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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커피빈

2025년의 나

by 혜은


나의 부산집 건너편에 '커피빈 화명수정역점'이 있다. 이곳은 내가 명명한 나의 아지트이다. 이곳에 오면 항상 시키는 아이스 바닐라라떼, 그리고 조각 케이크 하나. 기분이 한껏 좋아진다.




우리 원의 여름 방학이라서 오랜만에 부산집에 와서 나의 아지트에 왔다.


그리고 문득, 2025년의 나를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 여유를 가지다

2024년 1월 개원 이후, 내가 해야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단어테스트, 학습 자료 등을 필요할 때 만들어나가면서 수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일요일을 통으로 바쳐가며 수업 준비를 했다.


그렇게 1년이 흘러, 한 사이클이 돌면서 자료들이 갖춰졌다. 요새는 자료는 프린트하기만 하면 되서, 수업 준비로 교재 분석에 좀 더 시간 투자를 하는 편이다.


여유가 생겼다. 일요일에 수업준비를 끝내고도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이 말은 즉, '윤혜은 영어'와 '윤혜은'이 분리되는 시간이 생겼다. 2025년의 중요한 변화다.



#2. '윤혜은 영어'와 '윤혜은'의 분리의 필요성

2024년에, 나는 나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자리잡게 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를 가지고 있었다.


내가 곧 '윤혜은 영어'의 얼굴이었기 때문에,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않고, 매사에 완벽을 기했다.


재원생 학부모님들, 학생들에게도 최선을 다했지만, 등록으로 이어질 지 아닐지 모르는 모든 대면 상담에도 진심을 담았다.


중학생들의 내신 대비, 우리 원에 매달 있는 정기 시험 출제, 학부모님들께 보내드리는 학생들을 분석한 피드백. 모든 걸 잘하고 싶었다.


작년부터 우리 원에는 대기 명단이 있었고, 덕분에 2024년 하반기에 2025년 새학기의 구성원을 미리 확정 지어서, 2025년 1월 수업부터는 다섯 반 모두 정원 마감 상태로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 사실 나는, 방황했다. 최선을 다해서 내가 낼 수 있는 최대의 성과인 '정원 마감'을 성취했지만,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 외에는 내가 할 수 있는 다음 스텝이 없었다.



그때, 나는 다양한 방향으로 생각을 펼쳤다. 하나의 방향은 '학원 확장'을 빠르게 추진하는 것이었다. 정원 마감의 다음 단계로 적합했지만, 사실 그때는 그 시기가 다음 단계로 갈 적기가 맞는지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나의 방황이 끝나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서 서서히 '윤혜은 영어'와 '윤혜은'이라는 사람을 분리하는 연습을 했다.


그 당시의 나는 앉아서도, 누워서도 '윤혜은 영어'의 운영을 고민했다.


하지만, 나는 결국 한 명의 '쉼'이 필요한 평범한 사람이었고, 나는 연습을 통해 머릿속을 비우는 시간을 가지기 시작했다.


때로는 음악을 들으며 산책을 했고, 어떤 때는 독서 모임에 참여해서 책을 읽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혼자 카페에 가서 글을 쓰기도 했다.


인간 '윤혜은'이 마음을 푹 놓고 긴장을 풀 수 있게, 그런 시간을 의식적으로 만들었다.


그러자, 방황하던 내가 마음을 잡고, 일에 집중해야 하는 시간에 더 일에 파고들기 시작했다.



#3. 하지만 결국 '윤혜은 영어'와 '윤혜은'은 하나

요새 우리 원에 상담 오시는 어머님들은, 나에 대해서 참 많이 알고 오신다.


브런치, 스레드, 인스타, 맘카페 등에 글을 많이 쓰다보니, 어머님들께서 '글을 잘 보고 있다' 또는 '상담 전에 글을 많이 읽어보고 왔다'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


인간 '윤혜은'이 쉬면서 쓴 글들이 오히려 어머님들의 마음에 다가섰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나는 2025년에 교습소 홍보를 각 잡고 한 기억이 별로 없다. 그냥 쉬듯이 놀듯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빠르게 글을 써내려갔는데, 그 글들이 많이 읽혔다.


인간 '윤혜은'을 좋아해주셔서 사실 많이 감사하다.

나는 더이상 교습소 홍보를 위해 나를 꾸며낼 필요가 없다.


나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사진과 글로 풀어내면, 자연스럽게 '윤혜은 영어'가 커간다는 게 신기하다.


방황을 마친 나는, 드디어 '학원 확장'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확립했다.


9월 초 계약이 목표이던 나는, 여유를 가지고 때를 기다리다가 맘에 쏙 드는, 학원이 가능한 평수의 매물을 조금 이른 7월 중순에 만나서, 7월 말에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2025년의 나는,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거쳤다. 나는 여전히 부족한 사람이지만, 좀 더 단단해졌다.


'윤혜은 영어'의 다음 스텝은 이제 진행중이고, 나는 이 다음 스텝을 감당할 만한 원장이 되기 위해 방황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윤혜은 영어'가, 그리고 '윤혜은'이 앞으로 기대가 된다. 재밌는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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