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간다.
홍콩에 간다. 홍콩은 감성의 고향 같은 곳이다.
대학교 1학년 때, 나는 주말이면 불을 끈 채 주성치와 주윤발의 영화를 보고는 했다.
낡은 우리 집 컴퓨터의 소음과 홍콩 영화는 제법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빛바래고 오래된 느낌. 나는 늘 집에서 영화를 볼 때면 3분 카레와 캔 맥주를 함께하고는 했는데
이제 막 성인의 문턱에 들어서는 내게 맥주 한 잔 마저 어색했던 시절.
몰래 사온 맥주는 사치이자 일탈이었다. 그 시절의 기억들은 내게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어쩌다 보니 홍콩에 가게 되었다. 회사 동기 녀석들과 술을 마시다가
"우리도 같이 한번 해외 갈래?”라는 말에 모두에게 메시지를 쫙 돌리게 되었다.
3명이 동참했고 장소는 가까운 곳. 한국과 대만을 빼면 홍콩 밖에 없었다.
그날 바로 비행기 표를 사고 잊고 지내던 게 벌써 몇 달 전 일이다.
누군가와 함께, 그것도 동기들과 함께라니 아무리 봐도 어색한 조합이다.
홍콩. 참 가보고 싶은 나라였다. 내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 임에도 불구하고,
아련한 추억과 머릿속에 맴도는 영화 속 멜로디.
촌스럽고 화려한 거리. 돈을 위해 몰려든 청년들. 그리고 사이에 있는 낭만과 청춘들.
내가 생각하는 홍콩은 그런 느낌이다. 내게 도쿄의 신주쿠가 그저 그런 시끄러운 거리 정도로
보이는 이유는 감성 때문일 것이다. 그 감성의 이유는 홍콩 영화겠지.
여행을 떠나는 날. 일을 끝마치고 아니 도중에 도망치고, 우린 공항에서 만났다.
역시 늦게 오는 애, 빨리 오는 애, 길 잃은 애, 걱정 많은 애까지
제법 차려입고 올 줄 알았더니 대부분이 ‘현지 조달’이라면서 대충 가방 하나씩을 가지고 왔다.
어디로 봐도 가짜인 레이벤의 선글라스에 슬리퍼를 끌고 온 동기.
25만 엔이 넘는 돈을 가지고 와서 마카오의 카지노의 왕이 되겠다는 동기.
혼자서 자리 지정부터 웹 체크인까지 게다가 혼자서 마카오의 베네시안 호텔을 예약한 동기까지.
정말로 다양한 사람들이 만났다.
그래 이번 여행은 즐기자. 신나게 마시고 신나게 놀다 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