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2
나는 진성 계획형 인간이다. 어느 정도로 계획형이냐면 삼 년 동안 타임트래킹 모임장을 하며 매일 시간을 기록했다. 타임 트래킹이란 일상을 시간단위로 트래킹 하는 걸 의미한다. 모임장을 하며 36개월 동안 매달 새로운 사람들의 시간을 볼 수 있었다. 150명의 한 달을 본 셈이다. 많은 시간들을 본 후 알게 된 건 “세상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이다. 거의 대부분의 계획은 기대와 다르게 흘러간다.
계획을 하고 시간을 예측하는 훈련을 하면서 기대 시간에 비해 2배 정도로 시간이 더 소요된다는 걸 발견 했다. 대부분의 계획은 외부변수와 계획할 때 고려 못한 부가적인 일이 고려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시간에 대한 속성”을 알게 된 후 오히려 계획하지 않은 시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돌아보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시간은 나에게 주는 세상의 선물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제는 계획했던 아침 러닝을 하지 못했다. 그 대신 개운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나에게는 잠이 필요했다. ’좀 더 일찍 자야 하는구나. 그래도 오늘은 피곤하지 않은 하루를 보낼 수 있겠다.‘ 그것에 감사하며 저녁 러닝을 했다. 저녁에는 글쓰기를 해보려고 했다. 어쩌다 시작된 아버지와의 담소가 밤늦게까지 이어졌는데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 기대하지 못한 아버지의 대화가 나의 글쓰기에 녹아든다. 어제는 내가 기대한 하루 보다 더 멋진 하루였다.
어쩌면 나의 기대로 인해서 세상이 주는 미지의 것들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기대와 다른 순간에 내 손에 놓인 미지의 선물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