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마드리드 <파투추로(Churreria Patuchurro)>
'스페인' 하면 떠오르는 먹거리들이 아주 많다. 빠에야, 하몽을 비롯해서 맛있고 질 좋은 와인까지. 그리고 그 중에서도 특히 마드리드에 가면 여행객들이 꼭 한번은 먹는 음식이 있다. 그것은 바로 초콜릿 음료와 추로스이다.(우리나라에서는 '츄러스'라고도 표기하지만, 이 글에서는 현지 표기에 따라 '추로스'라고 표기한다.) 마드리드에는 워낙 유명한 추로스 집(1894년에 설립한 '산 히네스')이 있어서,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그리로 발걸음을 재촉하기 마련이다.
난 이미 오래 전 첫 유럽 여행 당시 '산 히네스'에는 가봤기 때문에(물론 너무 오래 전이라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이번에는 관광객들이 많지 않은 곳에 가서 추로스를 맛보고 싶었다. 스페인 사람들이 보통 아침에 간단한 식사로로 많이 먹는다고 하니, 아침에 일어나 숙소에서 가볍게 걸어갈 수 있는 위치 안에서 추로스 가게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내가 찾은 가게는 <파투추로(Churreria Patuchurro)>라는 가게로, 심지어 아침 장사만 하는 곳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점심이나 저녁 장사만 고집하는 곳이 맛집인 경우가 꽤 있기 때문에, 혹시 여기도 그렇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면서 선택한 것이다.
수수한 가게 외관, 내부에 들어서니 그리 크지 않은 공간임에도 손님들로 가득 차 있다. '역시 맛집인 건가?' 하는 생각을 하며 메뉴를 보니, 정말이지 단촐함 그 자체인 데다가 가격까지도 착하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아는 단어들로 되어 있는 메뉴판을 보면서, 초콜라떼와 추로스 5개 세트(메뉴판 좌측부터 4번째/3.5유로)를 카운터로 가서 주문을 했다. 직원들은 각자 맡은 구역에서 말 그대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주문한 음식들을 내어주었다.
가게 내부에는 서서 먹는 자리 밖에 안 남아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주문한 음식을 받아 들고 가게 앞 야외에 있는 서서 먹는 작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갓 튀긴 추로스는 당연히 엄청나게 맛있었고, 쌀쌀한 계절 오전에 밖에서 먹는 따뜻한 초콜라떼는 정말 더 이상 말해 뭐해 싶은 맛이었다. '산 히네스'에서는 맛이 어땠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여기 <파투추로>의 추로스와 초콜라떼는 단맛이 거의 없어서 식사로 먹기에 좋았다. 우리나라에서처럼 뇌를 직접 가격하는 달콤한 맛을 기대한다면 오히려 실망할 수도 있겠다 싶지만, 아침 식사로 먹기에는 확실히 이 정도가 좋았다.
처음에 추로스를 받았을 때에는 '추로스 5개 가지고 배가 차겠어?' 라고 생각했다. 먹어보고 모자라면 더 시켜 먹어야지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조금 먹다 보니 의외로 든든함도 있어서, 이 정도가 한 끼에 먹기 적당한 양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가볍고 저렴하게 스페인 현지인들의 아침 식사를 따라해 보고 싶다면, <파투추로>처럼 그 동네 추로스 가게에 가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 파투추로(Churreria Patuchurro)
C. Ariel, 7D, Arganzuela, 28045 Madrid, 스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