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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림 Sep 11. 2023

숲해설가가 되고 나서 달라진 점 part.3

숲해설가가 되고 나서 달라진 점 part.1 

숲해설가가 되고 나서 달라진 점 part.2

▲ 위의 글들 다음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함께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




3. 환경을 더 고려하게 되었다.


전부터 환경오염과 보호에 관심은 있었는데,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더욱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일단 일하는 곳부터가 자연이고, 수업 재료가 생태이니 환경오염과 파괴에 안테나가 절로 향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틈틈이 동료 선생님들과 지구 온난화, 생물종 다양성의 감소, 탄소 중립 등에 대해 공부한다.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도 어떻게 하면 참여자들에게 현재 우리가 마주한 상황을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지구를 위한 행동을 함께 하자며 청유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평소 나의 행동이나 습관을 돌아보게 되었다. 스스로 행동하지 않고 지키지 않으면서 사람들 앞에 선다는 건 무척이나 양심에 거슬리는 일이므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나둘 시작해 보았다.


아래는 내가 매일같이 하는/하려고 노력하는, 환경을 위한 행동들이다. 기본적으로 짠순이 기질이 세포마다 내재되어 있는 사람인지라 개중에는 습관처럼 쉽게 할 수 있는 것들도 있지만, 품(신체적, 정신적 모두)이 드는 것들도 있다. 그래도 이제는 제법 몸에 배었다. 하다 보니 신기한 것이, 처음에는 환경을 생각하면서 시작한 일들인데 결국 나에게도 좋은 것을 가져다주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쭉 해나갈 생각이다.




1. 비누 사용

세안과 샤워는 비누로 하고, 머리는 샴푸바와 린스바로 감는다. 비누로 씻는 건 반려인에게 배운 것이다. 내가 샴푸, 린스, 바디클렌저 세 통을 놓고 쓸 때, 그는 비누 하나로 모든 걸 해결했다. 그 모습이 참 낯설고 투박해 보였는데, 친구에게 생일선물로 받은 샴푸바를 써 본 후로는 비누의 매력이 폭 빠졌다. 지성 두피라 웬만한 샴푸로는 거품이 잘 나지 않아 애벌 샴푸까지 하며 두 번을 감아야 했는데, 샴푸바는 한 번 사용에도 거품이 잘 나는 데다가 감고 나서도 개운했다. 그 이후로 우리 집 욕실에서 플라스틱 통들이 빠지고 비누가 그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온갖 클렌저들을 액체 상태로 유지하는 데에 엄청난 방부제가 들어간다고 하니 건강을 위해서도 앞으로 계속 비누를 사용할 것 같다.

부엌에도 액상 세제를 치우고 설거지 비누를 들였다. 보통의 주방 세제는 물과 1:10의 비율로 희석해서 써야 하는데, 그게 귀찮아 매번 수세미에 세제를 쭉 짜서 사용했었다. 천연 재료로 만든 설거지 비누 덕에 독한 세제가 그릇에 묻어 남을 걱정, 헹굴 때 물이 얼마나 오염될까 하는 걱정을 덜었다.



2. 음식 다 먹기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집에서나 밖에서나 음식을 남기지 않고 다 먹으려 한다. 방금 전까지는 맛있는 음식이었던 것이 남기는 순간 그대로 음식물쓰레기가 되기 때문. 음식이 내게 오기까지 이미 물, 땅, 노동, 자본, 운송, 보관 등 많은 에너지가 쓰였는데, 그걸 쓰레기로 만들어 추가적인 에너지를 또 쓰고 환경도 오염시킨다니. 그저 내가 필요한 만큼만 사거나 조리하고, 남김없이 먹어버리면 그만이다. 그럼에도 냉장고 안에서 명을 달리 한 식재료나 음식을 버려야 할 때가 있다. 특히 엄마가 해주신 반찬을 보내야 할 때는 어찌나 죄스럽던지.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 냉장고 안에 있는 재료들을 종이에 적어 문에 붙여두고, 모두 먹으면 리스트에서 지우는 거다. 재료 관리도 한결 수월하고, 냉장고 문을 열어 보지 않아도 요리할 메뉴를 정할 수 있어 에너지도 아끼니 꿩 먹고 알 먹는 격이다.

