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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헤더 3시간전

광고 회사에서 공간 만들기

기획서는 써봤는데, 도면은 낯설다

입사하고 딱 1년이 된 날은 내가 참여한 첫 해외 박람회의 오픈 날이었다. 나는 전시 공간을 만드는 일로 사회에 첫 발을 들였다. 경험을 기획하는 것에 늘 흥미를 느껴왔는데, 좋은 기회로 그런 곳을 만드는 팀에 들어왔다. 대학에서 광고를 공부해서 공간 ‘기획’까지는 하던 방식대로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떤 곳을 만들 것이냐에 대한 논리를 만들고, 컨셉을 잡고, 프로모션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식으로. 물론 이런 일들도 하긴 했지만, 막상 일을 하다 보니 공간의 렌더링 이미지와 도면을 보며 이를 물성으로 만들어내는 일의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첫 해외 전시를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현장에서 업무적으로 아쉬웠던 점을 써내려갔다. 컨셉은 바뀌더라도 박람회는 매해 반복되기에, 다음에 같은 업무를 하게될 사람을 위한 글이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다른 전시를 한 개 더 마치고, 지난 비행기에서 무엇을 적었는지 까먹었을 때즈음 그 메모지를 폈다. 의외의 생각이 들었다. 불과 몇개월 전인데, 이렇게 당연한 걸 몰랐었구나. 그 사이 미세하지만 경험치가 쌓여, 1년차때는 몰라서 행하지 못한 것들을 자연스러운 프로세스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메모는 다음 담당자에게 드리지 못했다.)


선배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해서 알려줄 생각조차 못하는 부분들이 많아 검색하고, 물어보는게 일상이었다. 근데 나도 당연해지는 영역들이 생기는 것을 보며 배우고 있긴 하구나 생각하면서, 한편으로는 더 경험이 쌓이기전에 초심자의 시각에서 보는 개념을 남겨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3개의 전시를 공간 비전공자 입장에서 경험했다. 사실, 했던 전시를 다시 해보라고 해도 절대 매끄럽게 해내지는 못할 것이다. 큰 대비를 하고 간다고 해도, 현장에서 생기는 제약과 변수로 예측불가능한 상황도 많기에 절대적인 경험치가 필요한 분야라고 느낀다. 나의 경험이 모래알만큼 작은 경험이라 조심스럽다. 하지만, 모래알 시절에만 궁금한 것이 있는 것 같다. 익숙해질 수록 남들은 모를거라는 것조차 까먹는 개념들이 될테고, 새로 이 일을 시작하는 사람은 계속 생길테니 !


자유인 시절, 베를린 여행 중에 찍었던 사진. 다음 전시를 준비하는 모습이 예뻐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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