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모시에서 케냐 나이로비 이동하기 (나이로비에서 모시 이동하기)
아프리카 대륙은 내가 그동안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거대했다. 그 거대함에 비해 본다면 여행자에게 허용된 시간은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한정된 시간 동안 아프리카 어딜 여행하면 좋을까 고민스러웠던 이유가 이것이었다. 케냐 제2의 도시라고 불리는 몸바사에도 가보고 싶다. 킬리만자로 산을 보고 싶기도 하다. 잔지바르에도 한번 가보고 싶다. 하지만 내가 가진 시간은 며칠 되지 않아서 그곳에 모두 가볼 수는 없는 일이고, 그렇다고 나이로비에만 있기엔 또 아쉬우니 어디 한 군데라도 다녀오고 싶었다. 물론 내가 찍먹만 하면서 바쁘게 다니는 여행자였다면 더 많은 곳을 눈에 담을 수는 있었겠지만, 아시다시피 난 게으른 여행자니까 이번에도 그런 욕심은 부리지 않기로 하고 한 곳을 다녀오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곳은 바로 킬리만자로 산을 볼 수 있는 탄자니아의 모시(Moshi).
케냐 나이로비에서 탄자니아 모시까지의 거리는 차로 대략 8-9시간 정도 걸리는 정도이다. 그러나 육로를 통해 국경을 넘어가야 해서, 국경에서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소요되는 시간은 훨씬 더 길어지게 된다. 우리는 여행자들이 많이 선택하는 '임팔라(Impala Shuttle)' 회사의 버스를 타고 탄자니아 모시에 가기로 했다. 임팔라 버스 회사는 중심업무지구에 있었고, 마침 우리 숙소 또한 그 근처였기 때문에 직접 사무실에 찾아가서 버스를 예약했다. (왓츠앱으로도 예약이 가능하긴 했다.) 다음 날 바로 출발하는 차편이었는데도 남은 좌석에는 여유가 있었다. 사무실에서 좌석을 배정받았더니, 버스 출발 30분 전까지 사무실 앞으로 오면 된다고 설명해 주었다. 모시까지의 버스요금은 3,000 케냐실링(우리 돈 약 30,000원)으로, 결제는 카드, 현금결제(달러, 실링 둘 다 가능하나 실링으로 결제하는 것이 가격 면에서 훨씬 유리) 모두 가능했다.
아침 8시에 나이로비를 출발한 버스는 공항과 시내외곽에서 다른 손님을 태운 다음 중간에 휴게소에 한 번 정차한 후, '나망가'에 있는 국경을 지나 아루샤에 정차했다가,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탄자니아 모시에 도착했다. 임팔라 버스는 여행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버스라고는 하지만, 미니버스라서 좁고 답답했다. 특히 중간에 도로가 끊긴 구간이 여러 번 있어서, 비포장도로를 달릴 때에는 울퉁불퉁한 흙길에 차가 심하게 흔들려 허리가 너무 아팠고 메마른 흙먼지 때문에 목도 매캐져야만 했다. 거기다 케냐-탄자니아 국경에서 불미스러운(?) 일을 겪은 후라서, 결국 몸도 마음도 매우 지친 상태로 탄자니아 모시에 도착을 했다.(불미스러운 일에 관해서는 별도로 써보도록 하겠다.)
아무튼 우리는 모시에서 며칠 머문 후에 다시 나이로비로 되돌아가야만 했는데, 다시 임팔라 버스를 타고 또 하루 종일 이동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버스를 탈 수 있는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돈을 조금 더 내더라도 될 수 있으면 편한 버스를 타고 싶었던 것이다.
맨땅에 헤딩하듯 검색에 검색을 거듭한 결과, '임팔라'가 아닌 여행자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버스회사를 발견했다. 버스 회사 이름은 '키디아 원(Kidia One)'이었는데, 다르에스 살람에서 모시를 거쳐 나이로비까지 운행하는 대형 관광버스를 운행하는 것 같았다. 구글맵에서 좀더 검색을 해보니 모시에 버스회사 사무실이 있었고, 묵고 있던 호스텔 직원에게 물어보니 알고 있는 회사라고 말해주었다. 큰길을 따라 쭉 가다가 오른쪽으로 꺾으면 나온다면서, 찾기 쉽다고 한다. 하지만 지도에 나온 위치는 여기에 처음 와본 우리가 걸어서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우리는 볼트로 툭툭(오토바이 택시)를 불러타고 버스회사에 직접 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길을 가면 갈수록 버스회사가 있을만한 동네가 점점 아니었다. 어쩐지 시내를 벗어나 주변 외곽지역의 시골로 들어가는 기분이랄까? 덜컥 겁을 먹었기도 했지만, 지도 상으로는 분명 그 방향이 맞기는 하다. 그래서 툭툭 기사에게 "키디아 원"과 "버스 오피스"를 몇 번이고 말했더니, 어깨를 으쓱하더니 방향을 돌려 왔던 길을 대부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친절한 툭툭 기사 덕분에 무사히 '키디아 원' 버스회사 사무실을 찾을 수 있었다. 알고 보니 구글맵에 등록된 위치가 완전히 잘못되어 있었다. 실제 버스회사는 모시 버스터미널 근처, 숙소에서 걸어서 다녀올 수 있는 곳에 위치해있었던 것이다. (아마 사무실 직원이 구글맵에 자기 집 주소를 등록한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우여곡절 끝에 찾아간 '키디아 원' 버스회사 사무실에서 바로 다음 날 나이로비로 가는 버스를 예약할 수 있었다. 요금은 1인당 45,000 탄자니아 실링(약 27,000원)으로 '임팔라' 버스보다 저렴했다. 다만 결제는 오직 탄자니아 실링 현금으로만 가능했다. (덕분에 시내 환전소에 다시 다녀와야만 했다.) 모시에서 버스가 출발하는 시각은 새벽 4시 30분이었고, 이번에도 30분 전에 버스회사 사무실로 오면 된다고 했다.