냉장고 속에 새로운 걸 넣을 때마다 이렇게 종이에 적어두고, 다 먹으면 지운다.



3.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 튜브형 치약 대신 소금 치약을 만들어 쓴다. 그 치약을 대나무 칫솔에 묻혀 이를 닦는다. 대나무 칫솔이라도 솔은 플라스틱이지만, 아직 마땅한 대체재를 찾지 못했다. 소금 치약을 쓴 후로 입병도 줄었고, 아침에 느껴지던 입안의 텁텁함도 거의 사라졌다. 재활용도 되지 않는 치약튜브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으니 기분까지 개운하다.

    * 주방에는 휴대용 정수기를 두고 쓴다. 정수기를 들이자니 이사 갈 때 짐스러울 것 같고, 필터는 깨끗할지 관리나 소음 문제는 어떨지 고민스러웠다. 속 시원히 결정하지 못하고 500ml 생수를 사다 마시니 빈 통이 쌓여갈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다. 그러던 차에 물병처럼 쓸 수 있는 휴대용 정수기를 알게 되었다. 필터의 주요 성분이 코코넛에서 추출한 천연 활성탄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쓰다 보니 너무 편하고 좋아서 엄마께도 사드렸더니 아주 만족하며 사용 중이시다.

    * 텀블러와 다회용기를 사용한다. 퇴근길에 커피를 자주 사 먹는 반려인의 습관에 언젠가부터 분리수거통에 일회용 컵이 잔뜩 쌓이기 시작했다. 그게 싫어 텀블러를 들고 마중 나가기 시작했다. 일회용 컵 사용은 줄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함께 산책하며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얻었다.

주로 집밥을 먹거나 외식하지만, 가끔은 음식을 포장해 올 때도 있다. 대체로 떡볶이, 어묵, 마라탕인데, 미리 메뉴를 정하고 통을 들고 나와야 한다는 불편함은 있지만, 통을 가져왔다며 떡볶이 몇 개를 더 넣어주시는 보너스를 기대할 수도 있다.

    * 물티슈 대신 행주를 사용하려 노력한다. 물티슈의 간편함은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지만, 휴지처럼 펄프 소재일 거라 생각했던 물티슈가 실은 플라스틱이라는 걸 안 후로는 웬만해선 잘 쓰지 않는다. 한 장이 꽤 커서 반을 찢어 사용할 때도 많으니 물티슈 한 팩을 사면 몇 개월은 쓰는 것 같다. 길에서 홍보용으로 작은 물티슈를 받아 오기도 해서 물티슈를 여러 개 사서 쟁이지 않고 한 팩씩 사서 쓴다.


     

4. 자원 아껴 쓰기

    * 꼭 필요한 것만 구매하려 한다. 그 덕에 옷과 신발은 언제 샀는지 까마득하다. 매일 등산복만 입으니 새로운 옷을 사도 대부분의 시간을 옷장에 갇혀 빛을 못 보기 일쑤다. 최근 필요해서 구매한 것들을 보자면, 해충 스프레이(집에서 키우는 식물에 벌레가 생겼다.), 양산(야외 활동이 많으니 피부 보호를 위해), 반려견 치약(쓰던 게 다 떨어졌다.), 노트북 거치대(매일 글을 쓰는 내 손목과 목을 위해) 정도다.

구매할 때에는 중고장터를 왕왕 이용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자본주의 흐름에 편승하지 않는다는 점도 마음에 들고, 어떤 이에게는 더 이상 필요치 않은 것이 내게는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다.

