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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호 노무사 Jun 03. 2019

24. 10분 지각에 벌금 1만원이요?

-전액지급의 원칙-

임금지급에 관한 세 번째 원칙을 소개할 시간이다.

전액지급의 원칙이야. 근로자에게 임금의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거지. 그리 특별한 원칙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꽤 많이 오해하고 있는 내용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어.      

다시 근로기준법 제43조의 내용을 살펴보자.      


[근로기준법 제43조(임금지급)]
① 임금은 통화(通貨)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금의 일부를 공제하거나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다.     


1. 원칙      

임금을 전액으로 지급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겠니? 그런데,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야.      


(1) 상계의 금지와 예외적 허용      


근로자가 회사에게 고의나 과실로 손해를 입혔다고 가정해 보자꾸나. 그러면 회사는 근로자에게 손해배상채권을 가지게 돼. 회사는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또 근로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게 되는 거지. 어차피 주고받을 거니까, 그냥 퉁칠 수도 있지 않겠니? 그걸 법률 용어로 상계라고 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다른 채권을 갖고 있더라도 임금채권을 그 채권으로 퉁치지 말라는 원칙이 바로 전액지급의 원칙이야.


오토바이 사고가 났을 때, 임금에서 오토바이 수리비를 공제해서 지급하는 것, 지각을 10분 했더니 벌금으로 임금에서 1만원을 공제해서 지급하는 것, 계약기간을 어길 경우 2일치 임금을 공제해서 지급하는 것, 이런 것들이 다 전액지급의 원칙을 위반한 거라고 볼 수 있어.      


그런데, 이렇게 상계를 금지하는 이유는 회사가 일방적으로 임금을 부당하게 공제하게 되면 근로자들의 생활이 불안해지기 때문이야. 그래서 그런 우려가 없다면 상계를 허용하고 있기도 해.

이번 달에 연장근로를 10시간 했는데, 연장근로를 15시간 한 것으로 계산착오를 일으켜서 소액의 연장근로수당이 더 지급되었다고 가정해 보자꾸나. 그러면, 회사 입장에서는 다음 달 임금에서 착오를 일으킨 5시간의 연장근로에 대해서 상계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 그걸 우리 판례에서는 허용하고 있어. 흔히 조정적인 상계라는 표현을 쓰기도 해.      


계산의 착오 등으로 임금이 초과 지급되었을 때 i) 그 행사의 시기가 초과 지급된 시기와 임금의 정산, 조정의 실질을 잃지 않을 만큼 합리적으로 밀접되어 있고 금액과 방법이 미리 예고되는 등 근로자의 경제생활의 안정을 해할 염려가 없는 경우나 ii) 근로자가 퇴직한 후에 그 재직 중 지급되지 아니한 임금이나 퇴직금을 청구할 경우에는, 사용자가 초과 지급된 임금의 반환청구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상계하는 것은 허용된다.(대법원 1998.6.26. 선고 97다14200 판결)     


(2) 임금채권의 사전포기와 사후포기      


회사의 경영상황이 너무 좋지 않은 경우, 회사는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게 될 거야. 사용자가 경영부진 등을 이유로 근로자가 장래에 지급받게 될 임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근로자가 일을 하기도 전에 포기하도록 합의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한 합의는 허용되는 걸까?      

임금의 전액지급의 원칙은 임금이 확실하게 근로자의 수중에 들어가게 하기 위한 거야. 즉, 지급 청구권이 발생하기 전에 임금채권을 포기하는 임금사전포기약정은 무효로 보아야 해. 퇴직금 청구권에 대해서 판례도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단다.      


퇴직금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거나 사전에 그에 관한 민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부제소특약을 하는 것은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이다.(대법원 1998.3.27. 선고 97다49732 판결)     


그런데, 이미 청구권이 발생한 임금을 포기하는 것은 판례에서 허용하고 있어. 물론, 실제로 이미 발생한 임금채권을 포기하겠다는 것이 근로자의 자유의사인지는 엄격하게 해석을 해야겠지만 말이야.      


근로자가 퇴직하여 퇴직금청구권이 발생한 후에 이를 포기하는 것은 그것이 유효한 의사표시로 인정되는 이상 허용된다.(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11133 판결)     


다시 정리하면, 아직 월급이나 퇴직금 지급 날짜가 되지도 않았는데, 월급이나 퇴직금을 포기하겠다는 약정은 원칙적으로 효력이 없다는 거야.

하지만, 월급이나 퇴직금 지급 날짜가 지나갔는데, 그 월급이나 퇴직금을 근로자가 명백하게 포기하겠다고 합의한 거라면, 그 합의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거지.

어쨌든 임금채권이나 퇴직금 채권을 포기하는 합의는 인사팀이나 일반 노동자에게 매우 중요한 거니까, 정말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해. 알겠지?       


2. 예외     


그런데,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금의 일부를 공제할 수도 있단다.

어떤 것들이 여기에 해당할까?

법령에 따라 공제가 허용되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세금과 사회보험료라고 할 수 있어. 소득세법에 따라서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서 나머지 임금을 지급하거나 사회보험료에 관련된 법령 등에 의하여 사회보험료를 원천공제하고서 나머지 임금을 지급하는 게 여기에 해당하는 거지.  

그리고 노동조합은 조합비로 운영이 되는 조직인데, 조합비는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이 내는 거야. 그런데 조합비를 안정적으로 거두기 위해서 조합비를 임금에서 미리 공제하자고 회사와 노동조합이 단체협약으로 정하는 경우도 많아. 그걸 보통 조합비 공제조항이라고 하는데,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야.      




오늘은 임금의 전액지급의 원칙에 대해서 설명했어. 조금 법적인 용어들을 내가 많이 사용해서 네가 당황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조금 거칠게 표현하면 임금을 까고 지급하지 말라는 거야. 회사가 근로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일이 있더라도 그건 별도로 청구해야지, 임금에서 공제해서는 안된다는 거야. 알겠지? 그 내용만 기억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구나.      

임금은 모든 근로자의 생명줄이다. 함부로 다루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은 이만 줄인다.      


브런치 매거진에 올린 글을 엮어서 "누더기가 된 임금(부크크)"이라는 책을 발간했습니다. 책 발간의 기회를 주신 브런치 관계자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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