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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부부 Oct 23. 2019

발리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

두 달을 살아보니 왜 사람들이 발리를 사랑하는지 알겠더라.


"발리에서 살아도 괜찮을 거 같아!"


10월 말, 우린 벌써 세계여행을 시작한 지 네 달, 발리는 곧 두 달이 다 되어간다. 나에게 있어 발리는 '발리에서 생긴 일' 때문에 이름을 알았고, 사람들이 '발리 참 좋아.'라고 하길래 가보고 싶었으며, 세계여행의 첫 시작이 동남아라 '발리'를 목적지에 넣었다. 그냥 발리라는 이름이 익숙했지 사실 발리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던 우리는 그냥 '사람들이 좋다니까...'라는 이유로 55일을 계획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잘했다.


발리의 풍경에 반하고 있는 우리.




"남편, 여기 왜 이렇게 시원해? 한국이 더 덥겠는데?"


발리에 도착한 9월 초, 엄청난 더위를 예상했지만 밤이 되니 초가을 날씨처럼 차가운 공기가 불어왔다. 동남아니 당연히 더울 거라 생각했고, 지난 8월의 베트남이 너무 더웠기에 발리도 똑같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우리가 도착한 9월 초는 발리에서도 가장 선선한 날씨. 한낮에도 그늘 아래라면 바람이 아주 시원하다. 섬이지만 습하지도 않고, 땡볕도 따갑지 않다. 우리가 있는 동안 비는 딱 두 번, 그것도 모두가 잠든 새벽에 내릴 정도로 좋은 날씨가 이어졌다.


한참을 거닐어도 땀은 찌이일끔 정도였던 날. 우리는 사누르 스타벅스로 향하고 있었다.


그늘 따라 한 참을 거닐어도 땀은 찔끔 날 뿐, 밤에는 맥주 사러 10분을 넘게 걸어도 땀은커녕 찬기에 맥주를 든 양 손이 시릴 정도다. 그렇게 우리는 발리의 날씨에 반하고 있었다.


*Tip : 발리는 7, 8, 9월 정도가 한국보다 시원하다. 겨울 달인 우기엔 물놀이 하기 안전하다고 한다.




"엇... 우리 아무것도 안 가져왔는데? 비닐봉지 없어..?"


발리 동쪽에 위치한 사누르에 도착한 우리는 발리 첫 날을 기념하기 위해 맥주를 사러 동네 슈퍼마켓을 찾았다. 없는 게 더 많은 슈퍼에서 맥주를 한 가득, 처음 보는 과자 두 개를 골라 품에 안고 계산대로 향했다. 계산을 마치고도 봉투에 넣어주는 제스처가 없기에 쳐다보니, 무뚝뚝한 발리 아저씨가 창문을 가리켰다.


'NO, Plastic Bag. Sorry.'

아저씨의 손 끝이 향한 곳엔 오랜 시간에 바래 누래진 종이 위 문구가 적혀있었고, 문구 바로 아래엔 다회용 장바구니를 판매하고 있었다. 캐리어에 에코백이 여러 개 있기에 돈 주고 사는 건 아까워 어쩔 수 없이 차가운 맥주를 팔에 한아름 안고 10분을 걸어 숙소로 향했다. 맥주의 냉기로 차갑게 변한 팔을 어루만지면서 '이 곳만 그렇겠지.' 싶었지만 발리의 크고 작은 마켓 어느 곳에서도 'Plastic Bag'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급하게 나와 에코백을 깜빡하는 날이면 옷의 모든 주머니와 온갖 별난 방법으로 몸에 수납을 하곤 했다.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바구니 겸 에코백. 그리고 내가 베트남 나트랑에서부터 캐리어에 모시고 온 에코백!


뿐만 아니라 웬만한 발리 카페에선 플라스틱 빨대도 사용하지 않는다. 대부분 대나무 빨대, 스테인리스 빨대, 종이 빨대를 이용하는데 대나무 빨대와 스테인리스 빨대는 가끔 '세척은 잘할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져 버렸다. 여전히 종이 빨대는 별로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크고 작은 부분들을 발견할 때마다 발리가 참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테이크아웃이 아니어도 플라스틱 컵에 종이 빨대를 꽂아주는 발리의 스타벅스는 여전히 이해가 안 가지만...


