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6
어렸을 때부터 글로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하지만 글쓰기에 재능이 없어서인지 일기도 한 두 개를 작성해 보고 포기하곤 했다. 그래도 이따금 블로그 글을 작성하고 싶다거나, 오늘의 기분을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기 내서 글을 쓰면 들인 시간에 비해 그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아 후회만 남을 뿐이었다. 글쓰기란 그렇게 나에게 철새처럼 잠시 왔다가는 존재였다.
올해 초 나는 무기력한 시기를 지나고 있었다. 어떤 일이든 재미없게 느껴졌다. 한동안 왜 그런지 고민해보니 “해야 하는 것들”에 쫓겨 나를 잃어간다는 생각을 했다. 몇 년 동안 새로운 산업과 직무에 매달리며 학습했지만 지금까지도 부족함을 느꼈다. 충분함을 갈망하며 해야 하는 일을 3년 넘게 해 왔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어떤 일이든 재미없는 일상이 시작됐다. 나의 치트키였던 소위 “기분 상승 스테디셀러” 루틴도 먹히지 않는 중증이었다. 마른 수건을 쥐어 짜는 느낌이 들었다.
돌파구라고 생각한 게 글쓰기였다. 해야 하는 일에 쫓기며 지내다 보니 나의 취향, 성격, 감각이 기억나지 않았다. 고민을 뚫어낼 방법은 생각할 시간을 가지고 글로 구체화시키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글쓰기를 해보려니 높은 벽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 와중에 “생각의 문을 여는 글쓰기”라는 이름의 모임을 발견하고 모임에 들어갔다.
아침에 질문들을 공유받고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밤에 돌아와 글을 적기 시작했다. 처음 글을 쓸 때는 당연하듯 떠올리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하나하나 올려주는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모임의 이름처럼 문이 열리듯 나의 생각도 문틈새로 새어 나왔다. 나의 거칠고 세련되지 못한 글에도 응원과 공감이 이어진다.
내 속을 나로만 채우지 않는 것이 부지런한 글쓰기의 세계입니다. 늘어나는 주어 속에서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 이슬아 작가의 세바시 강연에서.
이제는 글에 대한 욕심을 더 내보고 싶다. 나에 대한 글이 아닌 내 주변에 대한 작성 해보고 싶다. 내가 받은 감동적인 답글처럼 나도 더 공감하는 답글을 작성하고 싶다. 이런 기대를 품을 수 있던 건 자신의 일상을 솔직히 글로 내비치고, 나에게 따뜻함으로 답하는 글 친구들 덕분이다.
철새처럼 대했던 글에 대한 기대는 어느새 내 안에 둥지를 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