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야기를 듣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이야기를 읽는 데도 늘 진심이죠. 하하.
저 같은 사람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라고도 부르지만, 정신치료자(psychotherapist)라고도 합니다. 정신치료(psychotherapy)는 대화치료(talking cure)라고 부르기도 해요. 저는 이 일에 정말 진심이어서, 작가님들과 소통이 가능한 이곳 브런치 동네에서 최선을 다해 이야기를 읽으려 해요. 읽기를 잘하면, 듣기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고대에는 이런 대화치료가 개념화되어 이론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았고, 작가님들이 그런 역할을 했어요! 알리바바의 이야기 다들 아시죠? 천일야화라고 하는 거요. 천일 동안 마음을 다친 왕을 위로하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들려주어 마음을 어루만졌어요.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분은, 아주 많은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게 된답니다.
그래서, 저는 정말로 작가님들의 창작에 도움이 되는 글을 쓰고 싶어요.
예전 브런치 북(지금은 제가 삭제해서 사라진..)처럼 전문적인 지식들을 전달하는 것에 집중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런 책들은 시중에 이미 많은 것 같아요. 그럼에도, 이제부터 제가 들려드릴 이야기는 조금 복잡할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걱정 말고, 편하게 들어주세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댓글창을 통해 우리 이야기 나눠요.
자!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죠.
이야기를 쓸 때 우리는 그저 단어를 나열하는 게 아니에요. 마치 마음 깊은 곳에서 기억과 감정이 부드럽게 끓어오르듯, 한 자 한 자 나옵니다. 그리고 독자는 그 이야기를 읽을 때, 자신의 기억을 다시 만나게 돼요. 그 글이, 그 이야기가 독자의 마음속 깊은 곳을 가만히 두드리는 거죠.
그 느낌은 마치 오래된 방을 다시 여는 것과 비슷해요. 한동안 잊고 있던 것들이 문득 살아나는 순간이죠. 프로이트도 기억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계속 변화할 수 있다고 말했어요. 이 개념은 현대 신경과학에서 뇌가소성이란 개념으로 발전했어요. 우리의 뇌는 새로운 경험을 할 때마다 조금씩 바뀌니까, 독자가 이야기를 읽을 때도 그들의 기억은 새롭게 쓰이는 거예요.
그리고 이야기 속 등장인물이 느끼는 감정들 있죠? 그걸 독자가 진짜로 느끼게 되는 이유는, 우리 뇌 속에 있는 '거울 뉴런(mirror neuron)' 덕분이에요. 거울 뉴런은 우리가 타인의 감정을 느끼는 것처럼 뇌에서 반응하는 세포들에요. 그래서 독자는 인물이 기쁘거나 슬플 때, 그 감정을 자신의 것처럼 느끼게 되는 거죠. 그래서 그 이야기가 더 생생하게 다가오는 거예요.
그럼 작가는 뭘 하는 걸까요? 작가는 단어를 던져주는 사람이 아니에요. 작가는 독자와 조용한 대화를 나누는 사람입니다. 독자는 그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신의 감정과 기억을 덧붙이기 시작하죠. 그렇게 이야기는 독자와 작가,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무언가가 되는 거예요.
이야기는 문장이 모인 덩어리가 아니에요. 두 사람의 마음이 조용히 얽혀 만들어낸 새로운 이야기죠. 독자는 그 속에서 자기 자신을 다시 발견하게 됩니다. 그 발견은 아주 은밀하면서도 따뜻해요. 그리고 그 순간, 이야기는 작가의 것이 아닌, 독자의 이야기가 됩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쓴다는 건, 결국 독자의 마음속에서 잠든 기억을 살며시 깨우고, 그 기억이 새로운 빛 속에서 다시 살아나도록 인도하는 일이에요.
그렇다면, 여러분은 어떤 이야기를 쓰고 계신가요? 여러분이 풀어놓는 이야기가 독자의 마음속에서 어떤 기억을 일깨우게 될까요? 그 이야기가 독자에게 다가갔을 때, 그들은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요? 기쁨일까요, 슬픔일까요, 혹은 두 감정이 뒤섞인 복잡한 울림일까요?
혹시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분의 글이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잊힌 감정을 살며시 깨우고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