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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챗쏭 Oct 25. 2020

일요일 모드 전환 스위치

"오늘은 어디 갈까?"

"마포 프릳츠 커피 갈까? 아니면 서울대입구 고로 커피 갈까?"


요즘의 일요일은 이랬다.

느즈막히 일어나서 아침을 챙겨먹고는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커피향을 즐기다가, 집에 돌아와서 일요일 낮잠을 자는 . 코로나로 어디도 가기가 부담스러울 , 우리는 테라스가 있는 카페를 찾았다. 아내와 나의 입맛에 맞는 카페가 마포의 프릳츠 커피 도화점이었고, 서울대입구의 고로 커피였다.


생각해보면   없는 일요일이다. 아침 먹고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커피 마시면서 책을 읽고, 햇살을 즐기다가 집에 와서는 낮잠을 자고, 고기를 구워 저녁을 먹는, 단선의 줄거리를 가진 일요일을 보내는 . 우리는 그마저도 '코로나 시대의 행복'이라 했다.


오늘도 한낮의 햇살이 따땃해졌을 정오 무렵, 아내와  사이에 딸아이가 팔짱을 꼈다.


"고로 커피 가서  먹을까,  두시간  읽다   있으면 좋겠다. 자리가 있을까? 돌아오다가 시장 거기서 칼국수 한그릇 먹고 올까?"


구름 한점 없는 가을 하늘처럼 우리의 이야기는 거스를 것 없는 맑은 이야기가 오갔다. 그런데 가만. 내 머릿속이 그렇게 맑지 않다. 구름 낀 하늘처럼 머릿속은 무겁고 복잡하다. 내일 출근할 일이 답답하고, 회사에서의 이런 저런 일들이 떠오르고, 내 삶 주위를 맴도는 삶의 과제들이 자꾸 떠오른다. 마음 편하게 즐기는 일요일이라면 좋겠다만...


마음 편하게 즐기는 일요일이라... 그거  먹은 대로 그렇게 보낼  있지는 않을까.


내가 바라는 일요일이란게 그렇다. 뒤가 없는 시간을 보내는 것, 말랑말랑하고, 맑게 개인 하늘처럼, 딱 요즘 가을하늘 같은 마음으로 쉼을 즐기는 것. 방금 나온 크로아상 페스츄리 한 겹의 촉촉함, 이제 막 내려놓은 커피향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커피잔을 쥔 손에 전해지는 온기 같은 시간, 그런 일요일.


생각해보면, 내게는 삶의 모드를 전환하는 스위치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

일요일이면 일요일답게, 월요일이면 월요일의 모드로, 휴가라면 휴가의 스위치를 찾아 탁탁 켜고   아는 . 그것이 삶의 지혜고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작은 혜안이 아닐까. 나는 쉽게 그러지 못하는 사람이다. 일요일에도 월요일의 생각으로, 휴가인데도 일상의 무거움으로, 삶은 늘 긴장의 연속이었다. 전선이 뒤엉키면 합선이 생길 위험이 커지듯 삶의 단선들도 각자의 스위치로 때에 맞게 켜지고 꺼질 , 우리는 삶의 위험, 스트레스로부터 보다 자유로울  있다. 나는 딱 그런 스위치가 필요했다.


고로 커피에 갔더니, 좋아하지만 부담스러운 가격에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게이샤 커피' 있다. 아내의 눈치를 한번 보고는 " 이거 시켜도 될까?" 아내의 흔쾌한 OK! 고민 스위치를 재빠르게 꺼버리고, 나는 일요일 오후를 플렉스했다.


아, 나의 일요일이여. 행복해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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