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하고 딱 1년이 된 날은 내가 참여한 첫 해외 박람회의 오픈 날이었다. 나는 전시 공간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경험을 기획하는 것에 늘 흥미를 느껴왔는데, 좋은 기회로 그런 곳을 만드는 팀에 들어왔다. 대학에서 광고를 공부해서 공간 ‘기획’까지는 하던 방식대로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떤 곳을 만들 것이냐에 대한 논리를 만들고, 컨셉을 잡고, 프로모션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식으로. 물론 이런 일들도 하긴 했지만, 막상 일을 하다 보니 공간의 렌더링 이미지와 도면을 보며 이를 물성으로 만들어내는 일의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첫 해외 전시를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현장에서 업무적으로 아쉬웠던 점을 써 내려갔다. 컨셉은 바뀌더라도 박람회는 매해 반복되기에, 다음에 같은 업무를 하게 될 사람을 위한 글이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다른 전시를 한 개 더 마치고, 지난 비행기에서 무엇을 적었는지 까먹었을 때즈음 그 메모지를 폈다. 의외의 생각이 들었다. 불과 몇 개월 전인데, 이렇게 당연한 걸 몰랐었구나. 그 사이 미세하지만 경험치가 쌓여, 1년 차 때는 몰라서 행하지 못한 것들을 자연스러운 프로세스로 생각하고 있었다.
선배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해서 알려줄 생각조차 못하는 부분들이 많아 검색하고, 물어보는 게 일상이었다. 근데 나도 당연해지는 영역들이 생기는 것을 보며 배우고 있긴 하구나 생각하면서, 한편으로는 더 경험이 쌓이기 전에 초심자의 시각에서 보는 개념을 남겨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3개의 전시를 공간 비전공자 입장에서 경험했다. 사실, 했던 전시를 다시 해보라고 해도 절대 매끄럽게 해내지는 못할 것이다. 큰 대비를 하고 간다고 해도, 현장에서 생기는 변수로 예측불가능한 상황이 많기에 절대적인 경험치가 필요한 분야라고 느낀다. 나의 경험이 모래알만큼 작은 경험이라 조심스럽다. 하지만, 모래알 시절에만 궁금한 것이 있는 것 같다. 익숙해질수록 남들은 모를 거라는 것조차 까먹는 개념들이 될 테고, 새로 이 일을 시작하는 사람은 계속 생길 테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