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끄적끄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쁘띠선비 Dec 17. 2022

[가사 추천] 로이킴의 어른으로

오랜만에 글을 쓴다.

글을 쓸 때는 먼저 개요를 잡고, 문장을 다듬고 완결된 형태로 작성해야 한다는 나름의 강박이 있어서 게시하는 글이 적었던 것 같다.


앞으로는 좀 더 쉽게 또 자주 글을 쓰려고 해 본다.


이 글을 시작으로.


로이킴은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가수이고, 최근에 군 복무를 마치고 새로운 앨범을 발매해서 무척 반가웠다. '그때로 돌아가'가 선공개되어 자주 들었는데, 유튜브 뮤직의 알고리즘 덕분에 지금 소개하려는 노래 '어른으로'에 가닿았다.


한 해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어느덧 30대에 들어선 내게 '어른'이라는 말과 그것에 대해 노래하는 로이킴의 가사가 마음에 와닿았다.


그래서 가볍게 그 가사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어보려고 한다.


어른으로 - 작사/작곡 로이킴

https://www.youtube.com/watch?v=EBs4wrwClcQ

먼저 한번 가사를 읽어보자.

어렸을 땐 웃음을 주는 게 좋아서
조금은 망가져도 난 괜찮았어
하기 싫은 것들만 가득했던 하루도
친구들만 있으면 난 괜찮았어
나의 기억이 시작될 때부터 아버지는
가진 것보다 더 많이 베풀라 말하셨지
어리석었던 난 나누며 뭔가를 바랐었고
내가 힘들 땐 돌아오지 않던
위로들이 날 어른으로, 날 어른으로
좋은 일만 있게 해주세요 하던
나의 소원들은 이제
아무 일도 없게 해주세요 라고
바뀐 게 조금은 슬퍼서
그리웠어
그동안 지켜왔던 순결한 약속들은
시간이 흘러감에 가난해졌고
아이처럼 솔직했었던 그 미소들은
애써 숨기려는 쓸쓸함만 담았어
항상 강인하게만 보였던 나의 어머니는
조금은 약해지신 목소리로 내게 말하셨지
살다 보니 성공이 전부는 아니더구나
그 뻔한 말이 내게 이제 와
와닿는 걸 보니 어른으로, 나 어른으로
좋은 일만 있게 해주세요 하던
나의 소원들은 이제
아무 일도 없게 해주세요 라고
바뀐 게 조금은 슬퍼서
그리웠어
그리워서
외로워져


로이킴의 자전적인 내용이 담긴 가사로, 가장 인상적인 부분, 가장 귀에서 맴도는 부분은 소원의 내용이 바뀌었다는 부분이다. 어렸을 때는 더 재밌는 일, 신나는 일을 상상하며 좋은 일을 바라고 비는데, 커가면서 삶에는 다양한 순간이 존재하고 그것이 항상 재밌고 신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어렵고 힘든 일이 내 의지와는 별개로 일어나고 그것이 중첩되고 삶을 고단한 순간으로 이끈다는 것을 체감한다. 그래서 좋은 일보다는 평온한 하루를 꿈꾸며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게 바라게 된다는 것이다.


이 가사를 보고 20대 초중반 좋은 일을 함께 나누었고, 지금은 각자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친구에게 공유해주었다. 이 노래가 그 사이 바뀌어버린 우리와 우리의 생각을 위로해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전역하는 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왠지 모르게 스스로를 어른이라고 느꼈다. 지하철의 꼬마도 군복 입은 내게 더 이상 형이 아니라 아저씨라고 칭했고, 대학생활의 푸릇함이 잊힐 만큼 회색이었던 군 복무 시절을 버텨냈으니까.


하지만 그로부터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나는 어디 가서 스스로를 어른이라고 칭하지는 않는다. 분명 어느 면모에서 이전보다 나아진 부분이 있다. 타인을 대하고, 스스로를 대하는 부분에서 이전보다 여유가 생겼다. 그럼에도 아직 어른이라고 칭하기에는 미지의 것을 대하는 두려움, 책임감, 자기 결정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다.


이 생각은 나만 가진 것은 아닌 듯하다. 친구들을 만나고, 나보다 어린 분, 나보다 나이가 많으신 분을 만났을 때 스스로를 어른스럽다고 말하는 분은 없다. 겸양일지 모르나 스스로를 아직 어린아이 같다고 말씀하시는 분이 많다.


물론 '어른'이 갖추어야 하는 자격에 대해 모두가 동의한 절대적 기준이 없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 기준이 모두 상이하더라도, 삶의 모든 면모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순간을 온전히 살아내는 어른은 쉬이 되기 어렵다는 점에 모두가 동의하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로이킴의 노래도 스스로를 어른으로 칭하기보다는 '어른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어릴 적과 달라지는 자신의 웃음, 생각, 소원을 인식하며 그것이 조금 서글퍼지더라도 어른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것은 모두가 같지 않을까.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어른으로'를 들으며 어른이 되어가는 스스로를 위로하고 더 나은 어른이 되어가는 스스로를 응원하면 좋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