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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어로 Nov 04. 2017

욜로 와 골로 사이에서

나는 YOLO 족으로 살기로 결심했다.

새삼스럽지는 않다. 한창 YOLO라는 말이 유행하기 이전 학창시절부터

"시간은 아무도 기다려 주지 않아”라던가 "행복은 저금하는 게 아니야"라는 말을 늘 달고 살아왔다.

“그래서 나는 행복한가?"라는 질문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지만 늘 여러 가지를 고민하며 살고 있다?


생각해보면 확실하게 치열하게 살지는 않았다. 나름 열심히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돌이켜보면

결과는 빈약했고 그래서 사회의 기준으로는 별 볼 일 없는 청춘을 살아왔다.

그저 하루하루에 충실하다 보면 언젠가는 꽃이 핀다. 그러니 지금을 살고 싶다.


지난 몇 년간은 오로지 현재에 충실했다. 그래 지금이 예전보다 그나마 즐겁고 행복하다.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기에는 여전히 벅차고 힘들지만 그리울 때면 떠나는 여행이.

즐기는 나날들이 대부분 힘들 날 속에 찾아오는 그 행복이 초콜릿처럼 달콤하다.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나도 다른 많은 YOLO 족들처럼 여행으로 대변되는 것 같다.

돈이 없어서 20대 중반이 되어서야 시작한 첫 해외여행을 시작으로 이제는 40개국 정도를 여행했다.


취업을 하기 전에는 "너 그러다가 일은 언제 하냐”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다행히 밥은 먹고살고 있고, 학생 때에 배해 그 비용과 시간 노력이 훨씬 더 필요하지만 여행은 지속되고 있다.


쓸데없이 혼자 즐기며 만족하며 살다 보니 서른이 넘으니 주변에서는 원성이다.

"너처럼 돈을 막 쓰며 살고 싶다" "넌 결혼 막 쓰며 "여행 안 하냐" 차를 사야지" "너 그러다가 골로간다"


아마도 나는 많은 사람들의 눈에는 여전히 그저 여행만 다니는 철부지 20대 혹은 실없는 녀석으로 보이는듯싶다.


"나는 돈을 막 쓰지도 않고 저금도 한다!” 

"난 차가 필요 없는데 도대체 왜!"

"결혼은 못하는 거라고!!”


"욜로 하다 골로”라는 말은 그들의 입에 착착 달라붙었는지 요즘 가장 자주 듣는 말 같다.


그런 사람들과 마주 앉아 커피 한잔하며 진지하게 

"너는 지금 행복하니?” “뭐가 제일 행복하니”라고 물어보고 싶지만. 

내 행복도 모르는데 쟤들 행복을 알아서 무엇하냐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


우린 어차피 남이고 각자의 꿈과 행복의 원천이 있지 않은가. 

"아니 그래서 네가 100원이라도 보태줬냐고"라는 말을 먼저 던져야만 한다. 


그들에게 보이는 건 둘째치고 요즘 들어 현실 감각이 맛이 갔는지

그래 한번 골로 가보자?라는 생각이 든다.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라는 레퍼토리로 시작되는 여행 이야기들을 볼 때면

사춘기 첫사랑을 만난 것 마냥 가슴이 두근두근하고는 한다.


아니 회사가 문제지. 인생은 차가운 사이다가 필요하고, 한번 사는 인생 조금 지르면 어떤가라는 생각이 든다.

미루고 미룬 숙제를 하듯이. 어차피 그대들이 말하는 골로 갈 인생이라면. 사직서 좀 일찍 날리면 어떠한가.


에휴. 나는 여전히 용기가 없는 소시민이다. 그러다가 골로 가고 싶지만. 골로갈 용기도 없는 소시민.


욜로 와 골로 사이에서 나는 오늘도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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