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여름 Dec 15. 2023

[수시 모집 합격자 발표]에 대한 이야기

  12월 15일 금요일. 오늘이 2024 대입 수시모집 최초 합격자들을 발표하는 마감일이다. 모든 대학이 오늘 18시까지 자신들이 선발한 최초합격자들을 발표한다. 수시 모집에 지원한 수십 만명의 학생들이 오늘까지 모든 합불 결과를 알게 된다. 학생들은 오늘을 기점으로 최초합격자와 불합격자로 나뉘고, 불합격자는 또다시 예비 번호를 부여 받은 불합격자와 완전 불합격자로 나뉜다. 


  다음 주가 되면 [최초합격자]들이 대학교에 다니겠다고 [등록 절차]를 밟는 기간이 시작된다. 나흘 간 이어지는 이 기간 중에 최초합격자들은 자신이 붙은 복수의 최초합격 대학 중 단 한 곳만을 골라 등록해야 한다. 이 기간 중에 두 곳 이상 등록을 하면 [이중 등록]이 되어 어떤 대학도 갈 수 없는 신세가 된다. 반드시 한 곳만 고르고 나머지는 버려야 한다. 


  물론 이것은 배가 부른 경우에 해당한다. 많은 학생들은 한 곳 정도 최초합을 하고 나머지 대학은 줄줄이 예비 번호를 받는다. 어떤 학생의 경우엔 한 곳도 최초합격을 하지 못하고 예비 번호만 받거나, 예비 번호마저 받지 못하고 수시 원서를 넣은 6곳의 대학 모두에서 최종 불합격 통보를 받는 경우도 있다. 


  배부른 [최초합격자]들이 한 학교씩 등록을 하고 나면 곧바로 [추가합격 발표]가 시작된다. 이미 대학별 학과별 전형별 합격 순서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최초합격 등록 기간에 자리가 난 곳을 추가합격자로 메꾸는 기간이다. 이때가 가장 피를 말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대학은 매일 저녁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서 예비 번호의 변동 사항을 공개한다. 매일 저녁 자신의 예비 번호가 줄어드는 걸 확인해야 하는 학생들의 피가 바싹바싹 말라가는 기간이다. 


  내가 직접 가르쳤던 어떤 녀석은 예비 11번으로 시작해서 예비 1번에 멈춰선 채 최종 불합격이 되기도 했고, 어떤 녀석은 전혀 합격을 생각하지 못할 먼 예비에 낙담하다가 예비 번호가 하루가 다르게 빠져 추가 합격을 한 경우도 있었다. 어떤 경우든 학생도 담임도 부모도 모두 지옥과 천당을 오고간다. 


  이렇게 예비 번호를 부여 받은 학생들이 추가 합격의 기쁨을 누리는 기간도 정해져 있다. 12월 29일 금요일. 추가 합격자 발표 마감일이다. 이날 밤까지 홈페이지에서도 합격 소식을 확인하지 못하고, 추가 합격을 알리는 전화도 오지 않았다면 올해 수시 모집은 끝이 난 셈이다. 이날을 기점으로 2024 대입 수시 모집은 문을 닫는다. 



  2013년부터 10년 가까이 입시의 최전선에서 고3 아이들을 지도했다. 어떤 해에는 너무나 행복하게 한해 수확물을 거두기도 했고, 어떤 해에는 아이들과 함께 좌절하기도 했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입시는 생물이라 단 한 해도 같은 적이 없었다. 언제나 출렁이고 뒤짚어지곤 했다. 


  뒤뚱거리고 넘어지고 웃고 울다가 벌써 10년 세월이 지났다. 몇 년 전부터는 그 풍랑의 저변에 깔린 도도한 흐름을 보려고 애쓰는 중이다. 개별 학생과 학부모의 역량과 욕망, 일선 교사들의 입시에 대한 관심과 능력, 매년 변하는 대입 제도와 대학별 전형 방법들. 이 예측할 수 없을 것 같은 변화 속에서 변하지 않는 본질? 방법? 전략? 마음가짐? 태도? 그런 것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입시의 틀, 언제나 컵라면에 물을 붓듯 꺼내 먹을 수 있는 입시 전략, 아무나 가져다가 쓰기 쉬운 자료들. 몇 년 새 진로전담교사가 될 텐데 그 때 학교 전체 학생과 교사들이 어렵지 않게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하면서도 단순한 전략을 만들고 싶다. 


  올해 입시의 끝자락에서 앞으로 나아갈 길을 고민해 본다. 


  * 혹시나 이 글을 읽을 수험생들에게 지난 3년 간 너무나 고생했다는 말을 전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종합 전형 탐구 (1) "탐구는 점이 아닌 선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