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아테네 파이 전문점 <Το Χρυσό Στάχυ>
지난 아테네 여행을 돌아보면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것저것 꽤 많이 먹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래 전 첫 아테네 여행 때는 먹지 못했던 것들을 다 먹어보리라 굳게 마음 먹었더니, 길을 가다가 맛있어 보이는 거라면 일단은 막 사 먹었기 때문인 모양이다. 딱히 계획을 세우면서 하는 여행도 아니기 때문에,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맛집에 찾아가는 경우보다는 그냥 길을 가다가 사람이 많이 모여있는 가게에 무작정 들어가서 먹는 경우가 더 많은 편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번에 이야기할 가게도 마찬가지이다. 숙소에서 신타그마 광장으로 가는 길, 우연히 만난 가게가 있었다. 파이전문점으로, 분명 관광객에게 유명할 것 같진 않은 자리에 있지만 현지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가게 안을 잔뜩 메우고 있던 곳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베이커리 카페 쯤 되려나? 빵과 간단한 식사와 음료들을 팔고 있었다. 가게 이름은 <Το Χρυσό Στάχυ>로, 사실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번역을 해보니, '황금 귀(The Golden Stachy)'라고 번역이 되었다. 크지 않은 빵집인데 쇼윈도에 정말 다양하고 많은 빵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끊임없이 사람들이 들이닥쳐 빵을 주문해서 먹고 또 포장을 해가고 있었다.
가게 앞을 지나 가면서 '아테네를 떠나기 전에 나도 꼭 먹어봐야지.' 하고 다짐을 했다. 하지만 계속 상황이 맞지 않아서 식사를 하러 가지는 못했다. 관광객들이 자주 지나다니는 방향의 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지막 날 공항으로 가는 길에 빵집에 들렀다. 상대방의 언어를 잘 모를 때 자주 하는 방법을 이번에서 사용해서, 쇼윈도에서 먹고 싶은 빵 사진을 찍어서는 가게에 들어가 그걸 보여주며 주문을 했다.
내가 고른 빵은 치킨 파이(2.5유로)와 시금치 페타 치즈 파이(2.2유로), 페타 치즈 파이(2.3유로). 다른 것들도 궁금했지만 빵의 크기가 꽤 컸기 때문에 세 개로 만족해야만 했다. 캐리어에 가방까지 베고 있으니, 빵은 아테네 공항에 가서 먹기로 했다. 그리고 빨리 먹고 싶은 마음에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아직도 온기를 잃지 않은 빵을 꺼내 먹기 시작했다.
일단 내 입맛에는 정말 환상적으로 맛있었다. 페타 치즈가 들어간 파이 두 개는 치즈 때문에 짭쪼롬하고 치즈 특유의 향도 나서 어쩌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호불호가 있을 법한 맛이었고(치즈를 좋아하는 나는 호!), 치킨 파이는 무난하게 맛있는 편이었다. 빵의 크기가 커서 둘이서 세 개를 먹고 나니 든든해져서, 다른 먹거리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이렇게 커다란 파이 세 개에 7유로라니 새삼 우리나라 물가가 비싸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음에 아테네에 가게 되면 먹어보지 못한 나머지 빵들도 전부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 Το Χρυσό Στάχυ
Mitropoleos 20-24, Athina 105 63 그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