이날 우리를 맞이해준 버스회사 직원은 매우 쾌활한 여성이었는데, 동양인을 처음 봤는지 신기한 듯이 이것저것 물어보았는데, 심지어는 혹시 머리카락을 만져봐도 되냐고도 했다. 그녀는 내 머리카락을 만져보고는 시원스럽게 웃으면서 본인과 머리카락이 다른 것을 매우 신기해했다.
다음 날, 우리는 새벽에 볼트로 툭툭을 불러서 버스회사 사무실로 갔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이기는 했지만, 여행자이자 이방인으로서 캄캄한 길을 걷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버스회사 사무실에는 3시 45분쯤에 도착했고, 다르에스살람에서 출발한 버스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앉아서 버스가 오길 기다리는 동안, 사무실을 지키고 있던 남자 직원이 우리 기록을 보더니, 웃으면서 우리를 위해 한국 음악을 듣게 해주겠다고 한다. 자기가 평소 한국 노래를 좋아해서 가끔 듣는다면서 노래를 틀어줬는데, 듣다 보니 감미로운 한국의 발라드 노래들이었다. (아이유님, 다비치님들, 머나먼 탄자니아에도 여러분의 노래를 사랑하는 팬이 있답니다.) 탄자니아 시골마을에서 듣는 한국가요라니 기분이 아주 묘했다. 직원은 멜로디를 따라 콧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하고 떠듬거리며 가사를 조금씩 따라부르기도 하는 것을 보니 정말 평소에 한국 노래를 즐겨듣는 모양이다. 노래 몇 곡을 듣다 보니 곧 나이로비행 버스가 도착했고, 친절하게 대해준 직원에게 그동안 익혀두었던 스와힐리어로 감사 인사를 하고는 나이로비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임팔라 버스와는 다르게, 키디아 원에서 운행하는 나이로비행 버스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타는 45인승 버스였다. 비교적 새 버스인 모양인지 의자 쿠션감이 훨씬 좋고, 심지어 화장실도 딸려있었다. 나이로비로 향하는 길 내내 버스에서는 아프리카의 뮤직비디오나 영화 같은 영상을 틀어주었고, 중간에는 따뜻한 차(홍차 혹은 커피)도 제공되었다. 나망가 국경에서도 버스회사 직원들이 짐검사부터 수속까지 옆에서 머물며 도와주고 안내를 해줘서, 탄자니아에 들어올 때에 비해 훨씬 빨리 수속을 끝낼 수 있었다. 국경검문을 마치고 버스에 다시 올라타니, 탄자니아 실링을 케냐 실링으로 즉석에서 환전해주는 사람도 버스 안을 한 바퀴 돌고 내리기도 했다.
다만 버스에는 외국인이 거의 없고 대부분 현지인들이 많은 덕분(?)인지 중간중간 현지 경찰들이 종종 차를 세우고 검문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쨌든 '임팔라' 버스에 비해서 아주아주 편안하게 나이로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른 새벽에 출발한 만큼 나이로비에도 낮시간에 일찌감치 도착할 수 있었다. 쾌적한 나이로비-모시-나이로비 구간의 버스를 다시 타게 된다면, 다음에는 아무래도 '키디아 원'을 선택하게 될 것 같다.
- Kidia One Express
ㆍ케냐 나이로비 사무실 (승하차 지점)
PR9F+FF3 VEEW Plaza, River Rd, Nairobi, 케냐
ㆍ탄자니아 모시 사무실 (아래 주소 옆 건물 / 승하차 지점)
Royal Coach Bus Office, Aga Khan Rd, 탄자니아
- Impala Shuttle
https://www.impalashuttles.com
ㆍ케냐 나이로비 사무실 (승하차 지점)
25 Monrovia St, Nairobi, 케냐
ㆍ탄자니아 모시 사무실 (승하차 지점)
National Housing, Oppotite to Chrisbugger, 25101 Kibo Rd, 25101 탄자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