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역꾸역 내민 발걸음이 낭만으로 가는 길일지도 모르겠다

2024.08.10

by 이월

야근에 지쳐 퇴근길에 낭만은커녕 한숨만 나오는 날이 있다. 발리를 가겠다 야심 차게 선언하고 비행기 표를 예약해 놓았지만, 이런 날에는 숙소를 찾고 여행을 계획하는 것조차 벅찬 일이 되기도 한다. 나는 불안하거나 막막한 일이 있을 때, 더 완벽한 계획을 세우기 위해 수십 개의 블로그 후기와 유튜브 영상을 본다.




하지만 정보가 많아질수록 결정장애는 심해지기만 한다. 발리라는 곳은 어쩌면 현실과 너무 멀게 느껴져, 마치 수많은 후기들은 다이어트를 하며 보는 먹방 같았다. 행동 없는 인풋은 내게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어디를 갈지 멀리서 기웃거리는 건 크게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오늘 어떻게든 내가 묵을 숙소를 찾아 예약을 하고 나니 비로소 그다음이 그려졌다. 그냥 꾸역 꾸역이라도 한 걸음 내딛는 것이 더 유효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낭만이 나의 현실과는 너무 멀게만 느껴져 마치 나와 동떨어진 것이라 느낄 때가 있다. 냉소적인 마음을 잠시 접어두고 용기를 내어 한 발짝 내딛는 순간, 그토록 멀게 느껴졌던 낭만이 사실은 그렇게 멀리 있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문득 마음에 드는 책이 생겼을 때, 잠시 멈칫하다가도 어떻게든 서점으로 향해 책을 구입하는 작은 행동은 그 책을 읽기 전부터 특별한 기분을 선물한다.


낭만과 현실의 거리를 좁히는 건, 내미는 발 하나, 꾸역꾸역 내딛는 발걸음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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