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유년 시절에 만난
글쓰기는 머릿속에 지우개처럼 흰 백지장을
앞에 두고 머리가 하얗게 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무엇을 써야 할지 도통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지요.
연필만 꾹꾹 누르며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학창 시절이 지나고 어른이 되면 글쓰기는
내 인생에 없을 거라 믿어 왔습니다.
흰 종이 앞에서 쩔쩔매던 어린시절을 생각하며
어른이 된 자유는 글쓰기에서 해방이라며
참 다행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매일 글쓰기를 합니다.
일상을 적고 생각을 나열하고 나의 감정을
드러내고 느껴지는 영감을 공유합니다.
이렇게 글쓰기를 대하는 지금 나의 마음은
마치 새로운 친구를 만난 것과 같습니다.
저는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것을
그리 좋아하는 성향은 아닙니다.
익숙한 것을 좋아하고 추구하는 사람입니다.
새로움은 늘 긴장이 되고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해서 힘들어하더라고요.
새로운 친구를 사귈 때는 이름부터
시작해서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디에 사는지, 가족은 어떻게 되는지..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지 등등 알아가야 합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기도 하고 할 이야기가 많지 않습니다.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해야 합니다.
자주 만나서 시간을 보내고 이야기를 나누어야
서로의 성향을 알아갈 수 있습니다.
밥도 같이 먹고 커피도 마시면서 시간이 흘러야
친구가 편해지고 할 이야기도 많아집니다.
서로의 일상을 나누며 시시콜콜한 이야기에 웃기도 합니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매일 만나면 만날수록 할 이야기가 많아집니다.
글쓰기가 그런 거 같아요.
전혀 관심이 없던 글쓰기를 만나
어색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 글쓰기를
만나는 것도 힘들고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맘 먹고 이제 매일 만나다 보니 적응이
되어가고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같이 보냅니다.
처음에는 글쓰기 앞에서 할 말이 없어서 멍하게 있기도 했지만,
이제는 제법 익숙해졌는지 거부감이나 어색함은 사라졌습니다.
베프가 되기까지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야겠지만
울고 웃는 날에도 고통 가운데서도, 희망 속에서도
함께 하는 평생 친구로 만나려고 합니다.
화나고 슬프고 짜증 나서 힘든 순간에도
기쁘고 행복해서 환호를 지르는 시간에도
글쓰기 친구는 나와 늘 동행할 예정입니다.
일상생활을 하든 여행을 가든 언제 어디서나
데리고 가야겠지요.글쓰기를 대하는 나의 마음은
새로운 친구를 만난 거 같습니다.
고 이어령 교수가 글을 대하는 마음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매일 빌딩한 채씩 짓는 기분이야”
시간이 걸리고 정성을 다하여 빌딩을 지어서
필요한 사람에게 건네주고 다른 빌딩을 다시 짓습니다.
누군가는 빌딩한 채를 가지면 월세를 받고 살고
싶다고 말하지만 또한 그게 나쁘거나 좋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어령 교수가 글쓰기를 대하는
마음은 풍요롭게 느껴지고 참 멋진 문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