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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Jun 24. 2024

누군가가 데려다 준다는 것의 편리함

브루나이 더 캐피탈 레지던스 스위트 투숙기

 태국 방콕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브루나이에 잠시 들르기로 했다. 그래서 한국으로의 귀향을 내일로 하루 더 미루고, 방콕 수안나품 공항에서 브루나이행 비행기를 탔다. 방콕에서 브루나이까지는 2시간 반 남짓 걸리는 거리지만, 밤에 출발하는 비행편이라서 브루나이의 수도 '반다르세리베가완'에는 한밤중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여행할 때마다 느끼는 것 중 하나인데, 한밤중 혼자 낯선 곳에 도착하는 일은 언제나 걱정되는 큰일이다. 일단 시내까지 어떻게 이동할까 찾아봤는데, 브루나이는 산유국이라서 그런지 대부분 차를 운전해 다녀서 대중교통이 그리 발달하지 않았다고 한다. 버스가 있다고 해도 언제 올 지 알 수 없었고, 운행하는 택시도 그리 많지 않은 데다가, 다행히 택시를 탄다고 해도 시내까지 택시비가 3만 원 정도라서 그냥 타기엔 어쩐지 부담스럽기도 했다. 택시 말고도 브루나이의 우버나 볼트라고 할 수 있는 다트도 있지만, 애초에 깊은 밤에 낯선 차를 혼자 타고 싶진 않았다.


 이런저런 고민 끝에 공항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숙소를 잡기로 했다. 브루나이에서는 어차피 하루 꼬박 머물러야 하니, 기왕이면 조금이라도 제대로 자고 일어나서 브루나이를 돌아보는 편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도 함께였다.


 그래서 브루나이 숙소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도 공항 셔틀버스의 운행 여부였다. 사실 이번 경우에는 어쩌면 가장 유일한 조건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렇게 찾은 숙소가 '더 캐피탈 레지던스 스위트 (The Capital Residence Suite)'였다. 1박 7만 원대에 공항까지 마중 나왔다가 나중에 다시 데려다 주고, 아주 고급 호텔은 아니지만 그래도 있을 건 다 있고, 거기다 조식까지 포함되어 있으니 더 이상 바랄 게 없었다. (내가 예약했을 때는 7만 원 대였지만, 투숙 날짜가 임박하니 5만 원 대로 가격이 내려가기도 했다.)



 사전에 이메일로 이름, 도착하는 비행편 시각을 알려주고 공항 셔틀버스 이용을 신청했다. 하지만 신청 완료 답장을 받아 놓았는데도, 조금은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혹시 아무도 안 나와 있으면, 어떻게 시내로 가야 하지? 공항에서 밤을 지새우고 날이 밝으면 이동해야 하나? 그럼 숙박비는 거의 통으로 날리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하는 걱정을 안고서 반다르세리베가완 공항에 도착했던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입국 심사를 받고 나오니 공항으로 마중 나온 사람들 중에 내 이름을 들고 있는 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짧은 인사와 함께 그를 따라 호텔 셔틀버스를 타고 호텔로 향했고, 15분쯤 차를 달렸더니 이윽고 편하게 호텔 문앞에 도착했다. 이제 새벽 두 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지만, 밤늦은 시각에도 체크인에는 문제가 없었고 알려줘야 할 정보들도 친절하게 잘 알려주었다.


다음 날 아침 객실과 창 밖 풍경 (윗줄) / 아침으로 먹은 식사 (아랫줄)


 겨우 몇 시간밖에 잠들지 못했지만, 그래도 푹 자고 일어났다. 그리고 간단한 뷔페로 준비된 아침 식사를 하고는 다시 방으로 돌아와 체크아웃 시간까지 뒹굴거리다가 호텔에 짐을 맡겨두고 바깥으로 나서기로 했다. 호텔에서는 정해진 시간에 반다르세리베가완의 관광지들을 도는 셔틀버스도 운행하고 있었는데, 난 시간이 잘 맞지 않아서 '가동' 지역에 있는 쇼핑몰인 '더 몰'까지 혼자 걸어서 돌아다니고, 거기서 호텔에서 제공해주는 셔틀버스로 공항까지 가기로 했다. 호텔에 맡겨둔 짐도 셔틀버스에 싣고 와줘서, 무척이나 편하게 공항까지 갈 수 있었다.



버스 넘버를 미리 찍어두었고, 가동 더 몰 어디서 기다려야 하는지 몰랐지만 메인 출입구 앞에서 기다렸다.

 종합해보자면 브루나이에서의 짧은 하룻밤은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숙소였던 것 같다. 다만 아침에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직원은 조금 불친절했는데, 심지어 그  직원은 나한테도 버스 기사한테도 픽업 내용을 몽땅 잘못 전달하는 바람에 가동 더 몰에서 버스 기사를 만날 때까지 마음 졸이면서 꽤 기다려야 했다. (쇼핑몰 어디서 기다려야 하는지도 버스 넘버도 알려주지 않았고, 여기에 한 술 더 떠 버스 기사한테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정보를 주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브루나이 공항에서 호텔까지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고, 또 시내에서 공항까지도 편하게 갔다는 점 만큼은 정말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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