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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 브라이트 Dec 28. 2023

개인주의적 성향에 숨겨진 영국 학교의 진실


년 5월쯤이다. 


낯익은 전화번호가 뜨며 전화기가 울렸다. 학교로부터 전화였다. 

학교에서 연락이 오면 무슨 문제가 있거나 아니면 아이가 다치거나 둘 중에 하나라 늘 긴장을 한다.


아니나 다를까 학교 간호사 선생님이 전화였다. 

둘째가 축구를 하다가 심장 박동 수가 너무 올라가서 당장 데리고 응급실을 가라고 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일정을 다 취소하고 학교로 달려갔다. 

30분이 걸리는 거리가 어찌나 그리 멀게만 느껴졌던 지 악셀을 밟아도 속도가 안 나는 느낌이었다. 

마치 꿈에서 아무리 밟아도 앞으로 나가지 않았던 것처럼..


몇 달 전부터 심장이 많이 뛰는 거 같다고 뜨문뜨문 이야기했지만 큰일이 아니라 생각했기에 

그냥 무시하고 지나갔던 게 걸리기 시작했고 미안한 마음이 올라왔다.


학교에 도착해서 메디컬 센터로 가니 아들은 힘없이 누워 있었고 간호사 선생님은 심장 박동 수와 혈압을 계속 재고 있었다. 간호사 선생님이 기록해 놓은 170이라는 심장 박동 수 수치를 보고 놀람과 미안함으로 아들은 바라보았다.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아들을 직접 데리고 응급실을 가는 것보다 앰뷸런스를 타고 응급실로 가는 편이 더 빠르겠다는 판단에 간호사 선생님은 앰뷸런스를 불렀다.30분 내로 올 줄 알았던 앰뷸런스는 한참 뒤에나 도착했다. 


앰뷸런스를 기다리는 사이 간호사 선생님은 주기적으로 혈압과 맥박의 수치를 재고 기록했으며 최대한 아들이 편하게 있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담임 선생님이 오셔서 괜찮은 지 물어봐 주었고 축구 선생님도 와서 상황을 다시 설명해 주시며 걱정해 주셨다. 이러한 일이 있은 후 정기적으로 학교에서는 아들의 상태를 확인하였고 의사 레터를 같이 공유해 달라 하며 학교에 있는 동안 괜찮은지 계속 보겠다고 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올해 초에 학교에서 12월 스키 트립이 있어서 신청을 했다. 

건강 상태를 묻는 질문에 아들의 심장 상태를 기입했고 이제는 증상이 많이 완화되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알려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키 트립 일주일 전 학교에서는 담당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좋겠다고 미팅 요청을 했다.

혹시나 심장 질환의 문제 때문에 못 가게 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스러운 맘을 앉고 학교로 갔다. 

나와 아들은 학교 미팅 룸으로 가게 되었다.

별일 아니라 생각했기에 그냥 서서 5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며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미팅룸으로 들어가니 살짝 긴장이 되었다.  

두 분의 선생님은 펜과 노트를 들고 온 걸 보니 뭔가 진지한 이야기가 시작되겠다 싶었다.

그들은 1년 전 있었던 아들의 심장 질환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후 어떠했는지 물어보며 건강 상태를 확인했다. 


나는 재차 지금은 예전처럼 증상이 없으니 괜찮다고 했다. 


이번 여행을 아무런 문제 없이 잘 다녀오겠지만 만일을 대비하여 지금까지 받은 의사 진단서 내용을 토대로 학교에서는 대책과 방법을 세웠던 것이다. 


담당 선생님은 여행을 가는 동안 어디든 선생님들이 늘 동행하니 걱정하지 말고 최대한 여행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간호사 선생님은 건강 상태가 약한 친구들을 많이 데리고 여행을 다녀 본 경험이 있으니 걱정 안 해도 된다는 말로 안심을 시켜 주었다. 


정작 나와 아들은 별생각이 없었다. 


생각하지 못한 두 선생님 대안에 방의 온도만큼 나의 마음도 긴장감에서 그들의 따듯한 마음의 온도가 전환됨을 느꼈다.


새로운 환경에서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황에 대해 학교는 대책과 방법을 고민하며 부모와 상담하는 그들의 모습은 최대한 아들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해 주는 울타리가 되어 주는 듯 했다.



지금까지 보아온 영국 사람들은 개인주의적 모습들이 참 많았다.

개인주의적 모습의 다른 면을 뒤집어서 보면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해 준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학교에서도 학생들 개개인을 인정하며 학업을 하는 데 있어서 강요하지 않지만 동기 부여를 시키고 학교 내에서 학생들을 보호하며 이끌어 나간다. 


학기 초 신입생들을 모아 놓고 교장선생님이 연설을 하신 게 기억이 난다. 


Our School is a community ~


학교에 입학 한 학생들을 자랑스러워하며 이제 막 중학교 첫날을 등교한 그들에게 


School 을 Community 라 설명하며  자부심과 자긍심을 심어주었던 교장 선생님의 확신에 찬 연설이었다. 자신의 몸보다 큰 갑옷을 입은 다윗처럼 아이들은 새로운 교복을 입고 어색해 했지만 교장 선생님 말에 집중했고 결의에 차 있었던 아이들의 눈빛을 보았다. 


Community는 공동체라는 뜻을 가진 영단어이다.


Community는 외부와 뚜렷한 경계를 가지며, 내부에서는 결속력이 결합되는 특성을 지닌다. 

공동체는 한 울타리 안에서 어떤 책임을 함께 하고 나름의 규칙에 따라 같이 행하며 가진 것을 나누며 공동의 목적을 추구한다. 


배움이라는 목적을 이탈하지 않으면서 학생의 안전과 건강 그리고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 있는 공동체가 되도록 가이드 해주고 지켜준다. 그러하기에 영국 학교는 학생들을 학교 안이라는 한 공동체, 즉 울타리 내에서 같은 목적을 가지고 학생들을 이끌어 나간다.



영국은 알면 알수록 내면의 가치가 있는 나라이다. 

영국 사람들의 이기적인 듯한 개인주의적 성향과 너무 느린 일 처리의 불편함, 융통성 없는 그들의 사고방식에 불평을 늘어놓고 포기하며 살았지만 그 내면에 다른 의미를 요즘 발견하는 시점이다. 

내 삶의 반을 영국에서 살아오면서 영국의 실제 모습을 보지 못했다. 


나를 알아가듯 영국이라는 나라를 이제서야 알아가는 것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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