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니니 Dec 08. 2020

3-4. 뚜렷한 목표가 없다면 아이를 낳아야 할까?

목표보다는 상태가 좋은 사람들을 위하여

주변 사람들과 아이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무언가 턱 막히는 지점이 있곤 하다. 예를 들어 이런 질문이다.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할 정도로 원하는 것이 있어? 이런 질문을 받으면 제법 생각이 정리되는 것 같다가도 갑자기 모든 사고가 멈추는 기분이 든다. 그러게요. 저는 무엇을 그렇게 간절히 원하는 걸까요? 처음 아이 문제로 상담받던 시절에도, 상담 선생님이 물어본 주제 중 하나는 이것이었다. 나는 어떤 삶을 원하는가. 무엇을 위해서 사는가? 나의 미래를 어떻게 그리는가? 내가 되고 싶은 나는 무엇인가?


질문은 가볍게 던질 수도 있으나, 대답은 한없이 무거운 주제. 나는 여기에 적합한 대답을 찾기 위해 꽤나 오랜 시간을 씨름해야 했다. 회사를 열심히 다녀서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는 것이 목표인가? 돈을 왕창 버는 게 목표인가? 나는 대체 어떤 내가 되고 싶지? 하지만 나는 선뜻 어떤 목표’지점’을 말할 수 없었다. 물론, 질문 어디에도, 혹은 그 의도에도 거대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은 없었다. 그러나, 나는 어째서인지 거대한 목표지점 하나를 세워야만 할 것 같았다. 이렇게 크고 멋진 목표가 있으니, 저는 이 목표를 위해서 달려야 합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서야 깨닫게 되었는데, 이런 ‘인생 목표’ 질문류에는 내가 느끼는 함정이 있다. 그중 하나는 이거다. 목표가 없는 삶은 무언가 불완전해 보인다는 것. 인생의 일부를 낭비하며 흘러가는 대로 사는 사람 같아 보인다는 것. 나는 이 ‘낭비’ 불안에 빠져, 거대한 목표를 항상 고심했다. 하지만 아무리 고심한다 한들, 없는 인생 목표가 세워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고민이 이어지던 어느 날, 본질적으로 내가 거대한 목표를 세울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유형의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뚜렷한 목표 대신, 나는 원하는 상태와 방향이 있었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는 삶.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을 행하고, 옳지 않은 일은 하지 않는 삶. 있을 땐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고, 없을 땐 다른 사람을 원망하지 않는 삶.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내가 되어가는 삶. 내가 사랑하는 주변을 꾸준히 돌보는 삶. 내가 원하는 것은 내가 추구하는 가치들을 소중히 가꾸고,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었다.


출처 : 유퀴즈. 유느님조차 목표나 계획을 세우는 스타일이 아니다! 물론 유느님처럼 열심히 살 수 있을 것 같진 않다만...


‘인생 목표’ 문제의 또 다른 함정은 바로 이거다. 뚜렷한 인생 목표가 없다면,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야 한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는 것 같다는 점이다. 나는 인생 목표와 같은 문제는 가족이나 아주 가까운 내 친구들이 물을만한 질문의 깊이라고 여겼다. 내 인생에 깊게 관여하는 가까운 사람들이니까, 나의 인생이 궁금하겠지? 하지만 정작 이런 문제는 가까운 듯 가깝지 않은 회사 동료나, 지인들이 주로 하는 질문이었다. 특히나 내가 아이 없는 삶에 대해 고민한다는 얘기에 뒤이어서. 물론 그런 의도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질문 뒤에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숨겨진 말들이 있다고 여겼다.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할 정도로 간절히 원하는 인생 목표가 있어? 그 정도의 목표가 없다면, 아이를 낳아야 하는 거 아닌가?




나 또한 한 때 이런 고민에 시달렸다. 이유가 없이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결정은 가능한가? 아이 대신 원하는 삶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내 심경도 복잡했고, 머릿속은 뒤죽박죽이 되었다. 이건 나의 무한한 이기심 같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인생’상태’는 인생’목표’보다 지키기 어려운 것이기도 했다. 한 순간도 이 상태를 벗어나고 싶지 않다는 뜻이니까. 도리어 현재와 같은 삶을 지키기 위해 무던히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라는 변수는 한치도 예상이 가능하지 않은 변수였다. 아이라는 변수는 내 인생’상태’를 변함없이 유지시켜 줄 것인가?


매거진의 이전글 3-3. 엄마, 난 엄마가 너무 좋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