    * 에너지를 아껴 쓰려 노력한다. 가장 신경 쓰는 건, 안 쓰는 전기 코드를 뽑아 두는 습관이다. 밥솥도 밥만 짓고 코드를 뽑은 다음 밥은 밀폐용기에 담아 냉동시킨다. 전기 포트, 드라이어, 청소기, 토스터, 조명, 컴퓨터 등도 사용할 때만 전기를 연결하고 다 쓰면 코드를 뽑아 정리해 둔다. 외출할 때에는 전기를 많이 먹는 셋톱박스와 비데 코드까지 뽑고 나간다. 가전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코드만 꼽아 두는 것만으로도 소모되는 '대기전력'이 전체 전기사용량의 11%나 된다니 낭비도 이런 상낭비가 없다. 이런 생각을 하면 모기처럼 입을 꽂고 전기를 쭉쭉 빨아먹고 있을 전기코드가 야속하여 냉큼 뽑게 된다.

빨래는 가능한 모아서 한꺼번에 하고, 샤워(머리 감기 포함)는 10분 안에 끝낸다. 겨울에 샤워할 때는 초반에 나오는 찬물을 대야에 받아두고 변기물 내릴 때 쓴다. 에어컨 대신 선풍기를 돌리고, 보일러 대신 따뜻한 옷을 한 겹 더 챙겨 입는다.



5. 분리수거는 꼼꼼히

비닐과 플라스틱은 설거지하여 깨끗한 상태로 버리고, 병뚜껑은 병에서 분리해 따로 모아둔다. 우유갑과 멸균팩은 펼쳐 씻어 잘 말린 다음 병뚜껑과 함께 제로웨이스트 샵으로 보낸다. 택배 박스는 송장과 테이프를 모두 떼어서 접어 버리고, 작은 비닐 쪼가리들은 새나가지 않게 비닐봉지에 넣어 묶어 버린다. 조금 수고스럽지만, 나한테는 하나인데 이 쓰레기들이 모이면 재활용하는 분들에게는 수 백, 수 천 번의 일이 되니 내 선에서 해결하여 보내는 게 낫지 싶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꽤 많아 보이는 듯한데 그저 남들 하는 만큼이다. 외려 너무 사소한 것들이라 구질구질해 보이는 건 아닐까 살짝 걱정도 된다. 어떤 이들은 '너무 사소해서', '나 혼자 해봤자', '그래봤자 다른 사람들이 안 하면'이라며 몸의 편안함과 생활의 간편함,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더 귀히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마음도 이해한다. 나도 멸균팩을 일일이 뜯어서 씻을 때마다, 집을 나서기 전 떠올라 무릎걸음으로 기어가서 셋톱박스 코드를 뽑을 때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몸이 피곤한 날에는 그냥 일회용기에 떡볶이를 포장해 와서 먹고 싶고, 짐이 많은 날에는 무거운 텀블러를 집에 두고 나오고 싶을 때도 많다. 그래도 이만큼 살아오면서 갖게 된 기준이 하나 있다면 '마음 불편한 것보다 몸 힘든 게 낫다'는 것. 몸 힘든 건 견뎌내면 그만이지만, 불편한 마음은 입 안에 모래처럼 계속 달그닥거리다 기어이 몸까지 피곤하게 한다.


무엇보다 바위를 뚫는 작은 물방울들의 힘을, 나는 믿는다. 작고 사소한 움직임일지라도 수 천, 수 만 개가 모이면, 내리막길을 따라 돌이킬 수 없는 곳으로 굴러가는 지구의 속도를 조금은 늦출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지구를 앞으로 굴리는 건 아니니까. 우리가 내리막의 경사를 조금 더 완만하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가져본다. 그 믿음과 바람으로 오늘도 지구를 위한 작은 습관들을 쌓아간다. 물론 내일도 변함없을 것이다. 이 글을 마무리한 후에는 노트북의 코드도 뽑을 테지. 나는 작은 꾸준함의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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