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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묭 Sep 02. 2022

<돈이 아닌 것들을 버는 가게>를 출간하며

사라지는 것을 남긴다는 것


 첫서재 이야기를 담은 책 <돈이 아닌 것들을 버는 가게>가 어제 갓 세상에 나왔습니다.



 2년 전 덜컥 춘천에 있는 폐가를 사들인 계기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60년 묵은 집을 고치는 과정의 낱낱, 서재 간판을 내걸고 처음 맞이한 손님과 첫 감정들, 저마다 서투름을 쌓아두고 간 사람들의 이야기, 5년 뒤에 돈이 아닌 것들로 숙박비를 내기로 하고 머물다 간 다락방 손님들, 수신인은 있지만 차마 부치지 못해 두고 간 손편지들, 무엇보다 계절의 변화와 더불어 기자였던 제 삶의 모양새가 시나브로 변해간 곡선을 책 한 권에 차곡차곡 담아두었어요.


 책 한 권이 완성되기까지는 예상보다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올해 초, 추운 겨울에 초고를 넘겼으니 계절이 세 번이나 바뀌어 책이 나온 셈이지요. 그만큼 책을 책답게 만들기 위해 출판사에서 갖은 정성을 들여주었습니다. 편집을 맡은 난다출판사의 대표 김민정 시인님과 유성원 과장님은 오랜만에 만난 스승 같은 존재였어요 제겐. 단순히 교정과 교열을 넘어서 글을 쓰는 자세와 진심에 대해서도 아낌없이 조언을 건네주었습니다. 어쩌면 작가랍시고 알량한 자존심에 상처가 날 수도 있었겠지만 조금만 차분히 생각해 보면 하나같이 고개가 끄덕여지는 조언들이었습니다. 저는 평생 일기만 쓰면서 살아온 터라 이제껏 ‘내가 주인공이 되는 글’과 ‘독자를 주인공으로 초대하는 글’의 차이를 모르고 살아왔던 것 같아요. 그리고 첫서재를 향한 애정이 과하다 보니 가끔은 담백함을 잃고 과장된 표현으로 생각을 덧칠하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조언을 건네는 그들이 도리어 저보다 더 제 문장을 섬세하게 읽어주고 깊이 고민해주었다는 생각이 드니, 어떤 조언도 감사하게 여기게 되더군요. 단어 하나 바꾸자고 제안하기 위해 교정지 옆에 연필로 열몇 줄에 걸쳐 이유를 빼곡하게 적어놓는 편집자와 작업을 한다는 건  저 같은 초보 작가에겐 더할 나위 없는 특권이었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원고를 북디자이너 한혜진 님이 책의 모양새로 다듬어주셨고, 동갑내기 화가 이정웅 님이 깊고 화사한 수채화로 표지를 장식해주셨습니다. 지난해 만나 친구가 되었고 첫다락에서 하룻밤 머물기도 한 오은 시인이 과분한 추천사도 써주었고요. 변변치 않은 무명작가의 글이 책이 되기까지는 이렇게 많은 사람의 손길이 필요했습니다.


  2년 전 늦가을이었을 거예요. 처음 이곳 브런치에 서재를 지으러 떠나는 여정에 관해 글을 올렸습니다. 그때 저는 누군지도 모를 이들에게 이렇게 뜬금없이 호소했더군요. 일부만 옮겨보면 이랬습니다.


 “제가 기획하는 휴직살이에는 많은 꿈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직장생활이 돈을 벌기 위한 사투였다면 이번 휴직은 돈이 아닌 것들을 벌어보고자 떠나는 여정이거든요. 곧 연재할 글에서 차례차례 밝히겠지만, 지금부터는 타인의 푹 익은 삶 또는 갓 여물어가는 햇생각들을 수집해 특정한 공간에 묶어두는 일이 제겐 가장 절실한 과업이랍니다. 그 공간은 책이 될 수도, 영상이 될 수도, 곧 춘천에서 문을 열 공유서재가 될 수도 있겠지요. 따라서 남들이 귀 기울여주지 않는다면 저의 휴직 프로젝트는 철없는 어른의 민망한 시간낭비로 끝나고 말 거예요. 그게 제일 두렵습니다, 저는.”


 지금 보면 낯부끄럽고 민망하기 그지없는 부탁이었지만 이 글은 2년 사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연재한 글을 읽고 지속적으로 응원해주셨고, 첫서재에 찾아온 몇몇 분과는 직접 얼굴을 마주하는 마법 같은 순간도 경험했고, 결국 저 글의 한 문장이 제목이 된 책까지 세상에 나왔으니까요. 몇 달 전부터 첫서재 문 닫을 생각을 하니 시작되었던 뜻 모를 불안과 우울도 이 책의 물성이 한껏 다시 안정시켜주었습니다. 저를 닮은 이 가게는 비록 스무 달만 문 여는 시한부 운명이지만 그래도 영원히 남을 유산 하나를 낳은 셈이니까요.


 책이 나온 만큼 세상에 널리 읽히도록 부단히 애쓸 겁니다. 첫 책 <고작 이 정도의 어른>은 제 일기이자 반성문이었기에 홍보하기 다소 멋쩍었는데, 이 책은 주인공이 제가 아닌 첫서재인 만큼 내 자식의 책이라는 심정으로 더 열혈 홍보를 할 생각이에요. 그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도서관이나 독립서점에서 소규모 북토크라도 열어주신다면 언제든 어디든 찾아갈게요. 11월에 첫서재 문 닫고 일주일간 독자와 서점을 찾아다니는 여행도 궁리하고 있습니다. 구독자분들께도 도를 넘은(?) 부탁을 드려봅니다. 주변 도서관과 동네서점에 입고 요청을 해 주십사 하고요.


 아무쪼록 이렇게 나온 책 <돈이 아닌 것들을 버는 가게>, 잘 부탁드려요. 지난 2년간 매주 브런치에서 첫서재의 여정에 동참해준 모든 분들께 가장 특별하고 깊은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계속 글 쓰는 단단한 힘이 되어주셨어요.


 책의 마지막에 담은 ‘작가의 말’을 여기 옮겨두는 것으로 소회를 매듭하겠습니다.




- 작가의 말 -


일흔 살에는 시 한 편을 쓸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오직 그 한 편을 완성하기 위해 인생을 가다듬고

모난 기질을 세공해가는 삶이라면 좋겠습니다.


그 한 편에는 걸출한 문장은 아니더라도

사랑했던 사람들이 넌지시 건넨 마음과

질투하고 흠모했던 이들에게서 얻은 영감이 잘 버무려진다면 좋겠습니다.


여태 한 줄도 완성하지 못하였지만 그 한 편에는

‘첫서재’라는 세 글자만큼은 반드시 새겨질 것입니다.

이곳에서 처음 그렇게 생각했으니까요.


일흔 살이 되기 한참 전에 한 편의 시 대신

한 권의 책이 먼저 완성되었습니다.


책다운 책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저의 길잡이별 난다 식구와

저의 식구 덕일 것입니다.


2022년 여름, 첫서재에서.


첫서재에도 책이 놓였어요.




<온라인 판매처>


네이버 : https://me2.kr/tsaw5


교보문고 : http://kyobo.link/i0mM


예스24 :

http://m.yes24.com/Goods/Detail/112359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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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인스타 계정 :

https://instagram.com/namgi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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