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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Jun 02. 2024

남들 다 가는 관광지 말고 여기는 어때?

방콕 현대미술관(MOCA) 방문기

 그동안 방콕 여행을 하면서 꼭 한 번은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장소가 있었다. 바로 방콕 현대미술관(MOCA)이다. 방콕 현대미술관은 2012년 개관했으며, 분차이 벤차롱쿨(Boonchai Bencharongkul)이라는 사람이 개인적으로 수집한 약 1,000점 이상의 예술 작품을 소장 중이라는 것이다. 방콕을 처음으로 여행했던 십 여 년 전만 해도 없었던 미술관이었기 때문에, 오랜만에 방콕을 들른 김에 이번에는 꼭 들러보리라 마음을 먹었다.




 방콕 현대미술관은 방콕의 북쪽에 위치해 있다. 그런데 시내에서 제법 멀리 떨어져 있어서, 관광객 입장에서는 일부러 찾아가지 않으면 좀처럼 방문하기가 힘든 곳이다. 그나마 짜뚜짝 시장과는 멀지 않은 편이라서, 만약 관심이 있다면 한꺼번에 묶어서 찾아가는 일정을 짜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만약 돈무앙 공항에서 내렸다면 더더욱 근처에 있어서 오히려 찾아가기 좋다.) 내가 찾아갔던 날에는, 시암 쪽에서 출발을 했으면 그래도 편하게 찾아갔을 텐데, 카오산 쪽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꽤나 오랜 시간을 이동한 끝에야 도착할 수 있었다. (더운 날씨에 나처럼 헤매고 싶지 않다면, 버스보다는 그냥 볼트나 그랩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나의 그 날 일정은 이러했다. 밤비행기를 타고 이른 새벽 방콕에 도착했다. 체크인까지는 시간이 한참 남아있기 때문에, 일단 예약한 숙소에 짐을 보관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아직은 아침저녁으로 쌀쌀했던 한국 날씨에서 순식간에 방콕의 무더위 속으로 이동하자마자 버스를 두 번 갈아타는 여정을 다시 이어간 끝에, 미술관 오픈시간인 오전 10시(마감시간 오후 6시, 월요일 휴무) 전에 미술관 앞에 도착을 했다. 미술관 앞에는 이미 몇몇 사람들이 입장을 위해 기다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매표소도 외부에 따로 있었기 때문에, 나는 바깥 벤치에 앉아 오픈할 때까지 좀더 기다려야했다. 그리고 오픈 시간이 되자마자 매표소에서 티켓(350밧)을 끊고 드디어 미술관에 입장할 수 있었다. 사이즈가 큰 가방은 락커룸에 따로 맡겨야만 입장할 수 있다는 점을 참고할 것! 어차피 넓은 미술관 관람을 위해서는 가방이나 번거로운 짐 없이 홀가분하게 다니는 편이 좋다.



 메고 있던 가방까지 맡기고 드디어 미술관에 입장! 밤비행기 이동으로 인한 피로에 갑자기 체감온도 45도에 육박하는 날씨로 이미 지칠대로 지쳐버린 나는, 미술관 카페에서 일단 커피부터 한 잔 마시기로 했다. 마치 사막에서 한줄기 빛처럼 나타난 생명수 한 모금이 아닐까 싶게 온 몸으로 스며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100밧)의 카페인 덕분에, 피곤한 몸과 마음을 조금이나마 추스릴 수 있었다. 카페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바깥 풍경이 꽤나 괜찮다. 그렇게 커피 한 잔의 휴식을 가지고 나서, 나는 드디어 미술관을 둘러보기로 했다.


 미술관은 총 5층으로 되어 있었다. 나는 카페가 있는 1층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관람을 시작했다. 전시는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태국 작가들 작품에서부터 외국 작가들의 작품까지, 마치 종합선물세트와도 같은 구성으로 되어 있었다. 태국만의 고유한 색이 잘 드러난 작품들도 있었고,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이나 쿠사마 야요이 같은 유명 작가들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느긋하고 여유있게 (그리고 시원하고 쾌적하게) 예술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어서 좋았던 시간이었다.



 다만 이날 관람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전시장에서 큰소리로 떠드는 개념없는 어느 한국인 가족 때문에 전시에 집중하기가 힘들고 동시에 창피하기도 했던 것이다. 아이가 큰소리로 연신 떠들었는데, 부모는 그 아이를 조용히 시킬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던, 아니 되려 자기들도 같이 큰소리로 떠들어댄 것이다. 전시장이 울리도록 그 세 가족은 계속, 정말 계속 떠들어 댔다. 작품과 전시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던 나는 결국 전시장 밖에 앉아서 그들이 미술관을 나갈 때까지 기다린 후에야 다시 미술관을 둘러볼 수 있었다. 제발 장소에 맞는 최소한의 에티켓 정도는 숙지를 하고 왔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아무튼 카페에서 커피도 한 잔 하고, 쉬엄쉬엄 전체를 다 둘러보고 났더니 대략 2~3시간 정도가 금세 흘러 갔다.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어서 굿즈라도 살까 싶어 뮤지엄샵에 들렀는데, 전시의 규모와 작품들에 비해 굿즈는 상대적으로 빈약해서 마땅히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었다. 그래도 여기를 찾아온 덕분에 태국의 문화와 예술에 대해 조금은 더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 방콕 현대미술관 Museum of Contemporary Art (MOCA)

499 Kamphaeng Phet 6 Rd, Lat Yao, Chatuchak, Bangkok 10900 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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