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마드리드 <카이샤 포럼>에서의 전시 관람
유럽 여행을 할 때 좋은 점 중 하나가 미술관이 많다는 점이다. 한국에서처럼 레플리카 따위를 걸어놓은 게 아닌 화가가 직접 그린 원화들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기쁘기만 하다. 프랑스, 영국, 독일 등 미술관으로 유명한 나라들이 많이 있지만, 스페인 마드리드도 미술관이라면 결코 빠지지 않는 도시이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되려 마드리드는 할 게 없는 도시라고 말한 사람도 있을 정도이니까 말이다.
스페인 여행을 이미 몇 번 해 본 경험이 있어서, 나는 마드리드에서 프라도 미술관과 레이나 소피아는 며칠에 걸쳐 오랜 시간을 들여가며 관람을 끝낸 상태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어느 미술관으로 갈지 고민 끝에, 마지막으로 남은 선택지 두 곳이 생겼다.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과 '카이샤 포럼'이 바로 그곳이다. 이번에는 잠깐 머물다 지나가는 거라서, 비교적 여유를 부리며 미술관을 볼 수 있는 건 공항으로 가는 날 오전 뿐이었다.(다행히 밤 비행기라서 낮에 시간이 좀 있었다.) 결국 숙소에서 더 가까운 '카이샤 포럼'에 가는 것으로 마음을 정했다. (이런 계획 없는 여행 스타일이 둘 다 잘 맞아서 다행이라고 새삼 또 생각했다.)
카이샤 포럼은 예전에 마드리드에 왔을 때에는 가 본 적 없는 곳이었다. 레이나 소피아랑 레티로 공원 근처에 위치한 카이샤 포럼은, 프라도 미술관처럼 오래되고 거대한 유명 미술관은 아니다. 옛날 발전소였다가 이제는 전시와 공연이 열리는 예술 센터로 변신한 곳이라고 한다. 스위스 출신의 유명 건축가 '헤르초크 & 드 뫼롱'이 설계를 했다고 하는데, 런던에 있는 '테이트 모던'이 이들의 대표작이라고 한다.(서울 청담동에 있는 '송은아트센터'도 이들의 작품이라고 한다.) 덕분에 건물 외관부터 내부까지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멋진 작품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우리가 본 전시는 <Arte Y Naturaleza(Art and Nature)>(입장료 6유로). 이 전시는 파리 퐁피두 센터의 작품 컬렉션을 통해, 예술과 자연, 문화와 과학 사이의 관계에 대한 과거와 현재의 성찰을 주제로 한 전시였다. 전시 작품들 중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파울 클레, 피카소, 칸딘스키를 비롯해서 많은 작가들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전시장 내부는 그리 크진 않았지만, 섹션별로 전시 벽 컬러를 다르게 해서 구분함으로써 작품에 대한 집중도를 높게 만들어 놓아서 좋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명 작가의 경우 한 명의 작품만 모아 놓은 전시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전시 주제에 맞춰서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한 공간에서 보기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고흐, 마티스, 베르나르 뷔페 등의 작가들은, 각각의 작품들을 모아서 전시하는 게 기획의 전부인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작품을 들여오기가 편해서 그런가? 아무튼 이번 전시를 보면서, 한국에서도 재미있는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작품들을 모아서 보는, 제대로 된 기획을 가진 전시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행의 마지막을 미술관에서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다음번에는 어느 미술관을 가볼까?
- 카이샤 포럼(CaixaForum Madrid)
P.º del Prado, 36, Centro, 28014 Madrid, 스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