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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 하루 Jun 09. 2020

욕심쟁이

6월 3일 따가울 정도로 햇살이 뜨거운 오후

10분 정도 짧게 밖을 나갔다 왔는데 따가울 정도로 뜨거운 햇살이 나를 괴롭혀 땀은 결국 이기질 못하고 이마에서 도망쳐나왔다. 어느새 여름이 시작되는 6월이다. 2020년의 봄은 느낄 새도 없이 거짓말처럼 스쳐 지나갔고, 앞에는 초록색으로 가득한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시간이란 게 속절없이 빠르게 흘러간다고, 새삼스럽지만 그렇게 느껴지는 오후다.


나는 물질적인 것에 욕심이 참 많았다. 돈에도 그렇고 비싼 재화들에도 그랬다. 이런 것들에 욕심이 많으면 마음이 좁다고 누가 그랬던가? 괜히 찔린다. 욕심이 많다 보니 마음을 욕심이 가득 채워 관용과 포용, 사해와 같은 넓은 마음? 이런 건 없었다. 주변 사람들의 성공담을 들으면 배가 아프고 괜히 시기 질투가 났다.


'나는 대체 뭘 한 거지? 욕심만 가득하고 이룬 게 없네? 대책 없다 정말..'


그러다가도 낄낄거리며 재미있는 웹툰을 찾아 정주행 하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담긴 유튜브를 보고, 친구를 만나 '야 학생 때로 돌아간다면 뭐가 제일 후회되냐? 바꿔보고 싶냐?' 등의 돌이킬 수 없는 상상을 안주 삼아 소주 하고 잠에 들며 지내곤 했다. 아, 자기 전에도 꿈같은(바보 같은) 상상을 많이 하기도 했다.


내일은 달라져야지! 내일은 다른 일을 시작해봐야지! 하면서 눈 감고 뜨길 몇 년 째다. 어느새 나이는 30이 넘어있고, 매일 자신을 합리적인 변명에 포장하며 40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직업은 안정적이고 조용하다. 그러다 보니 매일이 같은 삶이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이 많다. 가랑비에 옷 젖듯 나 역시 그런 삶에 조금씩 젖어들며 집에 들어가서도 잔잔하고 조용하게 시간을 보냈다.

 

내 생각에 이런 무의미한 삶을 바꾸기 위해 직업을 바꾼다고 생각하면 머릿속은 불안감과 두려움으로 가득 찬다.아니 그런 두려움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보는 드라마나 영화, 웹툰 등에는 도전이라는 것이 너무 쉽게 나온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는 모호하면서도 이럴 때는 너무나 차갑게 다가와 마음을 저릿하게 한다. 역시도 다른 사람에게 '한 번 도전해봐!'라고 허울 좋게 던지지만, 결국 스스로에겐 그런 조언이 먹히질 않으니 아이러니한 이중적인 속내가 드러나 부끄럽다.


매일 똑같던 일상에 작은 변화를 맞이하고 싶어 쉬운 일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바로 지금 여기 글을 쓰는 것. 매일 쓴다고 미루던 시간을 모아 보면 몇 년 정도 된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니 아무것도 아니었다. 스스로에게 한 조언이 먹혀든 것일까? 생각보다 도전이라는 것은 거창한 게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옆 모니터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놨다. 버킷리스트라고 하기에는 소소한 1년 정도의 단기적인 것들이다. 쓰다 보니 10가지가 넘었다. 기타 배우기, 몸만들기, 유튜브 시작하기, 내기 역시 욕심쟁이인가 보다.


그런데 난 진짜로 욕심쟁이가 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눈에 보이는 걸 원하는 그런 욕심쟁이 말고,

나의 시간에 욕심내는 그런 욕심쟁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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