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교육의 면모는 이런 것이렷다.
영국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고등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옥스퍼드 대학과 케임브리지 대학과 같은 명문 대학들의 우수한 학문적인 평판부터 시작해서 세계적인 학자들과 교수진이 많이 모여 있다. 이는 학문적인 역량을 키우는 데 매우 유리한 환경이다.
이러한 우수한 대학들이 즐비하지만 정작 우리 아이들은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 대학에는 관심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영국 교육의 중요성과 강점이 오래된 고등 교육의 시스템을 바탕으로 영국 교육계에서 기본으로 깔려 있다는 점에서 높이 사고 또 그 부분 때문에 아이들을 여기서 교육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영어 하나는 잘 시키고자 결정한 일이지만 아이가 Nursery (유치원)를 다니기 시작하고 Primary(초등학교), Secondary( 중학교) 그리고 Sixthform ( 고등학교)를 거치며 학교에서 공부하는 방법과 시스템 그리고 인성 교육까지 모든 면을 아울러 조화롭게 교육함을 보았다.
영국은 만 3세가 넘으면 정식 Nursery (유치원)를 다닐 수 있고 그다음은 초등학교 1학년을 대비한 Reception 이 있다.
아이가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할 때쯤이었던 거 같다.
교실 문은 늘 9시에 열리기에 그전에는 교실 밖에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다 기다려야 하고 문이 열리면 선생님이 아이들 한 명 한 명 Good Morning 눈인사를 하며 차례대로 들어가게 된다.
들어가자마자 아이들이 하는 일은 책상에 이름표가 다 펼쳐져 있는 곳에서 자기 이름을 골라서 배정된 섹션에 놓아야 하는 것으로 출석 체크를 시작한다. 1년 동안 매일 아침마다 이 루틴으로 하게 된다.
반 친구들의 이름 속에서 바로 자기 이름을 알고 선택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한참을 서 있으면서 선생님의 도움으로 자기 이름을 고르는 아이도 있었다.
이 부분이 처음에는 조금 의아해했다.
다 알고 와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했었다.
미술 시간에는 종이 위에 선 하나 긋거나 낙서처럼 막 색칠하는데 선생님은 정말 진심 어린 말로 Lovely~ Fantastic, Well done이라 외치며 칭찬을 해 준다.
아이들이 미술 시간에 그린 선 하나부터 비뚤게 쓴 A, B, C 알파벳 모두 포트 폴리오처럼 각자의 공책에 다 붙여서 페어런츠 미팅 때 또는 학년말에 아이들의 공책을 보여주면서 이야기한다.
나는 딱히 그것에 대해 할 말은 없었던 기억이 난다.
미술적인 감각이 없었을 수도 있겠지만
선 하나 그어진 것을 보고 내가 무엇을 말할 수 있었으랴..
그런데 담임 선생님은 아이가 스스로 한 것에 칭찬하며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상담을 해주셨다.
지금 생각하면 나와 선생님의 시선은 너무나도 달랐던 것이었다.
나 또한 한국 교육을 받고 자라난 터라 한국식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고 바라보았던 것 같다.
이렇게 유치원을 지나고 Reception 학년이 되었을 때도 왠지 영국 교육이 더디 보이고 쉬운 것만을 배우는 거 같아 뭘 배우는 거지라고 의아해했다.
어불성설의 말 같지만 영국 유학을 온 학생도 이렇게 똑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는 현재 한국 조기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을 하고 있다.
유학 온 학생들에게 한국과 영국의 배움에서 차이점을 간간이 물어본다. 14시간 비행기를 타고 와서 부모님과 떨어져 공부하는 것이 외롭고 힘들지만 영국의 교육 매력을 어린 학생들도 알아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과외하지 않으면 불안했다는 학생이 이제는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좀 알겠다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어떻게 공부해야 스스로에게 맞는 공부인지 알겠다는 학생도 있었다.
한국 교육과 영국 교육의 차이점을 학생들은 인지하고 있었다.
교육은 개인마다 동일하지 않다. 똑같은 것을 가르치지만 받아들이는 속도와 응용하는 방법이 개개인마다 틀리다. 영국 교육은 개인의 차이와 속도를 인정해 주며 발전시켜 나가는 게 장점이라 본다.
같은 것을 가르치지만 나오는 아웃풋을 기본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인정해 준다는 말이다.
같은 식물도 벼는 물속에 아예 담가서 키우지만 선인장은 한 달에 한 번씩 물을 뿌릴 뿐이다.
그렇다고 어느 쪽 식물이 못난 건 아닌 것처럼 각 학생의 특성을 잘 발전시켜 주는 것이 영국 교육의 강점이라 본다.
영국의 중학교 시험인 GCSE 나 고등학교 시험 A Level 시험지에는 객관식의 문제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기본을 바탕으로 자기의 생각을 서술하고 논술하고 답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과학도 다른 과목과 마찬가지로 적용이 된다.
내가 학생 때 국어를 배우며 자주 등장했던 것이 글쓴이의 의도에 대한 질문이었다.
시험지에는 작가의 의도를 늘 객관식에 나와 있는 4가지 답 중에 하나를 골라야 했다.
저자의 의도를 나는 맞춰야 했고 다른 답을 골랐을 경우 오답으로 처리되었다.
개인적이 이 부분이 참 싫었다. 작가의 의도를 내가 어찌 정확히 알 수 있을까 싶어서다.
하지만 영국은 저자의 의도를 여러 각도에서 학생들의 답을 듣고 여러 가지 생각을 존중하고 토론한다고 한다. 그 생각을 뒷받침해 줄 충분한 근거 또한 제시를 해야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저자의 의도를 여러 방면에서 해석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오픈해 놓는 것이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영국의 교육을 자연스럽게 지금까지 접하다 보니 선 하나 긋던 아이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유치원 선생님이 이제는 조금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