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 지내면 좋겠어요
가구나 조명처럼 인테리어에 필요한 물건들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 해외 가구 사이트를 둘러보기도 하고, 핀터레스트 같은 사이트에서 인테리어 스타일을 찾아보기도 한다. 디자이너의 비싼 가구를 보는 것도 무척 좋아한다. 부지런히 손가락을 움직이며 세상에 있는 멋지고 아름다운 가구들을 실컷 눈에 담는다.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져서 가구를 살 계획도 없으면서 적극적으로 구경한다.
사람이 사는 집에도 관심이 많다. 요즘에는 인터넷이나 SNS에서 정성껏 꾸며진 집을 쉽게 볼 수 있다. 인기 있는 인테리어 사이트에 들어가면 다른 사람들의 집들이 사진을 볼 수 있다. 클릭만 하면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의 온라인 집들이에 초대된다. 초대한 적도, 초대받은 적도 없는데 당당하게 남의 집 문을 불쑥 열고 들어가는 기분이다.
다른 사람들의 집을 보면 각자가 가진 취향이나 생활 방식이 보인다. 원목 가구나 따뜻한 분위기의 집, 귀여운 소품들을 잔뜩 모아둔 집, 식물로 방을 채운 집, 먼지 한 톨 없을 것처럼 깔끔한 집.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지 않아도 그들의 취향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유행하는 물건으로만 채운 집도 있다. 하지만 유행을 따라가는 게 꼭 나쁜 것이라고만은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나씩 채워보면서 자신의 취향을 찾게 될 테니까. 취향을 알기 위해서는 유행을 염탐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직접 구입해서 사용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인테리어뿐 아니라 여타 분야에서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그렇게 하나씩 경험하면서 자신의 취향과 기호를 찾게 된다.
나도 그런 과정을 겪었다. 유행하는 물건도, 단순히 갖고 싶은 물건도 사보았다. 그 과정에서 마음에 들지 않아서, 기대에 못 미쳐서, 내 생활 방식에 맞지 않거나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서 하나씩 하나씩 삶에서 정리했다. 그 결과로 취향을 얻었다. 나는 없는 게 취향이다. ‘없음’이 나에게 딱 맞는다.
우리 집에는 취향을 드러내는 물건보다 생활에 필요한 물건이 많다. 사용하기 편하고 실용적인 물건으로 채워져 있다. 오래 쓸 수 있는 튼튼한 것들로 골라 집에 들였다. 우리 집의 한 부분을 사진으로 찍어 인테리어 사이트에 올린다면 어떤 스타일로 정의할 수 있을까. 마땅한 단어를 찾을 수 없다. 깔끔을 말하기엔 애매하고, 미니멀 인테리어라고 하기엔 어딘가 꽉 찬 느낌이다.
우리 집은 그런 모호한 집이다. 불만은 없다. 오히려 이런 모습이라서 더 만족감을 느낀다.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고 생활에 불편함도 없어서 싫증이 나거나 바꿔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지금도 계속 물건을 정리하고 집에서 비워낼 생각만 하고 있다.
없는 게 취향인 사람이 된 것은 정리 때문이었다. 물건이 많으면 많을수록 할 일이 많아지는 법이다. 그 일에 버거움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물건을 적게 소유하는 편이 적절하다. 그게 더 편리하다. 내가 소유하고 있는 물건들을 줄이고 또 줄이면 서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을 잘 간수하고 관리하는 맥시멀리스트를 존경하게 되었다. 좋아하는 물건을 하나씩 모으고 또 잘 정리하기까지 하는 것은 내가 보기엔 무척이나 대단한 일이다.
예쁜 물건이나 멋진 가구를 봐도 사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저 보고 있는 순간이 좋다. 인테리어 사진을 보면서도 나는 우리 집에서 무엇을 빼야 하는지를 고민한다. 없는 게 취향이지만 여전히 내 마음 한편에 자리한 소비 욕구를 채우기 위해 잘 꾸며진 인테리어 사진들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한다. 조금 이상한 취미 생활이라고 해도 할 말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