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끝내주는 마트일기
슈퍼맨 앞으로 편지가 왔다.
교도소에서 온 편지였다.
마트 사장이라는 직업은 참 희한하다.
교도소에서 온 편지를 받은 것도 업무의 일부라니.
미국에서 청소년 절도범은 잘못을 뉘우치는 편지를 써야 한다.
자신이 한 일을 돌아보는 연습.
단순한 징벌이 아니라 성찰을 위한 교육 심리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연구에 따르면 편지 쓰기는 재범률 감소에 실질적 도움이 된다고 한다.
편지는 참 요상하다.
글 몇 줄 썼을 뿐인데,
그걸로 울고 웃고, 반성도 한다.
게다가 인생까지 바꾼다.
어쩌면 요란한 인생 상담보다 낫다.
세상에, 이보다 더 개이득인 게 있을까.
말 그대로 편지 한 장이 목숨을 바꾼 경우도 있다.
루스벨트는 선거 직전, 암살범의 총에 맞았지만
가슴에 품고 있던 편지 연설문 덕분에 총알이 심장에 닿지 않았다.
반대로, 한 장의 편지가 인류의 운명을 바꾼 경우도 있다.
아인슈타인이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보낸 경고 편지로
미국의 맨해튼 프로젝트(원자폭탄 개발)가 시작된 것이다.
그 편지는 인류 문명사에서 가장 추악한 결과를 낳았다.
이처럼, 편지 한 장의 영향력은 때로 생사를 가르고
세계를 뒤흔들 만큼 막대하다.
어떤 편지는 생명을 구하고,
어떤 편지는 생명을 끝장낸다.
이처럼 편지는, 작고 연약해 보여도
때로는 총알보다 강하고, 침묵보다 무거운 힘을 지닌다.
몇 달 전, 한 아이가 전자담배를 훔쳤다. 도망가다가 슈퍼맨이 잡았다.
몸싸움이 이어졌다.
그때 순순히 잡히느냐, 아니면 발버둥 치느냐에 따라
그 아이의 인생이 달라진다.
절도와 강도는 종이 한 장 차이다.
슈퍼맨은 어른은 몰라도 청소년 범죄는 끝까지 물어뜯는다.
이유는 지금 자기 손을 더럽혀도
그 아이의 인생이 바뀔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혼자 멋있는 건 다한다.
나중에 알게 됐다.
그런 아이들은 가게에 들어올 때부터 벌벌 떨면서 들어온다.
동공이 흔들리고 시선은 불안정하지만 정작 자신은 당당한 척한다.
그런 낌새가 느껴지면 나는 그들을 졸졸 쫓아다닌다.
슈퍼맨이 편지를 덜 받게 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