*Please : 스노클링을 할 때 바닷속에 쓰레기가 한가득, 해변의 파도를 따라 거닐 때 비닐봉지가 발에 감길 때가 있어요. 쓰레기는 집으로 들고가는게 어떨까요...?




"발리 사람들 엄청 친근하지 않아?? 유쾌하기도 하고!"


그랩을 이용할 때마다 만나는 기사들 대부분 친절하고 유쾌한데, 그들뿐만 아니라 방문하는 식당의 직원도 슈퍼마켓 사장님도 슈퍼에서 만난 손님도 친근하게 대해주길래 참 의아했다. 처음엔 그저 돈을 지불하는 손님이니까 그럴 거라 생각했는데...


나중엔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 옆 집 아저씨가 손녀딸의 돌잔치에 강제 초대하면서 '아.. 이곳 사람들은 태생이 유쾌하구나.' 생각했다. 물론 옆 집에 사람들이 많길래 "사람이 많은데 무슨 축제야?"라고 물었던 나도 꽤 유쾌한 거 같지만... 그 날, 우리(나)는 집주인 아주머니가 요리한 음식도 먹고 초대받은 사람들과 짧은 영어로 깔깔대며 이야기도 하고 돌을 맞이한 손녀에겐 한국어로 생일 축하 노래도 불러주었다. 우린 그 시끌벅적한 집을 나와서도 한 참이나 감도는 여운과 함께 발리 사람에 대한 매력도 피어나고 있었다.



젠틀한 그랩기사 친구 마디, 돌을 맞이한 옆집 아기와 가족들, 만나면 나에게 안기는 카일라.


언제 한 번은 친구가 된 그랩 기사 마디와 대화를 나누다 "발리 사람들은 다 친절한 거 같아. 왜 그럴까?"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그의 입에서 부드럽게 흘러나오는 문장들에 스마트폰 메모장을 켜 받아 적기 시작했다.


'Time is life, Time is not money.'

인생은 한 번뿐 스트레스받을 필요 없다며 대부분의 발리 사람들이 행복해 보이는 이유도 한 번뿐인 인생을 즐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마디의 말이 전부에 해당하는 건 아니지만 만나왔던 발리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어쩌면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닐까?'라는 동화 같은 상상을 하게 만든다. 이렇게 멋진 생각을 갖고 삶을 살아가는 친구와 어떻게 안 친해질 수 있을까? 어찌 이렇게 웃음이 맑은 발리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발리는 발리 다움을 간직하고 있네. 바다도 산도 그리고 거리의 문들 마저도!"


인도네시아는 국교가 이슬람교, 힌두교, 불교, 기독교, 천주교, 유교 총 6개일 만큼 다양하다. 그중 70% 이상은 무슬림이지만 발리인의 대부분은 힌두교를 믿고 있다. 종교가 다양해서 그런지 딱히 소고기를 못 먹는다거나 돼지고기를 못 먹는 거도 아니고, 물론 모든 국민이 국교 중 하나를 믿어야 하지만 종교가 강제적인 느낌도 아니다. 



문 앞에 놓여져 있는 대나무 접시와 발리스러운 대문

여전히 종교적인 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발리는 나에게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집집마다 대문 앞에 대나무 접시와 그 안에 꽃과 사탕, 밥알 그리고 향을 피워두는데 종교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곤 생각했지만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힌두교 문화로 신에게 매일 공양을 하는 거라고... 사실 따지고 보면 이건 발리 다움이 아니라 힌두교 다움이겠지만, 마치 우리나라의 경주나 전주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거리 곳곳에 있는 동상도 발리 느낌,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집에 있는 작은 소품도 발리 느낌이 가득한 거처럼.



99.8%가 현지인이었던 바다. 발리의 계단식 논, 숙소에서 열린 힌두교 전통 의식.


무엇보다 자연에서 느껴지는 모든 것들이 발리 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바다, 논, 산, 태양마저도. '나 다움'을 고민하는 나에겐 발리는 모든 게 신기하고 놀라우며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어쩌면 나는 발리에서 '나 다움'을 찾기 시작한 거 같다. 그래서 발리 다움을 간직한 발리가 참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왜 발리와 사랑에 빠지느냐고?

누군가 '발리니까 이해할 수 있어.'라고 말한 적 있다.

발리를 경험해보니 '발리라서..'라고 밖에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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