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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니 Jan 31. 2022

엔시티 드림, Hello Future

Dear Aliens

아무 걱정하지 말라며,

다 잘 될 것이라고 위로하는 외계인들에게 



생김새가 여간 인간과는 다른 것이 외계인이 틀림없다. 이들은 인간들이 상상하던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찾아온다. 인간들은 공포에 떨며 이들이 결국 지구를 멸망시키려는구나 싶어 도망치려 하지만, 외계인이 건넨 말은 신선하다.


기다렸어 어서 와
어디든 we're coming together
아무 걱정 하지 마
잘 될 거야 Hello Future
너를 만나 같이 더 빛나 yeah yeah
(NCT DREAM_ hello future 중)


이 외계인들은 평화를 외치며 자신을 쫓아내지 말라고 아우성친다.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일곱명의 외계인들은 지구의 꽃들에 물을 주고 평화 시위까지 하며 자신을 받아들여달라고 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마음을 사랑이라고 말한다. 지구까지 와서 사랑을 외치는 이 일곱 외계인들이 말하는 그 사랑이, 이 사랑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이들은 "전쟁같던 시간들"은 지나가고 후회없이 사랑했음을 외친다.



세상에 얼마나 다른 것들이 많은가. 같은 식구들도 모두 다른 생김새를 타고 났으며 짜증나는 상사에 대처하는 방법도 다르다. 그러나 이 노래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평화는 그보다 더 가시적인 다름이다. 인간과 외계인, 혹은 외계인이라고 일컫어지던 소수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정신지체자들은 아주 먼 옛날에는 신기가 있다며 칭송받거나 마녀로 몰려 사형당했다. 그들을 그 자체로 보는 것이 아닌 자신의 시각으로 정신지체자들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일명 '정상인'들의 시각에서는 '외계인'이나 다를 바 없었던 그들은 사회가 정한 틀에 의해 희생당했고 희생당하고 있다.


나또한 그 정상인들의 시각을 갖고 살아왔다. 스무 살, 처음으로 교양관 앞 동아리 박람회를 기웃거리던 때가 있었다. 민주광장 한 가운데에서 귀여운 곰돌이 탈을 쓴 사람이 어떤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나는 빨간색의 빳빳한 과잠을 입고 그 곰돌이에게 달려가 손을 흔들었다. 곰돌이도 반갑게 손인사를 해주었다. 그리고 내게 내민 전단지. 하얗고 예쁜 손이 내민 무지개색 전단지는 성소수자 동아리의 전단지였다. 그 전단지를 얼떨떨하게 받아들인 후 든 생각은, 부끄럽게도 '누가 날 성소수자로 오해하면 어떡하지?'였다. 그 전단지를 거절한 채 허겁지겁 수업을 들으러 갔다. 분명 내 표정은 딱딱하게 굳었을테다.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오는 내내 기분이 안좋았다. 내가 그 언니한테 무슨 짓을 한 거지? 언니는 그냥 전단지를 준 걸 텐데. 내가 상처를 줬겠지. 그날 죄책감에 한숨도 못 잤던 기억이 있다. 그 후 나는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 어떤 책임감을 느낀다. 그들은 소수자가 아닌 주제에 그들이 겪는 차별에 안타까움을 느끼는 나를 위선자라고 비웃을 지도 모르지만.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외계인들은 평화와 화해를 촉구하는 전단지를 뿌리고 평화시위에 가담한다. 우리 사회에도 발생했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나는 이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히피의 상징이 들어간 피켓을 보고 반가웠다. 대학교 2학년 시절, 영미문화의 이해 시간에 내가 발표한 주제가 바로 히피문화였기 때문이다. 기성세대에 대한 실망과 분노로 인해 생겨난 히피 문화는 자유와 평화를 갈구하였다. (물론 마약 문화로 변질하기도 했으나..)



이제 다른 약자인 동물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나는 동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편이다. 동물들도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데 누군가가 '동물도 약자'라는 말을 한 것을 듣고 생각이 바뀌었다. 지구라는 행성에 인간만 사는 것이 아닌데, 인간이 승기를 잡아 동물을 다스리는 꼴이, 마치 과거 백인이 흑인을 멸시하던 꼴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만이 약자가 아니다. 어린아이들과 성소수자, 더 확장하자면 개발도상국에 있는 사람들 모두 약자이다. 이 약자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해보는 게 이번 방학의 목표이다. 예를 들어, '대리모 사업을 불법화한 것에 반대 시위를 하는 인도 대리모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와 같은, 거의 고민에만 그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는, 그러나 세상에는 이롭다고 믿는 논제들에 대해 나름의 결론을 내보고 싶다.



뮤직비디오에는 CG로 커다란 무지개가 등장한다. 별안간 화려한 군무에 맞추어 꽃 피우는 무지개는 다양성과 존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서로 다른 우리가 평화로운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 무지개를 띄워야 한다.



타 버린 채 여린 온기의
남은 잿더미 속에 ready to clap back
그리 멀지 않은 peace
아픈 시간이 다만 짧기를 바라고 또 원했지
(NCT DREAM_hello future 중)




그러나 무지개는 쉽사리 나타나지 않는다. '평화를 위해 전쟁에 대비하라' 말이 있듯이 전쟁과 평화는 오래도록 우리를 쌍벽을 이루며 우리를 곤두서게 만들었다. 지금 평화로워 보이는 세계에도 크고 작은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소수자에게 가하는 다수자의 폭력이 그러하다. 그리고 사회적 약자들 중 일부는 자신도 또한 소수자임을 모르고  다른 소수자에게 위해를 가한다. (대리모 사업이  예시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필요한  경제적 자립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혹은 경제적 보조금이지, 대리모 사업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평화를 꿈꿔야 하는 이유는 노래 가사에서도 말하듯 '우린 너무 닮아 있기' 때문이다. 너무나 닮은 우리는 결국 무지개를 이루어 같이  빛나게  것이며 꺾이고 다쳐도 결국 강하게 이겨낼 것이다.


https://youtu.be/QPUjV7epJqE

hello future 뮤직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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