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한 번도 뱉어본 적 없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동료들이 사용하는 많은 용어를 못 알아들었다는 이유도 있지만, 결국 공간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게 우리의 목적이기도 해서 그렇다. 형태만 공간일 뿐 나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표현하는 새로운 방법을 익히는 중이라 생각했다.
‘전시’라는 단어를 보았을 때 다양한 형태를 떠올릴 수 있다. 미술 전시가 될 수 있고, 박물관이 될 수 있고, 모터쇼가 될 수도 있다. 전시(展示)의 사전적 정의는 ‘여러 가지 물품을 한 곳에 벌여 놓고 보임‘이다. 보통 전시회는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형용사를 하나 추가하자면 ‘어떤 주제를 꿰고 있는 여러 가지를 한 곳에 벌여놓고 보이는 것’을 전시라고 생각한다.
일례로 복합 문화 공간인 피크닉에서는 올해 ‘달리기’를 주제로 한 전시를 열었다. 영화, 미술 작품, 사진, 문학 등 달리기와 관련된 다양한 것을 벌여 놓고 보인다. 각자 형태는 다르더라도 궁극적으로는 한 가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전시라고 생각한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전시는 그중 박람회(Trade show) 부스다. 박람회는 주로 각 지에 있는 큰 컨벤션 센터에서 이루어진다. 우리나라로 치면 코엑스, 킨텍스 같은 곳이다. 리빙디자인페어, 서울국제도서전 같은 국내 규모부터 CES, MWC 같은 전 세계의 브랜드들이 모이는 글로벌 박람회까지 다양하다. 이 업을 하면서 세상에 이렇게 많은 전시가 있는지 새삼 느꼈다.
짧은 기간 동안만 존재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팝업과 비슷하지만, 팝업이 정해진 장소에 일반 대중을 모으는 공간이라면, 우리는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모아두고 그곳에 공간을 짓는 개념이다. 명확하게 보여주고자 하는 산업군이 있으며, 일반 소비자뿐 아니라 산업의 전문가나 바이어들과의 네트워킹 또한 목적이 된다. 주로 B2B 전시들이 많기에, 관람하는 전시 공간과 더불어 별도의 거래 공간도 있다. 때문에 해외 대형 박람회는 고액의 입장료를 받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