스가 주춤하는 이유도 솔직히 알고 있다.(스윙스는 나에게 연락하라) 그렇지만 스윙스가 아무리 1톤 레그프레스를 깔짝하고 바이셉스컬을 해도, 위 인터뷰의 더콰이엇보다 훨씬 왜소해보인다. 그건 스윙스와 더콰이엇이 자기를 바라보는 위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스윙스는 자기를 먼저 보고 세상을 본다. 그러니까 최근에는 psuedo 조던 피터슨이 돼서 자신감 팔이 강의를 하는 신세가 되어버린 게다.. (물론 나는 이런 스윙스도 매우 좋아한다.) 자신감! 자신감! 그렇지만, 이런 방식-전략은 한계가 있다. 거인이야 될 수는 있겠지만(물론 스윙스는 거인이다..) 시끌시끌한 부분이 자기를 약해보이게 만든다.


더콰이엇은 전혀 다르다. 그는 세상을 보고 자기를 본다. 자신감이 아니라 세상 안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의 크기를 짐작한다. 에머슨은 『위인이란 무엇인가』 에서 나폴레옹을 소개하며 그의 말을 인용한다. "아들이 내 뒤를 잇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 자신만 해도 내 힘으로 이 지위를 얻은 것이 아니다. 나는 운명이 점지한 자인 것이다." 더콰이엇은 한국-힙합이라는 운명이 자신을 점지했다고 확신하는 것 같다. 그 확신은 물론, 근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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