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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부부 Sep 29. 2019

우리가 경험한 동남아는 겨우 단면일 뿐이었다.

네모 세상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내 편견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방콕이 원래 이렇게 큰 도시였어??"


세계여행을 하기 전, 나는 동남아를 겨우 소득 수준과 간접경험 지식으로 상상해왔다. 실제로 가볼게 아니기 때문에 찾아볼 생각은 안 했고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매체들로 경험했던 거다. 주로 여행 TV 프로그램과 SNS로 그 나라의 모습들을 간접경험할 수 있었는데 네모난 상자 속만 들여다볼 뿐 그 프레임 밖은 상상하지도 찾아보지도 않았다. 그때까지 나는 직접 경험하지 않았으니 네모 세상에 의존하며 그들이 보여주고 싶은 것들만 선별적으로 봐왔을지 모른다.


세계여행을 계획할 때에도 최소한으로 꼭 필요한 정보(비자, 데이터 심카드, 환율, 환전, 주의해야 할 점 등)만 찾아봤을 뿐 필수 여행코스나 관광지 정보는 잘 찾아보지 않았다. 그래서 방콕에 도착했을 때 내 눈이 휘둥그레 해질 수밖에... 특히 방콕 전철인 MTR과 BTS(방탄소년단 아님)의 역을 따라 발달된 규모가 큰 쇼핑센터들에 한 번 놀랐고, 어마어마한 인파와 서울과 같은 모습에 두 번 놀랐다.


내가 흘려봤던 방콕 투어 중에 '코끼리'를 본 거 같아 내심 코끼리를 기대했는데, 여긴 두 눈을 아무리 비벼도 코끼리란 있을 곳이 아니었다. 나중에 홈스테이 집주인 아주머니가 "나는 도시에서 1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정글'에 갈 거야. 거기에 내 친구가 혼자 살고 있는데, 자꾸 집에 코끼리가 놀러 와서 300야드 밖에 울타리를 쳐놨대. 거기 구경 가려고."라고 이야기 하기에 코끼리는 멀지 않은 곳에 있음을 알았을 뿐...




"우린 그저 걷기만 했지 정말 제대로 둘러보진 않았구나...?"


저녁식사를 하러 가는 길, 퇴근시간과 겹쳐 세련된 복장의 방콕 직장인들과 높은 빌딩들을 구경하느라 정신없는 와중 고개를 잠깐 떨군 사이 눈에 띈 장면이 저녁식사를 마치고 난 뒤에도 아른거렸다.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곧장 다시 돌아가 아른거리는 그 장면을 다시 마주했다.


전철역 바로 아래, 젊은 여자가 아무것도 깔지 않은 바닥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앞엔 빈 깡통이 놓여 있었고, 그녀의 두 팔에는 지저분한 천을 두른 태어난 지 50일도 되지 않은 갓난아기가 칭얼거리며 안겨있었다. 반짝거리고 높은 빌딩과 대조되는 그 장면이 아마 내 평생의 기억이 되지 않을까 싶은 순간이었다.


그 이후부터 주변을 더 둘러보게 된 거 같은데, 방콕에서 유명한 차이나타운의 휘황찬란한 간판들이 즐비한 거리 뒤편의 사뭇 다른 분위기의 건물도 그중 하나다.



차이나타운 뒷편의 사람이 살지 않을거 같은 건물의 테라스에서 티타임을 갖던 여인이 내 기억에 자리잡았다.




"와.. 이게 진정한 로컬이었구나."


베트남 나트랑 친구 샤이의 집으로 갈 때, 매번 지나다니는 길에서 골목 하나를 더 들어갔을 뿐인데 낯선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나트랑 시내에서 그저 높은 호텔 건물들과 넓은 바다 그리고 꽤 멋진 식당들만 봐왔는데...  한 달 동안 로컬 식당, 로컬 시장을 찾아다니면서도 정작 진짜 '로컬'을 본 적이 없었구나 싶었다.


번화가에서 겨우 30분도 안 떨어져 있는 곳인데, 사람 사는 냄새보단 꾸며진 냄새가 가득했던 나트랑 시내와는 달리 사람 사는 냄새가 진동하는 이곳이 참으로 신기했다. 학교 앞에 오토바이를 끌고 아이를 마중 온 부모들로 가득 찬 모습, 외국인이라곤 머리카락 조차도 찾아볼 수 없는 맨발의 현지인이 돌아다니는 시장, 흙길에 자전거를 끌며 해맑게 웃는 아이들... 근데 이것만이 로컬은 아니었다.


나중에 샤이와 시내의 한 골목에 위치한 노상카페에 갔을 때 오토바이에서 절대 내리지 않고도 테이크 아웃을 해가는 거 보면서 '아, 여기가 Drive-thru 구나.' 싶던 순간이라던가, 새벽 5시에 일출을 보기 위해 나간 바닷가에 수많은 현지인들이 수영을 하고 모래찜질을 하는 모습을 봤을 때, 택시기사가 구글 번역기를 열심히 돌리며 본인의 한 달 수입은 30,000,000동(약 150만 원)인데 다른 택시기사들은 10,000,000동(약 50만 원)도 못 받는 사람들이 많다고 이야기할 때 등...


로컬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여행객들은 묻지 않는 그들의 삶이 결국 로컬이었다. 세상에, 도심을 벗어나야 로컬이라 생각하다니... '결국 나도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그중 한 명이었구나.'



이 사진의 시간은 일몰이 아닌 일출 시간이다. 일출을 보러온 사람도 있겠지만, 아침을 일찍 시작하는 현지인들이 대부분이다.




"우리, 앞으로 어떻게 여행할까?"


나와 남편이 하는 여행은 세계의 명소를 찾는 여행이 아닌 앞으로 그 곳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해야만 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찾는 방향이 좋을서 같다. 즐기더라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그 속에서 즐거움과 배움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살 곳 찾기’의 목적에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지 않고는 우리가 하는 여행은 그저 이방인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여행이 될 테니까...




여전히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그저 내 작은 세상 속에선 결코 몰랐을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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