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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섬 Jun 30. 2019

엘리베이터 앞에서

92회_이글_그럼 그 꽃바구니는 누구 주려고 산 거예요?_190301

“퇴근하시나 봐요”


“아, 네.”


“오늘은 좀 늦으셨네요.”


“네. 일이 좀 많아서요.”


“그렇죠? 요즘 일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저도 사장님이 갑자기 시킨 일 때문에 하루 종일 정신이 없었다니까요. 왜 그거 있잖아요. 일단 업계 동향 파악해보라고 하는 거요. 뭘 해야 할지 모르니까 맨날 다른 데서 뭐 하는지를 알아 오라는 거죠. 그중에 이제 몇 개를 짜깁기해서 그럴싸한 신년 계획으로 만들려고. 그렇게 나름 중요한 일에 쓸 거면 좀 미리미리 조사하라고 할 것이지, 매년 이렇게 급하게 시킨다니까요. 다른 회사 인맥들을 총동원해서 겨우 기한 맞춰 끝냈어요. 아마 내일이나 모레쯤 사장님 이름으로 발표될 거예요.”


“아, 네.”


“아, 엘리베이터 왔네요. 지하철역으로 가시죠? 잘 됐네요. 같이 가는 길에 제가 조사한 거 간단하게

검토 한번 해주실래요? 보고는 벌써 했지만 혹시 추가할 게 더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아이참, 이래서 완벽주의자들은 쉬지를 못한다니까요. 하하.”


“아, 저는 잠깐 사무실에 다시 들렀다가 가야 할 것 같아요. 놓고 온 게 있네요.”


“그 꽃바구니요? 아까 보니까 책상 밑에 있는 것 같던데. 오늘 데이트하러 가시나 봐요. 애인 줄 거예요?”


“아니에요.”


“응? 그럼 그 꽃바구니는 누구 주려고 산 거예요?”


“하아... 있잖아요. 빨리 얘기할 테니까 잘 들으세요. 지금 하신 말에는 오류가 3개나 있어요. 첫째, 그건 꽃바구니가 아니에요. 꽃다발이죠. 도대체 거기 어디에 바구니가 있어요? 둘째, 누구 주려는 게 아니에요. 내가 받은 거죠. 그러니 셋째, 당연히 산 것도 아니겠죠? 알아들으셨으면 이제 좀 비켜줄래요? 아, 그리고 사장님이 매년 같은 걸 급하게 시킨다고 했죠? 어차피 시킬텐데 시키기 전에 좀 미리 해보세요. 오늘처럼 굳이 야근하지 않아도 될 테니까요. 그럼 저는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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